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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 그리고 블렌딩, 커피 트렌드의 변화를 말하다 Ⅱ

전문가 칼럼

로스팅 그리고 블렌딩, 커피 트렌드의 변화를 말하다 Ⅱ
‘고가 커피’의 기준점이 연일 기록을 경신하는 그야말로 스페셜티 커피의 홍수, 초고가 커피의 시대에 사는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어떤 것일까? 커피에 대한 대중들의 시각은 어떨까? 이번에서는 에스프레소 블렌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과거와 현재 달라진 것은 무엇인지, 카페들은 어떤 이유로 블렌드를 만드는지 등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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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블렌딩 커피인가?
블렌딩의 목적은 다양한 커피를 혼합하여 서로가 가진 장점을 부각하는 동시에 단점을 보완하는 효과를 누리는 것이다. 디오네인터내셔날 송성준 대표, 어라운드커피 탁영준 대표, 세종 이도커피 이경호 실장, 커핑포스트 이치훈 대표까지 총 4명의 인터뷰이에게 저마다의 블렌딩 철학과 관점을 물었다. 이에 대한 답변을 통해 지역별 로스터리가 추구하는 블렌드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싱글 오리진 커피도 많은데 굳이 블렌드가 필요할까? 커피 본연의 맛을 보다 선명하게 즐기거나, 초고도화된 가공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스페셜티 커피가 아닐까?
 

이도커피 이경호 실장

블렌드는 결국 자사의 가치를 커피로 표현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이 커피가 고객이 우리 매장에 다시 방문하게 하는 이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블렌딩을 하고 있다.

어라운드커피 탁영준 대표
대부분의 고객은 커피의 산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블렌드는 그저 에스프레소 추출에 사용되는 커피다. 즉, ‘어라운드에 가면 마실 수 있는 커피’로만 여길 뿐이라 그 이상의 정보는 큰 의미가 없다. 그렇기에 우리 매장만의 경쟁력을 조용히 커피에 녹여낸 것이 블렌드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브라질 ‘다테하’ 농장의 커피를 직수입하고 있어, 다양한 고품질의 브라질 커피를 자주 제공한다는 게 차별점이다. 고객들이 커피 맛을 기억해주고, 다른 매장과의 차이를 느낀다며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 뿌듯하다. 재방문 고객의 ‘맛있다’는 표현만으로 블렌드는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디오네인터내셔널 송성준 대표
결국 고객이 원하는 향과 맛을 구현하는 게 우리의 능력이자 나아갈 방향이 아닐까. 이제는 블렌딩 커피에 대한 고객들의 편견이 많이 사라지고, 호의적인 시선을 가진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가능한 많은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고객의 취향에 맞는 ‘맞춤형 커피’를 제공하는 게 앞으로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커핑포스트 이치훈 대표
최근 들어 블렌드는 일반적이거나 평범하다고들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워낙 개성 있는 싱글 오리진 커피가 많아진 탓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편 요즘에는 블렌딩 커피가 무수히 쏟아지고 있다. 계절별로 출시하는 시즈널 블렌드나 무언가를 기념하기 위한 블렌드 등 종류도 다양한데 정작 명확한 차별점이 없는 경우가 많다. 즉, 비슷한 경향을 보이는 블렌드가 많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는 ‘안정적인 싱글’을 흉내 내는 블렌드를 추구한다. 에티오피아 커피만 혹은 내추럴 커피만 사용한다거나, 게이샤를 넣는 등 방식은 다양하다. 여러 커피를 섞어 원하는 싱글 오리진의 맛을 구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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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렌딩 트렌드
과거와 비교하면 참 많은 것이 달라졌다. 우선 로스팅에 있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컬러가 밝아졌다는 것. 즉, 전보다 산미에 관대해졌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다음으로 블렌딩에 있어 달라진 점이라면 규정지을 수 없는 많은 것들이 관찰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020년 현재의 블렌딩 트렌드를 한 단어로 말하자면 ‘천차만별’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주는 “오픈한 이래 언제나 같은 블렌드로 커피를 내렸지만 생두 수급이 항상 문제가 됐다. 늘 똑같은 맛을 내고 싶어도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후와 환경 그리고 사람들의 간섭 탓에 쉽지 않다. 심지어는 같은 커피를 사용해도 맛이 다른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래서 매번 대체할 커피를 찾겠다고 고생하느니 시즌과 환경 등에 따라 새로운 블렌드를 출시해 어필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두가 같은 의견인 건 아니다. 또 다른 업주는 “사람들이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찾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중 하나는 늘 기대하는 커피 맛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객들은 일관성 있는 맛을 찾는데, 때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면 혼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블렌딩에는 정답이 없으며, 업주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자유자재로 변경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고객들은 커피를 도전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 결국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지는 업주의 판단에 달려있다.
커핑포스트 이 대표는 “스몰 로스터리에 있어 블렌딩을 위해 다양한 생두를 구입하는 건 불가능하다. 가성비 좋은 커피 몇 가지를 구매해 그 안에서 블렌드를 구성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또한 이도사유 이 실장은 “과거에는 어딜 가도 커피의 향미가 비슷비슷했으나, 현재는 매장별로 다른 로스터의 생각과 경험을 존중해주는 고객이 생겨나면서 다양한 블렌드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로스터와 고객 간의 대화가 이뤄지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Mini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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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카페Labcaffè s.r.l.
플라비오 지오이아Flavio Gioia 대표

간단하게 회사에 대해 소개한다면?

우리는 1949년 이태리 남부 에볼리 지역에서 탄생한 카페 지오이아Caffe Gioia를 모태로 한다. 70년이란 역사가 설명하듯 전통적인 이탈리안 커피를 생산한다. 에스프레소 제품을 주로 생산하지만, 최근 스페셜티 커피도 론칭 준비 중이다. 직접 산지를 방문해 다이렉트 트레이드로 생두를 들여오고, 이를 로스팅해 원두 및 캡슐커피 등 다양한 제품으로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블렌딩 스타일을 설명한다면?
전통적인 이탈리안 에스프레소는 ‘맛의 균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싱글 오리진 커피 중에서 좋은 밸런스의 커피를 찾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여러 산지의 커피를 블렌딩하면 보다 다채로운 향미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이탈리아의 블렌딩 커피에는 소량의 로부스타가 들어간다. 좀 더 묵직한 바디감을 더하고, 좀 더 두꺼운 크레마가 추출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다른 국가에서는 로부스타 사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이탈리아의 몇몇 남부지역은 로부스타만을 이용해 블렌딩하기도 한다.

로부스타의 사용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한다면?
수년 전 아라비카 가격의 폭등이 몇 차례 발생했다. 이에 몇몇 이탈리아 커피업체는 대체품으로 고품질의 로부스타를 찾는 데 총력을 다했다. 이때 발견된 로부스타는 이탈리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현재까지도 꽤나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산미가 적고 크레마가 풍성한 에스프레소를 원하기 때문에 로부스타는 매우 적절한 대안이라 생각한다. 기존에는 가격 절감을 위해 로부스타를 쓰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고품질 로부스타가 저품질 아라비카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따라서 단가를 낮추기 위해 로부스타를 사용한다고 가늠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이탈리아는 산도가 높은 커피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가장 소비가 많이 이뤄지는 커피산지는 어디인가?
이탈리아인은 산미보다 쓴맛을 좋아한다. 그래서 산미를 지닌 커피라 하더라도 그 맛을 줄이기 위해 로스팅을 더욱 강하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탈리안 커피 제조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커피의 생산지역은 브라질, 인도, 베트나, 우간다다. 모두 산미가 낮으면서 단맛과 바디감에 초점을 맞춘 커피라고 보면 된다.

스페셜티 커피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이 이탈리아 커피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다양한 원산지의 커피를 소개하고, 보다 나은 품질의 특별한 커피를 탐구하는 수요는 이미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전통적인 에스프레소가 주류를 이루며, 스페셜티 커피는 비주류(틈새시장)에 속하는 이탈리아에서도 최근 몇 년 동안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어, 수년 내로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스페셜티 커피의 확대가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블렌딩에까지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가격이 매우 높을 뿐 아니라 이들 커피의 특징이 이탈리안 에스프레소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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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호석
사진  송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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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그온

    요즘은 블렌드가 단맛과 신맛으로 나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202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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