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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 of Thailand

전문가 칼럼

Coffee of Thailand 태국, 아시아 커피의 보석
태국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여행을 떠나는 나라 중 하나다. 그러나 태국 커피에 대해서는 어지간한 커피인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태국은 오래전부터 커피를 재배해왔지만 대부분 자국에서 소비했고, 그 양도 부족해 라오스 등 주변 국가에서 수입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태국 커피 농장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필자는 태국 커피 농장 두 곳에서 누구보다 확실하게 이 변화를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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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에 도이창Doichang’이라는 브랜드가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시 태국 여행을 간 한국인도 도이창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기념품으로 원두를 사 오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기억하는 유일한 태국 커피다. 도이창은 태국 북구 지역이자 제2의 도시인 치앙마이에 있는 산 이름에 불과하고, 그곳에서 재배한 원두를 블렌딩해 판매한 것이다. 도이창은 당시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던 태국에서 론칭한 최초의 브랜드 커피인 셈이다. 다만 커머셜 커피를 잔뜩 태워서 볶는, 다크 로스팅으로 제공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태국 커피는 스타벅스보다도 더 탄 맛이 나는 다크한 커피로 각인되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도이창 열풍이후 십 년이 흘렀고, 최근 태국 커피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직관적으로 말하면, 태국의 스페셜티 시장은 한국과 3~4년 정도의 격차를 두고 따라오고 있다. 필자는 태국에서 SCA 교육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어 자세한 관찰이 가능한데, 이 격차는 점점 좁혀져 머지않아 한국보다 더 빠르게 스페셜티 시장이 형성될 거라는 확신이 든다. 그 이유는 바로 태국 농장의 새로운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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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농장은 위에 언급한 치앙마이 지역과 그 근처인 치앙라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지역들은 라오스, 미얀마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골든 트라이앵글이라고도 불렸다. 이곳은 고산지대여서 다양한 식물을 키울 수 있는데, 대마초 등의 마약 성분 식물이 재배되기도 했다. 마약상이 들끓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태국 정부가 발 빠르게 마약 농가를 설득해 커피 농장으로 변화시켰는데, 이것이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된다. 마약성 식물이 자랄 수 있다는 것은 곧, 커피가 잘 자랄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커피 사업은 처음에는 그저 단순한 농사에 가까웠고, 오랫동안 이들의 커피가 전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없었다.

 

  사실 이 중에서 가장 먼저 커피에 눈을 뜨게 된 곳은 미얀마다. 몇 년 전, 미국 스페셜티 커피의 대표 주자 중 하나인 블루보틀이 미얀마 커피를 대량 수입하면서 미얀마에서 스페셜티에 대한 기준이 세워졌고, 주변 나라에도 퍼져나가면서 태국에 큰 자극을 줬다. 스페셜티 커피를 재배하면 큰돈이 되기도 하고, 전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커피 농가들은 앞다퉈 SCA자격증 등 글로벌 교육을 받기 시작했고, 커피에 관한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는 붐이 일어나게 됐다. 이 중 정점을 찍은 것은 CoE 진출 가능성이다. 지난해 서울카페쇼에서 진행된 센서리 칼리브레이션sensory calibration’시간에 새로운 뉴스로 다루기도 했다. 이때 특별 게스트로 초청됐던 CoE 회장, 대니얼 대런에 의해 깜짝 공개된 후 CoE 진출국가에 태국이 언급돼 청중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로드맵을 보면 태국은 내년 이후 아시아 국가로는 1~2번째로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때문에 태국 커피 시장과 농가에서 더욱 다양한 시도를 하는 듯하다.

  

  최근 필자가 태국 그린빈 동향 파악 및 수입을 위해 간 곳은 치앙마이의 아카바 농장과 핀카출린세 농장이다. 필자의 교육 수강생이 운영하는 곳이라 편하게 둘러볼 수 있었는데, 두 농장 모두 상당한 내공과 놀라운 퀄리티를 보여줬다. 먼저 렉Lek이 운영하는 아카바 농장은, 고도 1,500미터에 위치하며 커피뿐 아니라 아쌈 티를 함께 재배 중이었다. 이 나무들이 자연스럽게 커피나무에 그늘을 만들어줘 생두가 아주 단단하게 익어갔다. 또한 바나나와 잭푸르트 등 다양한 유기농 과일을 키우며 테루아Terroir를 만들어가는데, 커피 역시 100% 유기농으로 재배 중인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농장의 가장 뛰어난 자랑거리는 농장 주변이 치앙마이에서도 가장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곳이라 기본적으로 커피의 클린컵이 올라간다는 점이었다. 그 밖에 경사면이 매우 가파르기 때문에 숙련된 피커가 잘 익은 체리를 손수 선별한다는 점도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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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로 방문한 핀카 출린세 농장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하지만 이곳은 안정된 토양과 함께 밤낮 온도 차가 큰 지역이라 커피 건조 시 다양한 프로세싱을 적용해 볼 수 있었다. 말리부, 발리, 아바나와 같이 지역 이름을 붙인 7개의 마이크로 랏Micro Lot은 이름에서 떠오르는 맛과 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7곳은 모두 무산소 발효Anaerobic Fermentation를 진행하는데, 사실 농장주인 수차오Suchao는 지난해 필자와 함께 코스타리카 CoE의 심사관이었다. 그는 그때 무산소 커피의 마스터 격인 코스타리카 엘 디아만테 농장을 방문해 영감을 얻었고, 그곳의 방식을 일부 도입하여 태국 최초의 무산소 농장을 만들었다. 농장을 둘러본 후 커핑 하면서 필자는 커피의 높은 퀄리티에 정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커핑을 했던 모든 생두를 구매했는데 무산소 발효로 인해 많은 양이 나오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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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은 정부와 농부의 무관심으로 인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깨끗한 자연환경과 테루아를 제대로 활용한 좋은 커피를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글로벌 환경의 변화와 대자본 속에서 그들의 눈이 떠지며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자본의 힘이 무서울 정도로 느껴지긴 했지만, 우리가 그것을 통해 더 좋은 커피를 만나게 됐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태국 커피 시장이 크게 변화하고 있음을 이번 방문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당장 전 세계의 생두를 수입하고 있는 필자 역시 태국의 좋은 커피를 계속해서 찾을 것이다. 이제 더는 새로울 것이 없는 중미나 아프리카 커피보다 완전히 세공되지 않은 보석이 눈앞에 있는 태국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매우 당연하다. 하지만 끝없이 가다듬어야 진정한 보석의 가치를 끌어낼 수 있는 것처럼, 태국 커피도 우리에게 크나큰 도전과제를 제시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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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커피미업 대표
現 CoE 국제심사트레이너
現 SCA AST

 김동완
사진  김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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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jvlWkd

    오오 브라질에 이은 새로운 산지인가요~ 태국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지 못했는데 재밌습니다! 앞으로도 독특한 산지들이 자주 소개됐으면 좋겠네요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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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스팅팍팍

    산지에 대한 목마름을 이렇게 글이라도 읽고 해소합니다...ㅎ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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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ictoriabc

    늘 산지내용은 흥미롭네요!! 동남아에서도 커피 재배를 알고있었지만 인도, 베트남,인도네시아만 알고있었는데 태국도 커피 재배국이였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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