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닫기

코로나19 시대 속 커핑,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해

전문가 칼럼

코로나19 시대 속 커핑,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해
커피 제3의 물결인 ‘스페셜티 커피시대’를 지나며 커핑은 커피의 중요한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많은 이들은 ‘이름이 있고, 얼굴이 있는 커피’라는 은유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더욱 가까워질 것으로 예측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전 세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으며, 이로 인해 초래된 다양한 문제가 꼬리를 물고 있다. ‘커피 제4의 물결’까지는 아니더라 ‘커피 제3.5의 물결’은 ‘비대면시대의 커피’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9f0f30f3157e942b3b28a86dbbd0840f_1605228666_2843.jpg
 

코로나와 커피산업의 현재
가장 먼저 생산국의 경우, 셧다운으로 인한 통행의 제한으로 인력수급이 불안정해져 ‘노동집약적 산업’인 커피 재배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재배, 수확, 가공에 필요한 인력을 구하는 게 불가능에 가까워졌으며, 수출을 위한 운송 및 선적 등 다양한 문제가 도미노처럼 일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바이어’가 생산국을 방문해 직접 커피를 선택하고 확인하는 과정이 불가능해지면서 이는 ‘수출량 감소’로 직결되었다. 수출량 감소는 다시 농가소득 감소를 가져오고, 나아가서는 국가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온두라스 부통령 히카르도 알바레즈Ricardo Alvarez는 대변인을 통해 오로 데 오코테페케oro de Ocotepeque 오로 데 오코테페케 대회는 생산국의 소규모 농부와 소비국의 스몰 로스터를 1:1로 매칭하여 농부들이 합당한 가격에 커피를 판매할 수 있도록 미국의 쉐리 존스와 한국 연응주 대표가 고안한 행사다. 한국, 미국, 러시아, 독일 등 다양한 국가의 바이어가 직접 온두라스를 방문해 커핑을 거쳐 순위를 매기고, 현장 옥션을 통해 입상한 커피를 판매한다.
, 오로 데 산타바바라oro de Santa barbara에 심사위원 겸 바이어로 초청된 이들을 비롯한 온두라스 커피 주요 바이어들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냈다. ‘온두라스 커피에 여전히 관심이 있다면 나의 사무실로 직접 연락해 달라. 어떤 커피를 원하는지에 따라 농부나 조합을 추천해주거나, 원하는 회사와 연결해줄 수도 있다. 온두라스 농부들이 지속적으로 꿈을 꾸고, 그들의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내용의 메일이다(오른쪽 사진 참조). 이처럼 온두라스와 같이 ‘커피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2020년뿐 아니라 2021년의 경제 상황까지 최악으로 치달을 것을 걱정하고 있다. 농부들은 생산된 커피를 판매해야만 다음 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상황이기에 현재 상황의 심각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이는 비단 생산국에만 해당하는 상황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K-방역’이란 단어로 전 세계에서 ‘코로나에 효과적인 대응을 한 모범국가’로 꼽혔지만, 순간의 방심으로 인한 재확산이 일어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이후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좌석이 폐쇄되고 영업시간이 제한되는 등 커피산업에는 부정적인 신호가 켜졌다. 이와 관련하여 한 업주는 “코로나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해왔지만, 이제는 ‘당장 내일은 어쩌고 다음 달에는 또 어떡하지’ 싶다. 수도권에서 2.5단계가 시행된 후 손님이 정말 손에 꼽을 수준”이라고 말했다. 성수동에서 개인 매장을 운영 중인 한 업주는 “유동인구 자체가 없는데 매출이 나올 수 없다. IMF 때보다 더 힘든 수준”이라며 “2주 동안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성실하게 지켜왔으니 코로나가 부디 안정세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라도 광주에서 <화이트셔츠 커피>를 운영 중인 류주혜 대표는 “광주는 타 지역에 비해 청정지역이라 생각해왔는데, 집단감염이 몇 차례 발생하는 걸 보고는 자체적인 단축영업, 마스크 착용 등을 더욱 엄격하게 진행하면서 거리두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얼른 확산세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시대 속 커핑
 

9f0f30f3157e942b3b28a86dbbd0840f_1605228708_6725.jpg9f0f30f3157e942b3b28a86dbbd0840f_1605228708_7327.jpg
 
1. 변경된 프로토콜
커피 관련 다양한 콘텐츠 중 코로나에 가장 취약한 부분은 ‘커핑’이다. 참가자들이 각자의 커핑 스푼으로 한정된 컵 안의 커피를 떠서 입으로 가져가는 행위를 반복해야 하니, 비말을 통해 감염되는 코로나 전파의 온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취약점 때문인지 SCA는 ‘코로나 시대의 커핑 프로토콜’을 발표했다. 변경된 프로토콜을 살펴보면 커피와 물의 비율은 같지만, 커피를 입으로 가져가는 방법이 다르다.
우선 샘플별 전용 커핑 스푼을 준비해놓는다. 그 누구도 커핑 스푼을 입에 대서는 안 되기 때문에 참가자는 커피를 뜰 때만 스푼을 이용해야 한다. 커피를 뜬 후 각자 지참한 컵 혹은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개인 컵에 옮겨 담아 맛을 본다. 이때 슬러핑과 유사한 방식으로 빨아들여도 좋고, 평소에 커피를 마시듯 편하게 음용해도 된다. 이렇게 달라진 음용법은 코로나 전파의 가능성을 현저히 낮추고 있다.
새로운 프로토콜의 발표는 커핑은 코로나 시대에도 이뤄져야 하는 필수적인 과정임을 내포한다. 산지에서 생산된 커피는 지역과 기후에 따라 1년 내 소비국으로 움직이므로, 원하는 국가의 여러 지역 커피를 맛보고 구매하는 것은 미룰 수 없는 작업인 것이다. 그러나 변경된 프로토콜에 따라 개인 컵에 커피를 덜어 마시는 방식으로 커피 향미를 인지하려면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기존 방식처럼 슬러핑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커피가 지닌 여러 향 중에서 휘발성이 높아 빠르게 날아가는 것들을 인지할 수 없다는 건 꽤나 치명적이라 볼 수 있다.

2. 뉴크롭 생두 커핑
커핑을 통해 1년간 판매할 커피를 선정하는 업체들은 이러한 상황이 야속하다. 이와 관련하여 익명을 요청한 한 업주는 “1년에 한 번 들어오는 뉴크롭을 빠르게 선점하는 건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예년 같으면 생두 업체에서 개최하는 비즈니스 커핑이 꽤나 다양하게 열렸는데, 이제 그런 행사가 없을 뿐 아니라 참가하기도 조심스럽다. 코로나로 인해 영업시간이 줄고 매출이 감소하는 등 악재의 연속이지만, 생두 확보는 필수불가결의 문제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러 생두 업체는 ‘비즈니스 커핑’과 ‘퍼블릭 커핑’을 열어 더 많은 이들이 자사 커피를 맛보게 하는 식으로 홍보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코로나의 확산으로 이러한 방식의 마케팅은 불가능해졌다. ‘전염병’이라는 불가항력적 상황이기에 커핑 중단은 적절한 조치이고, 정부의 방침에 맞게 움직이는 것이 마땅하기에 생두 수입업체들은 새로운 마케팅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7월 9일 <커피리브레>에서 진행한 ‘인스타그램 라이브 커핑’은 현 시점에서 매우 적절한 행사로 꼽을 수 있겠다. 본 행사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전 신청자를 받은 후 그들에게 샘플을 발송하고,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함께 커핑하는 방식이었다. 한 참가자는 “코로나의 재확산으로 인해 집합 모임이 불가능해져 커핑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온라인을 활용한 방식으로 커피리브레 서필훈 대표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어 몹시 유익했다. 커피 구매는 물론이고 판매할 때도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시청하는 것이 매우 재밌었다. 실제로 함께 커핑하는 것처럼 세팅을 마친 후 진행했는데, 각 커피가 어떤 장점 때문에 수입됐는지 알게 돼서 로스팅할 때도 큰 도움이 됐다. 코로나 시대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다함께 모여 소통하며 함께 맛보는 행위가 불가능해진 상황에 이러한 방식의 커핑 행사는 종종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주에 계속

 송호석
사진  송호석

추천(0) 비추천(0)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