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말은 깨끗한 팬티가 잔뜩 쌓여 있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작기는(小) 하지만 확고한(確) 행(幸)복의 하나(줄여서 소확행)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데, 이건 어쩌면 나만의 특수한 사고 체계인지도 모르겠다.”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3 「랑겔한스섬의 오후」 중에서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커피 맛 좋은 카페에 앉아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것, 좋아하는 안주에 맥주 한 잔 기울이는 것.’ 지친 하루가 반복되지만, 그 안에도 작지만 행복한 순간들이 있다.

소확행은 1994년에 발간된 한 일본 작가의 수필집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후 소확행과 비슷한 가치를 지닌 단어들이 우리 삶을 맴돌았고, 지금 비로소 소확행이란 단어를 다시금 끄집어내게 했다. 소확행이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로는 ‘힐링보다는 재미있으며, 극단적인 욜로보다는 덜 부담스럽고 훨씬 현실적’이라는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처럼 ‘실현가능한’, ‘현실적인’ 행복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 특징인데, 커피 그리고 카페는 그 소확행 트렌드의 중심에 서 있다. 금호역 근처에 자리한 <루시아플라워&카페>를 운영 중인 박지예 대표는 “힘들고 지친 날에 자기 자신을 위해 커피를 마시러 오시는 이들이 많아졌고, 그와 함께 자신을 위한 작은 사치로 꽃을 구매해가는 이들 또한 계속 늘어가고 있다”며 실제 소확행이 소비문화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전했다.




나의 소확행: 카페투어, 홈카페

이처럼 좋은 카페의 맛있는 커피 한 잔과 예쁜 디저트, 특별한 공간으로 소확행을 느끼는 일명 ‘카페투어족(族)’들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중학교에서 음악교사를 하고 있는 H씨는 고 좋은 카페들을 다니며 사진을 찍고, 많은 이들과 그 공간을 공유함으로써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녀는 “주문한 음료를 기다릴 때 기대감으로 마음이 두근거린다.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한 시그니처 음료를 만났을 때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이를 맛보고, 내 카메라에 담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했을 때 행복함을 느낀다”며 카페투어를 하는 이유를 전했다. 더불어 “어떨 땐 소란스러운 수다 없이도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덧붙이며, 소확행에 카페라는 공간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커피로 이루는 소확행은 집에서도 가능하다. 최근 커피 산업의 트렌드를 선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홈카페족(族)은 ‘집에서도 카페처럼’ 고품질의 커피를 즐기며 소확행의 시간을 갖는다. 최근 이런 이들을 겨냥한 도서들도 많이 출간되고 있는데, 돋보이는 신간도서로 「오늘은 집에서 카페처럼」이 있다. 책의 저자는 자신의 홈카페를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개해왔고, SNS에서 다 공개하지 않았던 레시피들을 책에 담아냈다. 집에서 충분히 실현 가능한 손쉬운 레시피로 많은 홈카페족에게 관심 받고 있다.



마케팅에 적극 활용되는 소확행

소확행의 트렌드에 맞게 디저트 카페 및 커피 전문점에서는 이를 활용한 마케팅을 선보이기도 한다. 광고 및 홍보에 있어 ‘소확행’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경향 또한 눈에 띈다. 곳곳에서 내놓는 신제품들은 소확행 트렌드에 맞춰 출시되기도 하는데, 최근 <뚜레쥬르>에서는 소형 디저트 4종을 출시했다. 이는 티라미수타르트, 통팥앙금볼, 딸기녹차마카롱, 오렌지초코마카롱으로 구성되는데 조각 케이크보다는 작은 한 입 크기로 커피와 간단하게 즐기기에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뚜레쥬르 관계자는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는 달달한 디저트로 소확행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며 간편하게 즐기기 좋은 소형 디저트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소확행이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며 일각에서는 ‘소확행을 결국 소비를 조장하는 데 사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기도 한다. 더불어 너무 많은 곳들에서 남용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 또한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럴 때, 초심으로 돌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소확행이 첫 등장했을 때의 의미, 그저 서랍에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는 옷을 보면서도 웃음 지을 수 있는 그 순간. 그 본질을 변질시키지 않는 선에서, 저마다 서로 다른 행복의 순간을 오롯이 즐기는 것이 진짜 ‘소확행’이 아닐까. 더불어 소확행으로 인해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커피 문화를 마음껏 즐기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글  CUP

사진 월간커피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