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새로운 제품’에 소비자 선택이 이뤄졌다면, 현대는 기술력의 발달로 메뉴 자체에 혁신적 차이를 만들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자신의 이미지에 맞는 ‘브랜드’를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따라, 많은 카페가 ‘간판’에서부터 ‘메뉴판’에 이어지기까지 인테리어로 브랜드 이미지 굳히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브랜드Brand란 라틴어 브랜덜Brander의 ‘각인시키다’란 어원에서 시작됐다. 즉 잘 만들어진 간판과 메뉴판은 사람들에게 카페를 각인시킬만한 아주 좋은 마케팅 방안인 것이다.
1. 간판
• 서체와 심볼
간판은 간단히 브랜드명을 적은 ‘서체형’, 그리고 여러 모양의 그림 ‘심볼형’으로 나눌 수 있겠다. 서체형은 보다 깔끔하고 세련된 멋을 자랑한다. 서체는 단순한 특징을 지녔으니, 나름의 독창성과 차별성이 있어야 하며 가독성이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또한, 카페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는 상징적 문자라야 손님이 카페를 다시 떠올리기 좋을 것이다. 앞으로 꾸준히 사용하게 될, 공식으로 지정한 서체인 만큼 기본적으로 이용하기 쉬워야 하고 여러 상황에 적용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지녀야 한다. 심볼형은 언어가 아니기에 표현에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시각적 정보가 언어보다 소비자가 지각하고 기억하는데 유리할 수 있다. 서체보다 시각적으로 독특하게 인식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볼은 제품과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울 때, 차별화의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
간판을 브랜드명으로만 이룰지, 문양을 새길지는 위의 특징을 참고해 잘 판단해야 한다. 선택했다면 본격적으로 간판을 만들기 위한 실마리가 있다. ‘감성공학’, ‘컬러마케팅’이다.
• 감성공학
1970년대 일본 나가마치 미츠오mitsuo nagamachi 교수에 의해 창안된 방법론. 인간의 심적 속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인간 감성을 디자인 설계요소로 번역했다. 연구에 따르면 간판디자인의 감성구조는 ‘조화’, ‘깨끗’, ‘개성’, ‘평범’ 네 개의 타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네 가지 중 카페가 추구하는 콘셉트가 뭔지 생각해보자.
• 컬러마케팅
소비자가 동경하는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소비자가 무의식적으로 해당 상품이나 광고에 관심이 끌리도록 하는 효과를 가진 마케팅 정책. 여러 기업에서 다양한 응용사례 및 성공사례가 나타났다. 아무래도 감성적 측면을 건드리기 때문일 것이다. 색채는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심리적 특성이 있다. 실제로 커피전문점을 선택할 때, 컬러가 영향을 주는지의 연구기관 설문 조사에서 그렇다는 응답이 높았다. 소비자 측면 간판디자인의 선호도 순서는 색상> 브랜드명> 심볼> 서체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색채 인지도에 대한 요인분석에 의하면 눈에 잘 띄는 ‘주목성’, 카페와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잘 어우러지는 ‘연상성’ 그리고 다른 매장의 컬러와 차별화된 ‘차별성’이 있었다. 소규모의 매장일수록 강한 색채를 활용하는 것이 인지도를 높이기에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2. 메뉴판
<노티드> 심플 <아우어커피> 사진 <동구커피> 일러스트 <아우어사인> 철제로 만들어져 인상적이다 <파치드 서울> 메뉴판이 하나의 전시로서 작용한다
보기 쉬운 메뉴판은 사진이나 그림을 넣어 비주얼에 힘을 싣는 것이다. 하지만 커피 모양이 비슷비슷하다면 그다지 효과가 없다. 그렇다면, 메뉴의 이름을 독특하게 표기하는 방법이 있겠다. 예를 들면 ‘아침’, ‘점심’ 등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하루를 시작할 ‘아침’엔 ‘산뜻하게 부담이 없는 맛’, ‘점심’ 이후 졸릴 시간을 대비해 ‘신맛이 강한 커피’ 등 손님에게 이름으로 맛을 상상하게 만들자. 또한, 카페에 오는 손님에 따라 좋아하는 메뉴판의 취향도 다를 것이다. 나이가 많은 손님에게 세련되고 모던한 디자인의 메뉴판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시간대와 주변 시장조사로 가게에 어떤 손님들이 방문할지 잘 파악해보자. 카페 콘셉트에 따라, 읽기 쉽게 만들기보다 디자인에 중점을 둔 메뉴판도 있다.
3. 머신<노티드>
<아우어커피> <올드페리도넛>
지금은 전국을 통틀어 맞춤제작,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시대다. 커스터마이징은 대량생산으로 인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이란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모두가 같은 제품을 가지고 있는 현상에 대한 불편함을 표현하는 것이자 나만의 개성을 드러내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다. 자기 자신에게 최적화된 제품을 갖고자 하는 욕망이기도 하다. 그 감성을 저격하기 위해 많은 커피머신 업체에서 머신 커스터마이징을 제공하고 있다. 실례로, 저번 달 논현동 소재 라마르조코 쇼룸에서 진행된 행사에서 직접 커스터마이징 에스프레소머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한, 커피전문점에서 직접 업체 측으로 요청하기도 한다고.
또한 을지로 소재 카페 <커피한약방>처럼 필터커피를 나열한 것 그 자체가 하나의 커피머신으로서 인테리어요소로 작용하는 사례도 있다.
모든 카페가 처음부터 완벽한 아이덴티티를 가지지는 않는다. 치열한 시장 안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유지하려면 차근차근 차별화 전략을 파악하고, 개성 있는 브랜드를 창출할 필요가 있겠다. 지금까지 소개했던 디테일 요소가 바로 그 실마리가 돼줄 것이다.
※ 참고문헌
⒈손대웅, 간판디자인 구성요소의 구성규칙-감성공학 수법에 의한 커피전문점 간판디자인을 중심으로, 2018, 324-331.
⒉생각노트, 『도쿄의 디테일』, 북바이퍼블리(2018).
⒊이선희 외 1명, 커피전문점의 시각이미지요소가 소비자 선호도에 미치는 영향, 벤처창업연구, 2015, 147-159.
⒋Kayoko Ohata 외 1명, 『카페, 시작했습니다』, 페이퍼북(2013).
⒌전명진, 커피전문점 브랜드의 소비자 태도에 관한 연구, 동의대학교, 2012.
⒍권민,『런던 나의 마케팅 성지순례기』, 고즈원(2008).
글 월간커피 DB
사진 월간커피 DB, 인스타그램 @doe.__
한여름에 파치드서울 갔다가 여름 휴가 기간이어서 터덜터덜 돌아왔던 기억이 나네요...워낙 유명해서 사진으로 많이 봤는데 조만간 다시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2019-04-15
좋아요(0) 답변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제목이 패터슨인데, 패터슨커피가 거기서 영감을 받으신건지 궁금하네요.
확실히 간판이나 메뉴판이 카페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 가보는 곳에서는 카페를 고를 때 간판이나 메뉴판을 보고 갈지말지 결정하는데,
맛은 간판이나 메뉴판이 주는 기대와는 다르게 그렇지 못한 곳도 있었습니다.
201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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