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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이란 무엇인가

커피스터디

TIP 로스팅이란 무엇인가
로스팅이란 ‘생두’가 가진 향미를 ‘원두’의 향미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로스팅은 알려진 것보다 알려지지 않은 것이 더 많기 때문에 로스팅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프로파일을 적용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다. 로스팅 머신의 구조 열원, 열역학, 메일라드, 캐러멜화 등의 상호작용을 통해 커피로 표현되는 향미가 수백 가지다. 이번 호에서는 로스터가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것들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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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 프로세스

일정 온도로 예열된 로스터기에 생두를 투입하면 로스터기 내부와 생두의 온도는 ‘열평형Thermal Equilibrium’이 일어나기 전까지 하강했다가 터닝 포인트를 기점으로 상승하게 된다. 터닝 포인트에서 생두는 열을 흡수하는 ‘흡열 반응Endothemic Reaction’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 반응이 생두 투입 후 1분 30초에서 2분 이내에 일어나야 한다.


열을 흡수한 생두의 온도가 100℃에 도달하면 수분이 날아가 ‘수분 손실(혹은 수분 증발Evaporation)’이 일어나며 무게도 줄어든다. 수분이 기화하면서 생성된 증기 압력은 ‘1차 크랙’의 주된 원인이며, 동시에 열을 외부에서 내부로 전달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생두의 색상은 녹색에서 점차 연록색이나 흰색으로 바뀌다가 노란색이 된다. 생두가 가진 엽록소와 엽록체가 열에 의해 파괴돼 엽황소1)가 드러나는 것이다. 이는 가을에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것과 결이 같다고 보면 된다. 커피의 품종이나 프로세스, 산지 등과 상관없이 모든 커피가 공통으로 거치는 과정으로 130~140℃에 나타난다. 그다음 온도가 154℃에 도달하면 ‘메일라드 반응’을 관찰할 수 있다. ‘멜라노이딘Melanodine’에 의해 갈색이 되고 부피가 팽창하면서 은피Silver Skin가 벗겨진다. 메일라드 반응이 일어나며 당Sugar과 산Acid의 결합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구간을 너무 짧게 설정하면 자극적이고 강한 신맛이 나고, 반대로 너무 길게 끌면 신맛이 줄어서 커피의 생동감과 생기를 잃고 베이크드Baked, 플랫Flat 커피가 되고 만다.
 

위에 언급한 것들이 로스터에게 화학반응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필요한 이유다. 에티오피아 워시드, 케냐 워시드와 티피카, 게이샤 등 산미가 좋은 커피라면 보다 짧게 메일라드 구간을 설정할 수 있고, 반대로 브라질 펄프드 내추럴이나 중미의 허니 프로세스처럼 단맛이 좋은 커피는 이를 길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온도가 160℃에 도달하면 ‘캐러멜화Caramelization’가 일어난다. 흡열에서 연소로 넘어가며 발열 반응Exothermic Reaction이 시작되고, 이산화탄소CO2에 의해 압력이 생성된다. 이산화탄소는 1차 크랙에 도움을 주지만, 로스팅이 진행되면서 2차 크랙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다. 180℃로 올라가면 메일라드 반응은 현저히 줄어들고, 열이 약 194℃까지 상승하면 ‘1차 크랙’이 시작된다.

1차 크랙은 ‘시음할 수 있는’ 커피가 만들어지는 단계로 이때부터 DTRDevelopment Time Ratio을 적용해 커피를 배출할 시점을 잡을 수 있다. DTR은 총 로스팅 시간에서 1차 크랙 후 배출 시간까지의 비율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총 로스팅 시간이 10분, 1차 크랙이 8분이면 DTR은 20%다. 1차 크랙 때 흡열에서 발열 단계로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커피의 다양한 아로마가 생성된다. 아로마는 분자가 가벼운 슈가브라우닝Sugar Browning 2)에서 무거운 드라이디스틸레이션Dry Distillation3)로 넘어가는데, 그 과정은 모든 커피가 동일하게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당이 타버리는 220℃에 도달하면 재Ashes와 스모키Smoky 같은 향이 올라온다.
 

로스터가 단맛에 집중하고 싶다면 2차 크랙이 시작되기 전에 커피를 배출해야 한다. 너트와 같은 가벼운 단맛과 바디감을 표현하고 싶다면 DTR을 20~21%, 캐러멜처럼 달콤한 단맛과 무게감 있는 바디를 표현하고 싶다면 26~27%, 다크 초콜릿의 농후한 단맛과 인상적인 바디를 원하면 29~30%로 목적에 맞게 구간을 설정할 수 있다.

‘2차 크랙’은 이산화탄소 압력이 외부로 방출되면서 시작된다. 커피가 가진 고유의 아로마가 대부분 높은 온도에서 연소ㆍ방출돼 스모키, 담뱃재 같은 향이 강해지며 단맛이 줄고 쓴맛이 지배적인 커피가 만들어진다. 커피의 색은 흑갈색이나 검은색으로 표면에는 오일이 흘러나오고 약 20% 정도의 무게 손실, 1.5~2배의 부피 상승이 나타난다.

마지막 ‘냉각Cooling’은 휘발성 기체인 아로마를 커피 내부에 고체 형태로 남길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단계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로스터가 이를 간과한다. 냉각이 충분하지 않으면 의도치 않게 로스팅 레벨에 변화가 생겨서 아로마가 손실되기 때문에 최소 4분 이내에 커피 온도가 40℃ 이하로 떨어져야 로스터가 목표로 한 결과물에 도달할 수 있다.


로스팅 프로세스의 기준점, 온도
 

위 글에서 로스터가 알아야 할 기본적인 로스팅 프로세스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는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자가 외우는 음계와 악보처럼 로스터가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지식이며, 일정한 규칙과 질서이다. 필자의 경우 온도를 기준삼아 로스팅 프로세스를 요약ㆍ정리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온도 고정점(혹은 온도붙박이점)이 존재한다. 물의 어는점이 0℃이고, 끓는점이 100℃이듯 메일라드 반응은 154℃, 캐러멜화는 180℃, 1차 크랙은 194℃, 2차 크랙은 220℃에 일어난다. 이를 바탕으로 모든 커피를 하나의 프로파일로 로스팅할 수 있게 된다.

만약 1차 크랙이 브라질 커피는 180℃에, 에티오피아 커피가 200℃에 일어난다면 그 커피마다 고유한 로스팅 프로파일을 설정해야 한다. 그러면 10개 산지의 커피를 로스팅하기 위해 10개의 프로파일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품종, 산지, 프로세스에 밀도와 수분까지 다르니 로스팅 프로파일도 다르게 적용한다면 브라질 펄프드 내추럴 옐로우 버번을 기준으로 할지,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티피카 워시드로 할지도 정해야 하지만 특별한 기준이 없으면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가쉽지 않다.

로스터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본인만의 기준이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전체적인 로스팅 프로세스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따라서 로스팅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것은 로스터의 성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소비자에게 스페셜티 커피를 보다 친숙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월간커피DB
사진  월간커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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