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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티 커피의 투명성, 투명성을 넘어 관계로의 전환 Ⅰ

전문가 칼럼

스페셜티 커피의 투명성, 투명성을 넘어 관계로의 전환 Ⅰ
2021년 커피시장은 여전히 ‘스페셜티 커피’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커피 제3의 물결’이란 단어 속 숨겨진 ‘투명성’과 ‘관계’라는 키워드는 여전히 유효하며, 이는 또 다음 물결인 ‘커피 제4의 물결’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전 세계 많은 커피인은 스페셜티 커피의 다음 키워드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밀착’을 꼽았고,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여전히 그 위용을 떨치며 앞으로의 커피시장을 예측·준비하는 것도 어렵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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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필리스커피> 송훈 대표가 SNS 라이브 방송에서 ‘스페셜티 커피의 투명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스페셜티는 모든 정보가 객관적으로 공개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말임과 동시에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밀착을 의미하는 표현이라 생각된다. 과연 투명성이란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몇몇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았다.
A대표는 “스페셜티 커피라면 모든 프로필이 공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산지역, 농장명, 생산자 이름, 해발고도, 품종, 가공법, 테루아의 특이점, 생산자 가족에 관한 이야기 등 커피에 국한된 프로필은 물론, 공개 가능한 모든 걸 알리는 것이 좋다고 본다”라며 “이러한 농장과 재배 관련 데이터뿐 아니라 생두의 밀도와 수분율 그리고 스크린사이즈 등 객관적인 계측 정보까지 공개해야만 그 정교함이 완성된다고 본다. 그래서 생두를 살 때면 가능한 이런 게 잘 갖춰진 커피를 구매하려 노력하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정보가 많지 않고 공개된 정보는 모두 천편일률적이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라고 말했다. B대표는 이와는 다른 의견을 개진했다. “투명하게 모든 것이 공개되어야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건 다소 어폐가 있다. 고리타분한 이야기라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스페셜티 커피의 태동기에는 많은 매장이 ‘브라질 산토스 No.2’,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케냐 AA’ 등 커피의 이름만으로 충분히 고객들에게 호감을 살 수 있었다. 이처럼 이름 한 줄로 여운을 남기는 게 진짜 실력이라 할 수도 있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커피시장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주변 사람들과도 충분한 교류를 하고 있지만, 모두 똑같은 노선에 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내 철학이 담긴 커피’를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A대표와 B대표는 각기 상반된 의견을 드러냈다. 이 둘 모두의 의견이 옳다. 각자의 입장에 따른 관점의 차이이기에 둘 모두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다만 코로나19 때문에 변화된 시장 상황과 산지의 환경은 우리의 시각이 한쪽으로 치우치게 만들고 있다. 한 예로 코로나19로 인해 산지 내 이동이 제한되는 등 불확실한 변수가 발생하자 커피 품질 저하에 대한 우려가 일었다. 이는 곧 커피 구매 수요가 ‘옥션 그레이드’에 해당하는 커피로 편중되게 만들었으며, 생산자와 소비자 간 긴밀성의 단절을 가져온 탓에 지속가능한 생산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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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커피시장에는 앞서 이야기한 두 대표의 서로 다른 시선이 공존하고 있다. ‘향후 어떤 커피시장이 도래할 것인가’에 대한 답변 역시 받아들이는 이의 수용성에 따라 의견이 갈릴 것으로 예측된다. 분명한 건 스페셜티 커피를 소비하는 이들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으며, 일반 소비자들 또한 스페셜한 커피를 소비하는 데 예전만큼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커피시장에서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더욱 많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생두를 수입하는 이는 1차 소비자인 로스팅 공장과 로스터리 카페에 가능한 한 자세하게 농장의 정보를 공개할 의무를 지게 되었다. 생산 지역과 농장 이름, 소속된 조합 혹은 회사, 재배고도와 농법, 품종과 가공법 그리고 생두의 밀도와 수분율까지. 참으로 다양한 정보가 필요한 시대인 셈이다.
이뿐 아니라 스토리텔링 또한 소비자와 생산자를 잇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농부의 가족에 대한 부분이나 농장의 특성, 테루아에 대한 이야기 등을 감동적이거나 재미있게 소비자에게 소개할 수 있는 커피가 필요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생두 수입업체 관계자는 “스페셜티 커피시장의 활성화는 농장에 대한 정보를 보다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소비자의 증가로로 이어졌다. 사실 생두를 수입하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한국의 다른 업체에 내가 거래하는 농장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공개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거래처를 다른 업체에 빼앗기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늘 존재한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A업체가 B업체의 오랜 거래농장에 찾아가 ‘우리가 B업체보다 높은 가격을 줄 테니 나에게 커피를 판매하라’ 했다고 한다. 이건 스페셜티 커피시장의 투명성의 이면이라고 생각한다. 자율경쟁의 시장이지만, 상도를 지키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시선이 되어버린 웃기고도 슬픈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공격적으로 새로운 농장을 개척하고 좋은 커피를 찾으려 노력하겠지만,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일은 언제나 큰 리스크를 동반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명 커피농장의 수입업체가 달라지는 일은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 이면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해당 업체들만 아는 일이다.
파나마 에스메랄다, 과테말라 인헤르또 등 잘 알려진 농장은 이미 독점거래노선이 정해져 있거나 옥션을 통해 커피를 판매한다. 그러나 이러한 몇 곳을 제외한 수많은 농장은 파트너를 찾기 위해 지금도 SNS에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필자는 얼마 전 페루에 있는 한 사람에게 메시지를 받았다. 개인적으로 한 번도 만난 적도,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는 사람이었다. “당신이 페루 커피를 한국에 소개하는 걸 SNS를 통해 보았고,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페루 북부 A지역에 있는 커피농장의 5ha를 판매 중인데, 혹시 관심 있거나 관심 있는 친구가 있다면 소개해줄 수 있는가?”라는 내용이었다. 커피 생산과 판매는 농부들에게 있어 생계가 달린 문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커피 재배를 포기하는 농장이 생겨나고 있음을 늘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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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국과 소비국의 밀착, 투명성과 관계에 관해
생산국에서 소비자를 찾기 위해 1회에 약 20여만 원이라는 비용을 내면서까지 소비국으로 샘플을 보낼 수 있는 곳은 그나마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진 회사일 것이다. 일반 개인의 경우 커피를 직접 판매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페루의 CoE 챔피언 농부인 C씨는 자신의 커피를 CoE에 출품하는 것 외에는 소속된 조합을 통해 판매하는 게 전부였고, 한 번도 이를 ‘직접’ 수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나의 커피를 한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새로운 회사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페루에는 직접 수출이 가능한 개인은 거의 없다. 조합이나 회사의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결국 CoE 챔피언으로 선정되며 나름대로 농장의 가치가 높아지기는 했지만, 지속적인 커피 판매가 보장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안정적인 거래처 확보는 생산자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요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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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호석
사진  송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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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前Poodlehair

    전 스페셜티 커피라면 당연히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생두를 수입하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한국의 다른 업체에 내가 거래하는 농장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고 싶지 않다." 이 부분을 읽고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2021-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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