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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의 차 차의 사계절

커피스터디

사계절의 차 차의 사계절
티인사이드 기사를 연재한 지 어느덧 10개월 정도가 지났다. 봄차가 막 나올 즈음 첫 원고를 넘겼고, 얼마 전 겨울차 소개가 끝났으니 티수입사로서는 이 글을 쓰며 1년간 치를 행사가 얼추 끝난 셈이다. 이번 호에서는 사계절과 차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차나무가 1년을 보내며 어떤 일들을 겪는지, 또 계절마다 어떤 차를 만날 수 있는지를 알아보자. 차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면 매 계절 바뀌는 차를 보고 음미하며 즐거운 1년을 보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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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계절은 무척 중요하다. 매 시즌 생산되는 차가 다르기도 하지만 같은 이름의 차라고 하더라도 계절에 따라 향미의 차이가 무척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차를 수입하고 판매하는 입장에서 계절에 따른 차 맛의 차이를 세세히 소개하려 한다. 과일, 채소처럼 제철이 있는가, 철에 따라 맛이 다른가에 대해 궁금증이 생길것이다. 이는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보통 차의 계절은 찻잎의 수확 시기를 말한다. 차나무에 붙어있는 녹색 잎, 생엽을 따면 그때부터 ‘제다(製茶)’의 시작이라고 본다. 찻잎을 따는 순간부터 짧게는 몇시간, 길게는 며칠에 거쳐 ‘1차 완성 차’를 만든다. 완성되는 시기가 생엽을 수확하는 때와 크게 차이가 없기에 계절상으로 수확 시기가 곧 완성 시기가 된다. 봄에 딴 찻잎으로 만든 차는 봄차, 겨울에 딴 찻잎으로 만들면 겨울차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계절을 분류할 때 동양권에서는 보통 24절기로, 서양권에서는 ‘퍼스트 플러쉬First Flush’, ‘세컨드 플러쉬Second Flush’, ‘어텀널Autumnal’, ‘윈터 플러쉬Winter Flush’ 등으로 구분한다. 대부분의 차가 이 구분에 맞게 떨어지지만 그렇지 않은 차도 있다. 추운 날씨에 봄이 늦게 오거나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 있는 산지가 그렇다. 대만에서는 백두산 천지보다 높은 해발 2,400m 이상에 위치한 차 산지가 있다. 이런 곳에서는 5월 말, 6월 초가 되어야 첫차가 나온다. 이 경우 절기상으로는 여름에 나온 찻잎이지만, 겨울 이후 처음 따는 찻잎이기 때문에 편의상 봄차 혹은 첫물차라고 한다. 반대로 봄이 일찍 오는 따뜻한 지역의 극조생종1)은 입춘이 오기 전에 찻잎이 나는 경우도 있다. 일부에서는 이런 차를 ‘봄을 모르는 차’라는 뜻 으로 ‘부지춘(不知春)’이라고 부른다.


봄, 모두가 기다리는 첫 번째 싹 틔움

‘춘차’, ‘봄차’, ‘첫물차’, ‘퍼스트 플러쉬’. 모두 봄차를 이르는 말이다. 많은 차 애호가가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시기다. 많은 산지에서 봄에 생산된 차를 1년 중 최고로 친다. 특히 봄에 생산된 녹차는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도 대부분의 고급 녹차가 봄에 만들어지며 많이 알려진 ‘우전’이 대표적인 봄차라 보면 된다. 우전은 절기 중 ‘곡우(穀雨)’ 이전에 채엽한 차를 이른다. 비 우(雨) 자에 앞 전(前) 자를 붙여 우전이라 하는 것이다. 비슷하게 중국에서 ‘청명(4월 초)’ 전에 딴차는 ‘명전(明前)’이라고 불린다.

같은 다원에서 동일한 품종으로 자란 찻잎을 채집한 후 비슷한 실력으로 제다를 한다고 가정한다면, 녹차는 이른 시기에 어린싹을 이용할수록 맛이 좋아진다. 그러나 잎이 어릴수록 수확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많은 차농은 생산량과 품질 사이에서 갈등하곤 한다. 반대로 봄에 채엽했더라도 많이 자란 잎으로 만든 차는 품이 떨어지는 편이다. 즉, 봄차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차는 아니니 잎의 여린 정도, 채엽 날짜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봄차는 왜 맛이 좋은 걸까. 봄차에는 차에서 산뜻한 맛과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이 다른 계절의 차보다 풍부하다. 여름차에 비교해 최소 2배가량 높은데, 이는 대부분의 차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특히 녹차 품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차나무는 양질의 차를 만들기 위한 성분을 겨우내 많이 축적해둔다. 차나무의 기초 저장 물질인 탄수화물을 저장해 놓는 것인데, 겨울 동안 쌓이다 봄차의 싹을 틔우는 데 쓰이고 품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찻잎이 나고 수확한 후 차나무가 다음 찻잎을 틔우기까지 다시 탄수화물을 축적하며 쉬는 시간을 가진다. 여름, 가을은강수량과 일조량이 많아 그 시간이 매우 짧은 데 반해, 봄에는 동면에 들어간 차가 여섯 달 정도 쉰 후에 첫 잎이 피기 때문에 양질의 차가 나오는 것이다.


그 외에도 봄차가 좋은 이유는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고, 녹차 말고도 봄차를 최고로 치는 품종이 많다. 보이차, 무이암차 등의 청차와 상당수의 백차의 봄차가 고품질로 여겨진다. 기호에 따라 다르지만 다즐링 같은 홍차도 퍼스트 플러쉬를 가장 좋아하는 이가 많다. 많은 수입사와 차농에서 봄차를 소개하며 선구매나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활발한 홍보를 하므로, 봄은 1년 동안 마실 차를 비축하기 좋은 시기다.


1) 동일한 농작물 중 다른 품종에 비해 성숙이 빨라 수확 시기도 빠른 품종.


여름, 홍차와 동방미인, 냉침의 계절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온다. 여름밤 창문을 열어 놓고 뜨거운 차 한잔을 즐기며 땀을 뻘뻘 흘리고 나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그러나 한낮에도 뜨거운 차를 마시기는 쉽지 않은 법. 여름은 시원하고 경쾌한 냉침차를 마시기 더없이 좋은 계절이고, 특히 여름 홍차가 냉침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여름은 양질의 홍차가 많이 나오는 계절이다. 홍차 품질의 우열을 가릴 때 테아플라빈Theaflavin 함량을 지표로 삼는 경우가 많다. 테아플라빈은 티 폴리페놀의 산화 중합체로, 이 티 폴리페놀이 특히 여름에 많이 합성된다.

여름차에는 티 폴리페놀을 포함해 진하고 강한 맛을 내는 성분들이 많다. 이 때문에 밀크티나 블렌딩티 재료로도 환영받는다. 더 좋은 것은 여름차가 일반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 봄차의 40~70% 가격대로 같은 산지의 여름차를 구매할 수 있다. 가성비가 좋을 뿐만 아니라 맛도 진해 음료용 차가 필요하다면 여름차를 추천한다. 퍼스트 플러쉬가 워낙 유명하긴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만나는 검은 찻잎에 오렌지빛이 선명한 홍차 중에는 여름차가 많다.


여름차를 최고로 치는 차종에는 ‘동방미인’이 있다. 동방미인은 ‘소록엽선’이라는 작은 벌레의 충해를 많이 입을수록 그 가치가 높아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벌레가 그렇듯 소록엽선은 여름에 활동이 가장 왕성하다. 이 때문에 동방미인에 한해 여름차의 품이 가장 좋은 것이다. 2005년 여름 신죽현의 동방미인 비새에서 특등장을 받은 차가 한 근(600g)에 101만 타이완 달러, 한화로 약 4,150만 원에 낙찰되었던 것을 보면 그 위상을 짐작하고 남을 것이다.봄에는 물이 좋고, 

가을에는 향이 좋다

‘춘수추향(春水秋香)’이라는 말이 있다. 봄차는 맛이 좋고 가을차는 향이 좋다는 말이다. 가을에는 평균 기온이 낮고, 건조하며 일교차가 커서 향이 좋은 차가 생산되기 좋다. 또한 향기 물질의 함량, 가짓수도 많다. 당연히 차의 향을 중요시하는 애호가들은 가을차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말 그대로 찻물은 봄차보다는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향이 큰 특징인 차, 예를 들어 오룡차를 가을차로 마셔보자. 그 향에 취할 것이다.


육수 같은 두터움, 찻잎도 옷을 입는 겨울

사계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겨울. 차 애호가들도 겨울차는 고개를 갸웃하는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에 차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차나무는 평균 기온이 떨어지면 동면에 들어가지만, 내한성이 높은 품종이나 겨울이 따뜻한 나라에서는 겨울에도 차를 재배할 수 있다. 그중 그 위상이 봄차와 비교될 정도로 높은 차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대만의 고산차다.

겨울차는 봄차에 비교해 생산량이 70% 전후밖에 되지 않는다. 가물거나 하면 그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도 왕왕 있다. 기온이 떨어지면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찻잎이 옷을 입듯 두꺼워진다. 찻잎이 추위에 견디고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함인데 이러한 잎으로 차를 만들면 맛이 육수같이 두텁고 풍부해진다. 게다가감칠맛이 나고 쓰고 떫은 맛이 적어 우리기도 쉽다. 내포성이 좋아 여러 차례 우려내도 좋은 겨울 고산차는 흰 눈이펑펑 내리는 겨울날 뜨끈하게 스미는 별미 중 하나다.


차의 계절하면 흔히 봄이 떠오르지만, 더욱 다양하고 계절에 맞는 차를 즐겨보면 그 재미가 배가 된다. 참 희한하게도 봄에는 싱그럽고 신선한 봄차가, 여름에는 경쾌하고 선명한 여름차가 생각나고, 가을에는 가을밤보다 아련한 차향이 그리워지며 겨울에는 깊고 진한 겨울차가 문득문득 떠오른다. 계절의 맛이 비단 밥상에서 끝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곧 싱그러운 봄차를 맞이하게 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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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월간커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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