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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품종과 종의 이해

커피스터디

TIP 커피 품종과 종의 이해
『로스팅 크래프트』의 저자이자 <뉴웨이브커피로스터스>를 운영 중인 유승권 대표가 전하는 커피 정보. 품종에 관한 이야기부터 로스팅 지식까지 다양한 커피 이야기를 폭넓게 다룰 예정이니 주목하자.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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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의 수가 늘어나는 만큼 경쟁도 점점 치열해진다. 커피에 대한 지식이 전반적으로 상향됐다고는 하나, 사실상 커피 산지를 직접 보고 경험한 사람과 책·영상을 통해 간접 경험한 사람의 차이는 대화를 통해서도 느껴질 정도로 그 경계가 분명하다. 요즘 소비자는 참 영리하고 현명하다. ‘내’가 진심으로 커피 이야기를 하면 고객도 이를 느끼며, 자연스레 재방문으로 이어진다. 즉, 진정성은 소비자가 매장을 재방문하게 되는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해서 필자는 이제부터 고객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전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커피 생산의 전 과정을 들여다보고 이에 대한 지식과 정보, 그리고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커피의 전설과 신화 그리고 기원

‘칼디의 전설’을 아는가. 커피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에티오피아 산악지대에서 염소를 키우던 칼디Kardi라는 목동에 관한 이야기다. 칼디는 어느 날 빨간 열매를 먹고 흥분한 염소를 발견하게 된다. 호기심이 생겨 자신도 먹어보았는데 피곤함이 사라지고 활력이 생겼다. 빨간 열매의 효과에 놀란 칼디는 이를 채취해 지역 수도승에게 주었는데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 불 속에 던져버렸다. 그러나 빨간 열매는 오히려 불에 구워지며 향긋하면서 매력적인 냄새를 피워냈고, 이에 흥미가 생긴 수도승이 음료로 만들게 되면서 커피가 탄생했다는 이야기다. 꽤 재미있는 에피소드지만, 사실 염소는 커피 열매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커피업에 종사하는 에티오피아 사람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웃을 정도인데, 굳이 우리나라 신화로 따지면 “곰이 마늘과 쑥을 먹는다”라는 말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전설은 전설일 뿐. 이제 커피가 탄생하게 된 실질적 역사에 대해 알아보자. 에티오피아 남서부 지마Jimma, 아가로Agaro, 테피Teppi, 게셰Geshe, 일루바보르Illubabor 등의 지역에는 야생 커피나무가 넓게 분포되어 있었다. 1400년대 하라르Harar 지역의 한 무역 상인이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에티오피아 남서부 숲속을 지나다가 우연히 야생 커피체리를 발견했다. 타고난 사업가였던 그는 커피체리를 사업 아이템으로 눈여겨보고, 하라르에 있는 자신의 정원에 옮겨 심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향신료를 구매하기 위해 하라르에 방문한 예멘Yemen 무역상에게 부나 커피Buna-Coffee를 적극적으로 추천했고, 이를 계기로 커피의 역사가 시작된다. 당시 예멘 무역상은 별다른 기대가 없었다.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지인들을 집에 초대해 부나 커피를 함께 마셔보았는데 반응이 매우 뜨거웠고, 그 이야기가 널리 퍼지면서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수요가 급증하니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 결국 부나 커피의 가격은 치솟았고, 이를 독점해 많은 이익을 취하고 싶었던 예멘 무역상은 자신에게 커피를 추천한 하라르 무역상의 커피 체리를 몰래 훔쳐 자신의 정원에 옮겨 심었다. 이렇게 예멘 전역에 커피가 전파되었다. 그 후 300년간 예멘 정부는 커피를 철저히 통제했지만, 1665년 바바부단Baba Budan이라는 사람이 지팡이에 커피를 숨겨 반출해 인도에도 커피가 전파되었다.

커피 종과 품종 

많은 이들이 커피 원산지를 에티오피아라고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커피 종Species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발견되었다.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남서부, 수단 남동부, 케냐 북부, 아시아의 네팔, 인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호주 등지가 바로 그곳이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보급된 커피는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종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커피 종은 125가지이며, 이 중에서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코페아 아라비카Cof-fea Arabica(이하 아라비카)와 코페아 카네포라Coffea Canephora(이하 카네포라)다. 아라비카를 대표하는 품종Variety은 티피카Typica, 카네포라의 대표 품종은 로부스타Robusta다. 그리고 아라비카가 커피 생산량의 약 70%를, 카네포라가 나머지 30% 정도를 차지한다. (코페아 리베리카liberica의 생산량은 0.1% 정도이니 생략하겠다) 아라비카는 300년 전 1,800~2,000m의 높은 고도에서 1년 내내 18~22℃의 시원한 기온이 유지되는 아프리카 열대우림에서 코페아 유게니오이데스Eugenioides와 카네포라가 타가수정되면서 탄생했다. 오늘날에는 아라비카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아프리카와는 다른 중미, 아시아의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변이되거나, 티피카와 로부스타를 함께 재배해 자연적으로 수정되면서 새로운 품종이 등장했다. 여기에 녹병Roya에 강한 커피와 같이 필요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든 하이브리드 품종도 있다.


이렇게 커피 품종은 다양해지고 있지만 대부분이 티피카에서 파생된 것이기 때문에 유전자 코드Genetic Code는 매우 유사한 모습을 띤다. 예를 들어 버번Bourbon은 티피카와 유전자 코드가 99% 동일하다. 품종이 다르면 향미가 확연히 달라지지만, 향미도 결국 품종의 유전적 요인에 기인하기 때문에 컵노트가 생각만큼 다양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같은 품종이라 하더라도 테루아Terroir와 재배 조건에 의해 향미가 달라질 순 있다.

현재 커피를 둘러싼 수많은 루머가 있다. 이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커피 정보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커피가 가진 신비로운 비밀을 이해하기 위한 많은 노력과 경험 그리고 공부가 필요하다. 이러한 열정이 뒷받침된다면 커피가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월간커피DB
사진  월간커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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