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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잉 전문점 생산성이냐, 정성이냐

비즈니스 스터디

브루잉 전문점 생산성이냐, 정성이냐
'핸드드립 전문점이라 커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브루잉 전문 카페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안내문입니다. 사람의 손이 많이 닿는다는 점에서 브루잉 커피는 실로 매력적이지만 카페 운영의 측면에서는 다소 어려운 방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생산성과 훌륭한 품질을 위한 정성, 무엇이 우선시되어야 할까요?
카페에서 브루잉 커피를 판매하다 보면 한 가지 고민이 생깁니다. 바로 '생산성'에 대한 부분. 드립포트를 붙잡고 커피가 완성될 때까지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브루잉 커피는 포터필터 장착 후 버튼 하나만 누르면 머신이 절로 추출해주는 에스프레소 대비 생산성이 떨어집니다. 더 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되는 브루잉, 카페 점주는 생산성을 우선시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이 문제에 대하여 '커피익스플로러' 위국명 대표는 "커피가 환경적으로는 물론 수익모델로서도 지속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생산성 높은 브루잉에 대한 시도는 계속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는데, 답을 내리기에 앞서 각 선택지는 카페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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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더라도 정성껏 손으로 내리는 커피

먼저 생산성을 차순위로 두는 경우, 에스프레소 베이스 메뉴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해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브루잉 커피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고자 저렴한 가격대를 택하는 카페도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 소비자에겐 '브루잉 커피는 비싸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제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을 수 있는데, 손님을 기다리게 해야 할뿐더러 매장의 회전율 또한 낮아지니 운영 효율이 떨어질 게 분명합니다. 게다가 커피를 내리는 동안은 바리스타가 다른 일은 전혀 할 수 없다는 점도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결국 브루잉 커피는 손님의 선택에서 밀려나고 점주는 기대한 만큼의 수익을 얻는 게 어려워지는 셈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브루잉 커피 전문점에 있어 생산성은 나중 이야기입니다. 그 이유는 확실한데, 정성을 다해 내린 '맛있는' 커피 한잔을 고객에게 대접하고 싶은 마음에서죠. 추출을 바리스타가 직접 할 경우 추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변수를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으며, 고객 개개인의 기호에 맞추는 것도 가능합니다. 또한 심혈을 기울여 자신의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의 모습이 고객에게 새롭고 기분 좋은 경험으로 와닿을 수 있습니다.

생산성과 일관성을 챙기는 방식

반대로 생산성을 우선시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대표적인 방법은 자동 브루잉 머신이나 배치브루어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푸어스테디', '마코', '하리오 스마트7 BT', '펫코' 등 여러 모델이 있는데 원두를 분쇄해 세팅만 해놓으면 자동으로 추출되기 때문에 인력이 절약되고, 결과물의 일관성까지 챙길 수 있죠. 실제로 미국 시애틀의 <앵커헤드커피>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회전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몇몇 사례가 있는데, 시청역 소재 <비읍커피>의 블랙커피는 모두 펫코 브루어로 추출합니다. 박정설 대표는 "오피스 상권이라 점심시간쯤 매장이 상당히 붐빈다. 이때 빠른 속도로 일정한 맛과 품질의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배치브루어를 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브루잉의 경우 아날로그적인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유독 기계가 내리는 것에 대한 편견이 있는데, 사람이 내리는 것만 못할 것이라는 인식입니다. 또한 초기 투자비용이 높다는 점도 고려돼야 합니다. 길게 본다면 오히려 효율적일 수 있긴 하나, 적은 비용으로 카페를 오픈하고자 브루잉 전문점을 택한 이들에겐 배제해야 하는 선택지이며, 배치브루어의 경우 미리 내려놓은 커피가 소진되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일 수 있습니다.

어떤 방향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지만, <비읍커피> 박 대표는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가 중요하다. 카페 규모, 직원 수, 매장이 붐비는 정도 등에 따라 선택해야 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선택지 모두 방법이 달라서 그렇지 궁극적으로는 브루잉 커피의 대중화를 위한 것이기에, 생산성과 품질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좀 더 나은 방안을 모색하려는 자세는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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