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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는 어떻게 해석ㆍ정의해야 하는가?

커피스터디

TIP 에스프레소는 어떻게 해석ㆍ정의해야 하는가?
에스프레소 추출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조건은 ‘로스팅으로 어떤 향미를 표현할 것인가’이다. 이를 로스터가 바리스타에게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로스팅을 주 업무로 하다 보면 사실상 추출에 대한 관심과 기회가 적어지기도 한다. 더 나은 맛을 위해 로스터는 바리스타와의 뚜렷하고 선명한 교감에 힘써야 한다. 즉, 로스터도 추출에 관한 기본적인 이론과 배경지식 그리고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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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출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추출에 관해 바리스타들은 ‘커피 성분을 잘 녹여내고, 마셨을 때 맛있는 것’이라는 매우 주관적인 기준점을 제시한다.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좋은 예시라고도 할 수 없다. 극단적으로 편추출Channeling이 일어나 한쪽 스파웃Spout에만 커피가 추출되거나 전체 추출 시간이 통상적인 수치(25~30초)에서 벗어나면 모를까, 추출되는 과정에서 커피가 떨어지는 모양, 색상과 점도 등을 보고 성분이 잘 나오고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

‘마셨을 때 맛있는 것’이라는 판단 역시 다분히 주관적이며 역치에 대한 이해가 없는 기준점이다. 매우 쉬운 예로 신맛을 좋아하는 바리스타는 당연히 라이트 로스팅 된 원두를 선호할 것이고 쓴맛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리스타는 다크 로스팅 커피를 선택할 것이다. 바리스타마다 경험과 경력 그리고 기호가 다르기 때문에 원두 선별부터 발생할 수 있는 변수까지 상당히 다르게 나타날 터이다.

통상적으로 추출은 바스켓에 담는 커피 사용량(g)을 컵의 부피(㎖)로 측정하기 때문에 명확하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20g 바스켓에 21g 커피를 담고 30초 이내에 약 30㎖×2를 추출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바스켓 용량은 20g이지만, 21g을 넣거나 19.5g을 넣어도 무방하다. 바스켓에 담기는 커피의 양은 표시된 무게와 명확한 상관관계가 없고 추출은 단순히 부피로 측정해야 하므로 해석해야 하는 부분이 너무 많아진다. 이러한 문제는 계측단위를 무게로 통일하면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만약 바스켓에 담긴 커피양의 약 2배를 추출하려면 20g 커피로 40g의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면 간단명료해진다. 커피와 추출량이 1:1인 경우는 리스트레또로, 1:3이면 룽고나 롱블랙으로 나누어 추출해도 좋다.


추출을 무게 단위로 측정하는 이유는?

모든 커피는 셀룰로오스Cellulose* 등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 섬유소 70%와 물에 녹는 수용성 섬유소Solubles 30%로 구성된다. 필자는 ‘추출’이란 30%의 수용성 물질 중 20%를 이동시키는 것 즉, 무게의 이동이라고 본다. 20g 커피의 20%인 약 4g의 커피 성분 추출이 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정리하자면 추출은 반복여과Percolation를 통해 일어나는데 고체층에 용매인 물을 흘려보내 액체가 이동하면서 원하는 성분만을 얻어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단, 이때 농도TDS는 9~10%여야 한다. 과소추출Under-Extraction일 때는 20% 이하의 커피 성분이 추출된 것으로 농도는 약 9% 이하이고, 자극적인 산미와 약한 바디 등의 향미가 나타난다. 반대로 과다추출Over-Extraction은 20% 이상의 성분을 추출해 농도가 10% 이상이면 지나친 쓴맛과 강한 바디가 느껴진다.


추출 과정은?

머신마다 다르겠지만 하이엔드급 에스프레소 머신의 경우 프리인퓨전을 통해 추출을 보다 안정적으로 유도하지만, 그 시간이 총 추출 시간의 30%를 넘어가면 오히려 커피의 개성을 무력화한다. 낮은 압력으로 유량을 천천히 고르게 주입하면 커피 입자가 물의 열을 흡수해 팽창하면서 공극, 빈틈이 사라지게 된다. 이때 커피 입자의 재분배가 일어나 내부 밀도가 균일해진다.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인퓨전은 유량이 점차 증가하다 유격을 완전히 밀폐시키면 포터필터의 내부 압력이 상승하고, 커피 입자가 밀도 높은 하나의 고체 덩어리로 압착층(치밀층)Compact Layer을 만듦으로써 바스켓 홀을 막아 압력이 9bar에 도달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이때 바스켓에 커피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지 않거나 탬핑을 잘못하면 편추출이 발생하기도 한다. 에스프레소가 바스켓 필터를 통과하면서 추출이 시작되고, 고형 물질이 많은 초반에는 진한 색을 띠다 점점 희석되면서 노란색이나 흰색이 되며 설정값에 도달하면 추출이 종료된다.


크레마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크레마Crema란 무엇일까. 브루잉 커피와 에스프레소 커피를 구분 짓는 기준점이 바로 크레마다. 크레마는 90℃ 이상의 물과 8bar 이상의 고압을 통해 얻어지는 에스프레소만의 결과물이다. 이탈리아 커피를 기준으로 크레마를 들여다보면, 점도가 강하고 층이 두꺼우며 적갈색이나 암갈색을 띠어야 한다. 여기에 ‘타이거 스킨’이라고 불리는 얼룩이 더해지면 보다 완벽한 에스프레소로 인식된다. 이탈리아는 주로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를 블렌딩해 다크 로스팅하기 때문에 다크 초콜릿이나 향신료 같은 아로마에 인상적인 쓴맛과 강한 바디를 가진 커피가 완성된다. 반면 스페셜티 커피 기준으로 에스프레소를 보면 커피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캐릭터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라이트 로스팅이 선호된다. 이를 에스프레소로 추출하면 크레마의 점도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께도 얇다. 색깔은 대부분 옅은 갈색이나 밝은 노란색을 띤다.


평소에 합쳐지지 않는 두 가지 물질이 하나로 섞이는 것을 ‘에멀전Emulsion’이라고 한다. 에스프레소는 물과 오일이 섞여 있고 맨 위에 크레마가 자리 잡는다. 크레마가 에스프레소에 중요한 요소인 것은 사실이나, 이 부분만 스푼으로 떠먹어보면 쓰고 떫다. 커피의 향미를 깊고 풍부하게 한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크레마가 가지고 있는 오일 성분은 혀를 얇게 코팅해 쓴맛을 보다 적게 느끼게 하는 역할을 담당하면서 동시에 신맛과 단맛의 강도도 함께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에스프레소를 시음할 때 크레마가 어느 정도 제거된 후 마시는 것을 권장한다.

 월간커피DB
사진  월간커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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