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닫기

스페셜티 커피의 투명성, 투명성을 넘어 관계로의 전환 Ⅱ

전문가 칼럼

스페셜티 커피의 투명성, 투명성을 넘어 관계로의 전환 Ⅱ
2021년 커피시장은 여전히 ‘스페셜티 커피’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커피 제3의 물결’이란 단어 속 숨겨진 ‘투명성’과 ‘관계’라는 키워드는 여전히 유효하며, 이는 또 다음 물결인 ‘커피 제4의 물결’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전 세계 많은 커피인은 스페셜티 커피의 다음 키워드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밀착’을 꼽았고,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여전히 그 위용을 떨치며 앞으로의 커피시장을 예측·준비하는 것도 어렵게 하고 있다.

소비자와 커피인 간의 밀착
2021년 현재 카페의 업주와 소비자가 더욱 밀착되고 있는 현상이 관찰된다. 일반 소비자의 경우 보통 ‘접근성’ 혹은 ‘가격’이란 키워드로 카페를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 너머의 이야기들이 있다. 하루에 2잔 정도 커피를 사 마신다는 회사원 김지원 씨는 “커피를 매우 좋아하고 관심이 많지만 배워본 적은 없다. 하지만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내 입맛에 맞는 것을 마시고 싶어 평소 좋아하는 카페를 방문하는 편이다. 물론 접근성이나 가격도 중요한 카페 선택 요인이지만, 결국 내 취향에 맞는 곳을 선택해 찾아간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일반 소비자이자 사무직에 종사하는 김지희 씨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루 중 점심시간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때문에 따로 카페를 찾아가는 건 망설여지기에 점심식사 이후 방문하는 카페의 선택이 정말 중요해졌다. 사장이 내 취향을 잘 알고 있는 카페를 주로 찾는 편이다. 메뉴 또한 아메리카노와 라떼만을 마시다가 이제는 브루잉 커피까지 접하면서 커피를 즐기는 폭이 넓어졌다. 그래서 고민하지 않고 특정 카페를 찾아서 방문하고 있다. 회사 근처에 수많은 카페가 있지만, 내 취향을 정확하게 맞춰주는 곳은 그곳이 유일하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자 중에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카페를 선택하는 이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또한, 자신이 늘 즐기는 음료 외에 업주가 추천하는 메뉴를 시도하는 것에 대한 주저함은 줄어들고 있다. 이는 앞서 소개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밀착에서 소비자(카페 업주)와 고객 간의 밀착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즉, 생산자와 고객 간의 거리를 카페를 운영하는 업주가 좁혀가야 한다는 것이다.
 

93f1cda2555dfe97be36814deac386b0_1624583973_216.jpg

<플럭스커피로스터스> 신진희 실장은 “2018년 5월에 오픈해서 3년 동안 장사를 하나 보니 단골도 많고, 주변에 입소문이 났는지 원두를 주문하는 손님도 참 많다. 다른 곳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 매장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본인이 마시는 커피와 원두에 대해 자세히 묻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능한 자세한 이야기를 준비하는 편이다. 물론 원두 자체의 품질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이왕이면 이야깃거리가 있는 커피를 확보하려고 공을 들이는 편이다. 하지만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그런 커피를 다루는 생두 회사가 거의 없어서 참 아쉽다. 손님들은 커피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에도 관심을 가지지만, 커피가 가지는 특정한 이야기에 더 흥미를 느낀다. 그래서 어쩌면 전문적인 지식보다 소소하더라도 무언가 이야기할 만한 거리가 있는 커피를 선호하는 편이다”라며 “앞으로는 이러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더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야깃거리가 있는 커피의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2021년 현재 커피인들 사이에서 뜨거운 키워드는 ‘게이샤’, ‘무산소발효’, ‘가향’ 등의 용어일 것이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단어들이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 수 있음을 우리는 인지해야 한다. 과연 대중들과 생산자를 더욱 밀착시킬 수 있는 이슈는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몇 해 전 ‘콜롬비아 엘 파라이소 리치’라는 커피가 등장했을 당시 대중들은 ‘무산소발효’가 아닌 ‘리치’에 주목했다.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리치 향이 소비자들의 뇌리에 뚜렷하게 자리 잡은 것. 이처럼 스페셜티 커피시장에서 소비자는 커피와 관련된 전문적인 이슈가 아닌 농장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이 더욱 클 것이다. <플립커피> 정일화 대표는 전적으로 이에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고객들은 복잡하고 어려운 커피 지식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뉘앙스나 커피와 관련된 이야기를 더욱 궁금해하는 것 같다. 그래서 특별한 이야기를 가진 커피를 더욱 선호하게 되고, 이는 고객의 충성도를 높여줄 수 있는 매우 결정적인 포인트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고객이 재방문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다. 커피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있기는 하지만, 전문적인 내용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고객이 대다수다. 이보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를 마련하는 게 충성도를 더욱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고객들은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진 커피의 주변부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충성도 높은 단골을 만들기 위한 우리의 이야기는 어떤 구성으로 준비해야 할지도 반드시 생각해 볼 문제이다.

93f1cda2555dfe97be36814deac386b0_1624584002_5933.jpg

커피 제4의 물결이 말하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밀착 관계는 앞서 설명한 양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생산자들의 상황과 성격을 파악하고 그들의 어려움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소비자가 필요하며, 인위적인 관계의 형성이 아닌 친밀하고 소소한 삶의 이야기가 보다 좋은 재료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을 위해 직접 생두를 수입하는 개인카페나 다이렉트 트레이딩을 진행하는 업체가 정말 많아졌다. 업체별로 특화된 커피들은 나름의 이야기를 가진 채로 시장에 소개되고 있으며, 이러한 이야기는 모두 나름의 마케팅에 사용된다. 농부와 농장의 이야기, 커피가 생산된 동네의 이야기 그리고 생산국과 관련된 이슈 등 보다 현장감 있는 밀착감이야말로 가장 좋은 마케팅의 재료이지 않을까 예상된다.

Mini Interview 1 
93f1cda2555dfe97be36814deac386b0_1624584038_214.jpg
<플럭스커피로스터스>
신진희 대표

스페셜티 커피시장의 현재 이슈는 무엇이라 보는가?
거의 모든 매장이 스페셜티 커피를 판매한다고 이야기하는 요즘, 특별한 커피를 판매한다는 건 큰 차별점이 되지 않는다. 특별함을 넘어선 특별한 커피, 예를 들면 CoE 같은 대회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는 등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진 커피들은 손님들에게 설명하기가 더 좋다. 한 잔의 커피를 마시더라도 이왕이면 맛있고 특별한 걸 소비하길 원하는 가치소비의 시대가 확실하다.

가치소비의 핵심은 무엇이라 보는가?
표면적으로는 좋은 커피를 마시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소비자들은 이제 품질을 넘어 커피가 가진 가치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농장주 딸이 아픈데, 그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더욱 열심히 농사를 지었더니, 품질이 훨씬 더 좋아졌다’거나, ‘커피의 판매 수익 중 일부는 이를 생산한 농장 후원에 사용한다’라는 부분까지 관심을 가진다. 가치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분명히 높아졌다고 생각되는 이유다.

가치소비가 ‘가격’과 ‘접근성’, ‘익숙함’을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애초에 가격이나 접근성, 익숙함을 목표로 영업을 시작했다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도 우리 매장에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다. 오로지 브루잉 커피와 원두만을 판매하다 고객들의 요청에 의해 스팀 우유를 넣은 화이트 커피가 추가된 정도이지, 오픈 당시와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소비하던 고객이 이젠 새롭게 입고된 커피를 소비하거나 원두의 정보를 묻는다. 특별한 이야기를 듣길 원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 매장이 골목 이면도로에 있는데도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많은 걸 실험해보았지만, 결국엔 커피에 대한 가치와 진정성을 고객에게 어필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경쟁력이라 생각한다. 우리 매장만의 특성일지도 모르지만, 고객들이 변화하는 게 느껴질 정도이다. 커피에 대한 질문이 계속 늘어나면서 가끔은 커피인들이 생각하는 가치 그 이상의 것을 묻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참 놀랍다.


Mini Interview 2
93f1cda2555dfe97be36814deac386b0_1624584064_6485.jpg

<오버나잇 커피로스터스>
허영환 대표

최근 매장을 오픈했는데, 매장을 구상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스페셜티 커피를 브루잉으로 제공하는 커피 바가 콘셉트다. 스티밍을 위해 에스프레소 머신을 들여놓기는 했지만, 메뉴 구성과 동선 모두 브루잉 커피의 제공에 최적화되도록 노력했다. 주변에 로스터리 카페가 없어서 오픈을 준비할 때부터 지역 주민들이 ‘드디어 우리 동네에도 로스터리 카페가 생겨서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래서 더욱 용감하게 이러한 콘셉트를 실현할 수 있었다. 스페셜티 커피를 강조하기에 커피의 선택부터 메뉴의 제공까지 다른 곳과는 차별되는 이야기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오픈 시기였던 3월, 제철 커피라 할 수 있는 ‘페루’를 메인 생산국으로 잡았고,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내추럴 가공법’의 커피를 통해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고자 했다.

이야깃거리가 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소개해 본다면?
커피를 공부하면서 늘 ‘좋은 재료가 좋은 맛을 낸다’라고 생각해 왔다. 오픈 시점인 3월에 가장 좋은 컨디션의 커피를 찾았고, 우연한 기회에 새롭게 주목받는 산지인 페루의 커피를 메인으로 세우게 됐다. 게이샤, 게이샤 블렌드, 마라고이페 등 사람들에게 특별한 커피로 어필할 수 있는 라인업을 먼저 설정하고, 그 외의 커피는 에티오피아 내추럴, 콜롬비아 디카페인 등으로 준비했다. 일반 손님들은 커피의 생산과 가공 등에 대한 간략한 정보만으로도 관심을 크게 보이는데, 농부 그리고 농장에 관련된 이야기를 짧게 전하는 자체로 큰 의미를 느끼곤 하기에 더욱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려고 애쓴다.

이야깃거리가 손님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하는지?
물론이다. 단순하게 좋은 커피를 판매하는 매장은 많지만, 특별하게 이야기를 담아 판매하는 매장은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 사람들은 재미있는 것에 열광하고, 멈춰있는 것에 쉽사리 싫증을 내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이야깃거리로 재미를 선사하는 매장이 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그러다 보면 충성도가 높은 손님이 많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송호석
사진  송호석

추천(0) 비추천(0)

  • HAHOHUU

    확실히 요즘은 어떤 물건이든 이야기가 있는 것에 관심이 가는 것 같아요. 특히 커피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다 보니 그들의 이야기나 모습이 보이는 것들이 더 좋은 커피처럼 느껴지고요.

    2021-06-25

    좋아요(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