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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만 가득한 카페 메뉴판 이대로도 괜찮을까?

비즈니스 스터디

영어만 가득한 카페 메뉴판 이대로도 괜찮을까? 카페 매뉴판 살펴보기
한글은 단 한 글자도 찾아보기 어려운 카페가 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카페를 온 건지, 외국의 카페를 방문한 건지 잠시 헷갈릴 정도죠. 누군가는 여행 온 기 분이라며 즐거워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외국어 표기가 지나치다며 혀를 찹니다. 영어 메뉴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난 4월, 온라인에서 더현대 서울점의 메 뉴판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모든 메뉴명이 오로지 영어로만 표기돼 있었기 때문이죠. 심지어 어떤 메뉴의 이름은 영어를 아는 사람조차 한 글자씩 찬찬히 들여다봐야 읽을 수 있는 수준이었고 메뉴판상의 이름만으로는 정체를 도무지 알 수 없는 ‘M.S.G.R’이라는 메뉴 또한 지적 대상이 됐습니다. 한 방문객은 “직원에게 M.S.G.R이 뭐냐고 물으니 미숫가루라고 하더라”라는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영어가 가득한 메뉴판에 대한 의견은 제각각이었습니다. 불만을 제기하는 이들은 ‘한글로 표기해도 충분한 단어를 굳이 영어로 적어 불편함을 유발한다’며 공분했습니다. 반대로 카페를 옹호하는 이들은 ‘디자인적인 부분이니 논란이 될 이슈는 아닌 것 같다’, ‘마케팅 전략으 로 보인다’, ‘메뉴판 영어 표기는 판매자의 자유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비단 카멜커피에만, 그리고 메뉴판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상호를 외국어로 표기한 간판은 지천에 널렸으며 매장 인스타그램 계정의 프로필과 피드 내용 을 영어로 작성하는 곳도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이러한 매장들의 비중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영어를 선호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예뻐 보이기 때문이죠. 카페 업계에서 비주얼의 중요성이 나날이 높아지는 가운데 점주들이 영어 표기를 택하는 것은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릅니다. 영어로만 적어 놓으면 해외 카페를 방문한 듯한 이국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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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감과 반감 유발할 수 있어

 나름의 전략으로 영어 표기를 택하는 매장들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할 수는 없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또한 이국적인 분위기를 선호하는 고객들을 고려해 택한 마케팅 전략에 정부가 임의로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 선택으로 일부 고객 이 소외감 혹은 반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먼저 고령층 고객일수록 외국어 메뉴판에 거부감과 두려움을 가질 가능성이 큽니다. 2020년 문체부와 사단법 인 한글문화연대가 공동으로 시행한 조사 결과 3,500 개의 외국어 표현 중 60대 이하 응답자의 60% 이상이 이해하는 단어는 1,378개(39.4%)였습니다. 70세 이상 에서는 수치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이들의 60% 이상이 이해하는 단어는 242개, 고작 6.9%에 불과했습니다. 메뉴 판 속 단어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시력 등의 문제로 판독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 역시 난점입니다. 고령층이 아니더라도 일상 속 과도한 외국어 사용에 반감을 가지는 이들 또한 적지 않았습니다. 상기 조사에서 74% 의 응답자가 ‘일상에서 외국 문자 등 외국어 표현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를 긍정적으로 인식 하는 비율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36.1%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영어 메뉴판에 관한 의견을 묻자 30대 직장인 A씨는 “아무리 아는 영어 단어라고 해도 한글보다 는 인지하는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어요. 작게라도 한글을 같이 표기해주면 좋겠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마찬가지로 30대인 B씨는 “아메리카노 같은 익숙한 메뉴라면 좀 낫지만 시그니처 메뉴 같은 처음 보는 메뉴들이 영어로 적혀 있으면 선뜻 고르기가 어려워요”라며 불편함을 드러냈습니다.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가진 한글의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



 감성에만 매몰되는 건 아닌지

자문 필요해 메뉴판이 미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메뉴판 구비의 최우선 목적은 정보 제공입니다. 고객에게 메뉴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존재하는 메뉴판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면 개선이 필요한 부 분으로 보아도 무방한 셈입니다. 현재 우리 매장의 메뉴판이 오로지 감성에만 매몰되어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모든 고객의 편의가 충분히 고려됐는지 한 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월간커피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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