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분자의 특성
산소원자 1개와 수소원자 2개가 공유결합된 물 분자는 전기적으로는 중성이지만 전기음성도가 높은(전자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산소원 자가 (-), 수소원자가 (+)로 부분 극성(Polarity)을 띤다. 이러한 물 분자의 특성은 다양한 이온 화합물을 양이온과 음이온으로 분리하는 데 용이하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물질을 녹여낼 수 있는 보편적인 용매(Universal Solvent)로 사용되며, 특수한 상황에서의 순수한 물 분자상태를 제외한 일반적인 물은 대기와 지표면에서 녹여낸 다양한 미네랄 성분이 흡수되어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SCA가 주관하는 월드브루어스컵챔피언십World Brewers Cup Championship, WBrC에서는 커피 추출에 사용하는 물의 일반경도를 17~85ppm, 알칼리도는 40ppm 전후로 규정하고 있다.
물 성분에 따른 추출 양상의 차이
일반경도가 높은 물은 같은 조건에서도 더 많은 커피 성분을 녹여 내는 데 유리하며, 알 칼리도가 높은 물은 녹여 낸 커피 성분 중 향미 캐릭터를 구성하는 다양한 산 성분을 중 화시키므로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향미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효과적이다. 개인적인 경험 으로는 칼슘 이온의 수치가 높을 경우 향미 캐릭터와 스위트니스Sweetness를 상승시키면서 동시에 살짝 어두운 톤으로 무게감을 더해주었으며, 마그네슘 이온의 수치가 높을 경우엔 산미 톤은 더 화사하게, 질감은 더 부드럽게 다듬어 주는 경향이 있었다.
브루잉 시 물 선택 팁
관능의 영역에 있는 모든 것이 그러하듯 경도와 알칼리도가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경도 수치가 지나치게 높으면 상대적으로 과하게 추출된 성분들로 인해 부정적인 잡미나 거친 마우스필Mouthfeel을 유발할 수 있고, 마찬가지로 높은 알칼리도 또한 향미 캐릭터 구성을 담당하는 다양한 산 성분을 지나치게 제거하여 오히려 밋밋하고 결점이 도드라지는 커피로 만들어 버릴 확률이 있다.
앞서 언급한 WBrC에서 제안하는 경도 수치와 알칼리도처럼 전체 향미 요소들의 조화로움을 위한 적정 수치는 수많은 주관 평가 데이터를 수집하여 객관화한 결과이기에 신뢰할 수 있지만, 무조건적인 정답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원수의 수질은 선택하기보다 선택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물의 컨디션을 위해 적절한 정수 필터를 활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경도와 알칼리도 수치가 지나치게 높은 경우, 수치를 내려줄 수 있는 적합한 연수 필터를 활용하고, 지나치게 낮은 경우에는 칼슘과 마그네슘 이온을 부스팅 해줄 수 있는 리미네랄 필터들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상업적인 용도가 아니라면 시중에서 판매하는 생수 중에서 본인에게 적합한 경도와 알칼리도의 물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답이 아닌 가이드로서, 주어진 커피와 브루잉 레시피에 적합한 물을 찾아보며 즐거운 커피 미식의 여정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