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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커피 이야기-6

전문가 칼럼

브라질 커피 이야기-6 파젠다 상 호세 Fazenda Sao Jose
브라질 산지 투어 6번째로 방문한 농장은 ‘파젠다 상 호세Fazenda Sao Jose’다. 이곳은 JC 그로시 & 필루스Grossi & Filhos 그룹에 속한 17개 농장 중 하나로, 미나스 제라이스Minas Gerais 주의 세라도 미네이로에 위치해 있다. 이 지역은 미나스 제라이스 주 북서쪽의 55개 도시로 구성된 브라질 최초의 커피 원산지 ‘D.ODesignation of Origin’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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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 그로시 & 필루스 그룹은 1972년 호세 카를로스 그로시Jose Carlos Grossi가 설립한 가족 기업으로, 파트로시니오 군의 커피 농장 중 규모가 가장 크며, 다양한 품종을 재배한다. 필자가 방문했던 파젠다 상 호세에서는 카투아이 144와 IBC-5 품종의 커피가 한창 수확 중에 있었다.

농장 필드로 가기 전, 상파울로 시내에 있는 JC 그로시 & 필루스 그룹의 사무실에 먼저 도착했다. 농장주 JC 그로시는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해주며 브라질에서 일상적으로 마시는 모닝커피 서비스를 제공했다. 설탕을 첨가한 커피와 그렇지 않은 블랙커피 두 가지로, 설탕이 들어간 커피는 ‘카페징요Cafezinho’로 ‘환영’, ‘환대’를 뜻하는 브라질의 전통적인 커피다. 블랙커피를 선택한 내게 농장주가 “설탕을 넣어 마셔도 좋다”고 귀띔해 설탕을 넣으니 아니나 다를까 풍미가 훨씬 좋았다.
JC그로시는 “한국의 커피 실력은 최고이며 소비자의 트렌드를 파악할 때 한국시장은 매우 중요한 곳”이라면서 “세라도 미네이로 지역 커피로 한국시장에 진출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후 프레젠테이션이 이어졌다.

농장의 업적과 방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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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0~1880년, 유럽인이 브라질로 이주하던 때 1879년 창업주의 할아버지 안토니오 그로시Antonio Grossi는 상파울로 커피농장에서 일하고자 이탈리아 베네토 지역에서 브라질로 이주했다고 한다. 그의 아들인 마테우스 그로시matheus Grossi가 1950년 파라나의 농장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커피 농사를 시작했는데, JC 그로시는 어려서부터 마테우스를 도와 커피 농사를 배웠다. 그는 “농업기술을 익히기 위해 농업대학에 진학해 전념을 다했던 시기도 있었다”며 커피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한편 1950년대 이후 브라질은 도시화·산업화되기 시작했으며, 이는 농업노동 인력 부족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를 해소하고자 브라질 정부는 1970년대부터 기계농업을 장려했고, 이에 따라 평야에서 경사진 곳에 이르기까지 기계농업이 가능해졌다. 농업기술이 발달하면서 토양의 질도 향상해 커피 생산량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1972년 세라도 미네이로 지역으로 옮겨온 그는 세대를 거듭하며 일궈온 커피 농장들을 JC 그로시 & 필루스라는 그룹으로 묶었다. 여기서 필루스Filhos는 포르투갈어로 ‘자손’을 뜻한다. 이후 1991년부터는 스페셜티 커피 재배를 시작했다.
JC 그로시는 “브라질은 커피 재배하기에 좋은 넓은 토양과 열대우림 기후의 혜택을 받은 곳으로 숲을 보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커피나무를 심기 위해 숲의 나무를 베지 않는다”고 했다. 더불어 “1970년대 커피 질병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뒤 살충제, 제초제 등을 사용해왔지만 지금은 유기재배를 한다”고 강조했다.
인상적이었던 건 이곳이 새로운 사업에 끊임없이 투자한다는 점이었다. 알토 에스테이트Alto Estate를 설립해 여러 농장을 통합하는가 하면, 1999년에는 이곳에서 생산하는 커피에 가치를 더하기 위해 알토 카페잘Alto Cafeazal을 설립했다. 또한 2008년에는 커피 생산자와 수출업자에게 커피 저장 및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알토 파라나이바Alto Paranaiba'를 설립했다. 커피 재배부터 생산, 유통, 국제무역까지 원스톱one-stop 시스템을 갖춘 셈이다.

JC 그로시는 1990년대 커피 무역을 주관했던 브라질커피협회Instito Brazileiro do Café, IBC 의 해산이 궁극적으로는 좋은 품질의 커피를 생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고품질 커피 생산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국제적 콘텐츠와 마케팅의 필요성을 인식해 이 부분에도 집중한다.
그는 IBC의 해산 이후 국가 차원의 스페셜티 커피 성장을 위해 20명이 모여 설립한 브라질스페셜티커피협회BSCA의 창립 멤버다. 커피의 품질관리와 이력 추적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고, 커피 품종의 유전자 연구 및 정보 공유와 실험 농장 운영 등 다양한 업적을 이뤘다. 현재 농장에 거주하는 직원은 104명이며 정규직 직원 473명이다. 수확 중에는 직원 수가 두 배가 되는데, 교육 지원을 체계화하고 때로는 남녀를 분류해 각각의 특성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47년째 커피를 재배하며 쌓은 경험과 지식을 전 세계 커피전문가들과 나누길 희망한다”면서 그는 프레젠테이션을 마무리했다.

파젠다 상 호세의 커피 생산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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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농장이 있는 파젠다 상 호세로 이동했다. 이곳은 1995년부터 브라질캄피나스농업연구소Instituto Agronômico de Campinas, IAC와 함께 커피 품종 관련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진행한다. 그 결과 선정된 최고의 품종은 묘목을 재배한 뒤 각 농장에 잘 적응한 품종을 선정해서 심는다고 한다. 필자가 방문한 때에는 커피녹병에 대한 내성을 지닌 IAC 카투아이 SH3 품종이 시험 재배되고 있었다.
이 농장은 관개시설이 70% 가량을 차지해 스프링클러로 물과 영양분을 공급한다. 커피체리가 90% 정도 익었을 때 70% 가량 기계수확을 하며, 수확한 커피체리는 품질 저하를 방지하고자 당일에 웻 밀로 옮긴다. 세척, 이물질 제거, 펄핑, 분류 작업을 거친 체리는 파티오로 옮겨 햇볕에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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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과 펄프드 프로세싱은 모두 콘크리트 파티오에서 진행하는데, 2~3cm 정도의 얇은 두께로 습도를 없애는 정도로만 비교적 짧게 건조시킨다. 내추럴은 12시간, 펄프드 내추럴은 1~2일 동안 선드라이를 거친 후 기계식 건조기에서 습도가 11%가 될 때까지 건조시킨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동안 특별한 발효과정은 없었다. 커피의 균일성을 위해 내추럴은 40℃, 펄프드 내추럴은 45℃의 온도에서 12시간 동안 건조한 후 12시간 동안 휴식을 갖고 12시간 동안 다시 건조시킨다. 이후에는 사일로Silo에서 30일간 휴지기를 갖는다. 한편 JC 그로시 & 필루스 그룹의 웨어하우스인 알토 파라나이바는 하루에 파치먼트 4,000백을 처리할 수 있고 연간 400,000백을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30종의 커피 커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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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필드에서 관개시설과 기계수확을 경험한 후 집으로 초대돼 이곳의 안주인이 준비한 점심을 먹었다. 이후 다시 농장으로 돌아가 나머지 시설을 둘러보고 커핑을 하러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JC 그로시에게는 2명의 아들이 있다. 큐그레이더인 큰아들 세군도Segundo는 웨어하우스 관리와 커피품질을 담당하고, 둘째 아들인 마테우스Matheus는 농업경제학자로 가족사업을 돕는다. 커핑은 세군도가 스텝과 함께 SCA 커핑 프로토콜대로 차근차근 준비하고 이끌어, 참여인원 20명이 30종류의 커피 150개 컵을 커핑함에 있어 막힘이 없었다.
특별한 발효 과정 없이 뮤실리지mucilage가 있는 파치먼트 상태로 건조하는 커피가 많아서인지 대체적으로 단맛이 좋게 느껴졌다. 대부분 초콜릿과 견과류의 향미가 느껴지는 가운데 어떤 커피에서는 블랙커런트가 느껴져 흥미로웠다. 컵의 개수에 비해 다채로운 향미를 충분히 느끼지 못해서 살짝 아쉬웠지만 커피 품질 향상에 집중하는 농장주의 열정은 앞으로의 커피에 기대를 갖게 했다.

47년간 커피의 외길 인생을 뚜벅뚜벅 걸어왔으며, 앞으로도 그 길을 걸어갈 JC 그로시는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무엇 하나 부족하지 않게 커피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젊은 나이도 아닌데 지친 내색은커녕 커피 열정으로 똘똘 뭉쳐있었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파젠다 상 호세 농장 정보

● 인증 Rainforest Alliance, UTZ, BSCA, Cerrado Do Mineiro Region, APAE(발달아동지원), ABRINQ(아동노동근절)
● 지역 세라도 미네이로Cerrado Mineiro
● 평균 생산량 50,000 bags
● 수확시기 5~9월
● 규모 6,400ha(커피 재배 면적 3,025ha)
● 생산고도 900~1,140m
● 프로세싱 내추럴(65%), 펄프드 내추럴(35%)

재배 품종

● 아카이아
● 버번
● 카투아이 아마렐로•베르멜로
● 이카투
● IBC
● 문도 노보
● 루비
● 토파지오
● 투피 아마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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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커퍼스(한국커피품평협회) Cupper
現 티포인트 스튜디오 대표
現 서울시 강서구, 관악구 노동복지센터 커피강사
現 SCA Q-grader
前 이스타항공 창립/서비스마케팅 실장
前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노동조합 위원장

 고경임
사진  고경임

추천(1) 비추천(0)

  • 바리스타미니

    가족 농장으로 자식들에게 물려주기위한 아버지의 노력이 느껴지는 글 입니다..!!!!!

    2019-04-22

    좋아요(0)
  • victoriabc

    30종 커핑이라니ㄷㄷㄷ 엄청 힘들지만 맛있는 커피와 함께였다면 참 알찬 시간이었을 것 같네요 :)

    2019-04-22

    좋아요(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