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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커피 시장 - 로부스타에서 아라비카, 그리고 스페셜티까지

커피스터디

TIP 인스턴트 커피 시장 - 로부스타에서 아라비카, 그리고 스페셜티까지
‘인스턴트 커피’ 하면 흔히들 말하는 ‘커알못’, 즉 커피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마시는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싸구려 커피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가진 인스턴트 커피 시장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저렴한 로부스타를 사용하던 시절에서 100% 아라비카로의 전환, 요즘은 그중에서도 ‘스페셜티 커피’로 제조한 제품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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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커피시장이 성장하기 전, 우리나라에서 커피란 ‘타 먹는 것’이었다. 동서식품은 1970년 분무건조공법을 통해 국내 최초로 인스턴트 커피를 선보였고, 1976년에는 커피와 설탕, 프림이 적정 비율로 담긴 커피믹스를 출시했다. 이는 중독성 있는 달달한 맛과 간편한 제조법으로 인해 많은 이에게 사랑받으며 국내 커피시장을 점령했다.

그러나 2000년대 무렵부터는 ‘스타벅스’를 필두로 원두커피 문화가 유입되면서 인스턴트 커피는 커피시장에서 조금씩 밀려나기 시작했다. 스페셜티 커피까지 등장하며 고급화의 바람이 불자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가속화됐다.

식품공전에 따르면 분말 형태의 물에 타 먹는 커피는 인스턴트 커피, 조제 커피 두 가지로 나뉜다. 인스턴트 커피는 오로지 동결 건조한 커피로만 만든 것이며 조제 커피는 설탕이나 프림, 착향제 등 커피 외 다른 성분이 들어간 제품, 예를 들면 커피믹스다. 최근의 통계를 살펴보면 조제 커피의 매출은 2015년 9,902억 원에서 2018년 8,731억 원으로 12% 감소했다. 인스턴트 커피의 매출은 2015년 2,224억 원에서 2017년 2,519억 원으로 증가했으나 2018년에는 2,425억 원으로 줄어든 모습이다.

이후로 저렴한 로부스타 커피만을 사용하는 인스턴트 커피의 품질 개선이나 아메리카노로 돌아선 소비자의 마음을 다시 잡기 위한 노력 등이 꾸준히 이어져왔다. 2009년 스타벅스는 아라비카 커피만을 사용해 만든 인스턴트 원두커피 ‘비아VIA’를 출시해 주목받았다. 이어 동서식품에서는 2011년 인스턴트 원두커피 제품 ‘카누’를 출시했다. 카누는 그 해 3,700만 잔이라는 판매 기록을 세우며 뜨거운 관심을 증명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스틱 커피’라는 새로운 분류가 등장했다. 스틱에 담아 판매하는 인스턴트 커피로, 스타벅스의 비아, ‘이디야커피’의 ‘비니스트’가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일까. 인스턴트 커피 시장의 전망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곤 한다. 우선 원두커피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커피 시장에서 40% 이상, 세계에서는 2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 시장조사업체 ‘모조인텔리전스’는 인스턴트 커피 시장이 2024년까지 연평균 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스페셜티’ 인스턴트 커피, 국내에도 등장

흥미로운 건 스페셜티 커피업계에서도 인스턴트 커피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위프트 컵 커피Swift Cup Coffee>, <보일라Voilá>, <인텔리젠시아Intelligentsia> 등 여러 해외 브랜드에서는 프리미엄 인스턴트 커피를 선보였고, 네슬레 또한 <블루보틀>을 통해 스페셜티 인스턴트 커피를 소개한 바 있다. 국내의 경우 지난 4월 <커피 리브레>가 스페셜티 인스턴트 커피 ‘나초NACHO’의 출시 소식을 전했다. 관련하여 서필훈 대표는 “지난 3년간의 연구개발 노력이 집약된 제품”이라며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는 커피 리브레의 핵심 제품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커피 향미 보존이 어려운 인스턴트 커피 제조에 눈독 들이는 건, 앞서 이야기한 대로 전망이 괜찮은 시장이라 제품의 퀄리티를 끌어올리면 충분히 좋은 성과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원두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는 커피를 분쇄하고, 적정 온도로 끓인 물을 천천히 부어가며 추출해야 한다. 추출이 완료된 후 커피 찌꺼기 정리와 주변 청소도 꽤나 번거로운 일이다. 그러나 인스턴트 커피는 참 간단하다. 스틱을 뜯어 분말커피를 컵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붓기만 하면 커피 한 잔이 완성되며 뒤처리할 것도 없으니 말이다. 이처럼 간편한 제품에 좋은 맛과 풍부한 향미까지 보장된다면 커피시장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스페셜티 인스턴트 커피의 과제

그러나 해결할 과제는 다수 있어 보인다. 커피비평가협회 박영순 회장은 한 칼럼을 통해 “인스턴트 커피 제조에 사용된 커피 산지와 품종은 물론 농장과 커피 등급 등 상세한 내용의 기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스페셜티’라는 명칭을 사용한다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부분이라는 것.

또한 스페셜티 인스턴트 커피는 고품질의 원재료를 사용하며 커피 향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각종 기술을 적용했기에 기존 인스턴트 커피보다 가격대가 높다. 나초는 스틱 7개가 동봉된 한 박스가 1만 5,000원으로 한 잔당 약 2,100원 수준이고, 해외 브랜드 제품들은 보통 16~17달러. 한화로 환산하면 한 잔에 3,000원가량이다. 일부 저가 커피전문점과 비교한다면 카페에서 구매한 커피 한 잔보다 높은 가격이다. 결국 소비자가 스페셜티 커피라는 원재료에 투자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며, 타 인스턴트 커피 제품보다 높은 가격을 납득할 수 있도록 확실한 퀄리티가 보장돼야 하는 것이다.

인스턴트 커피 시장이 전망대로 꾸준히 성장해나갈지, 그 속에서 스페셜티 인스턴트 커피는 어떻게 발전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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