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커피 탄생의 비결
원두를 사용하지 않는 대체커피인 분자커피를 만들어낸 장본인은 미국의 식품기술 스타트업 '아토모(Atomo)'입니다. 커피 없이 어떻게 커피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일까요? 아토모의 공동 창업자인 재럿 스탑포스(Jarret Stopforth) 박사와 앤디 클레이치(Andy Kleltsch) 대표는 이를 개발하기 위해 '분자 요리(Molecular Cuisine)' 기술과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 기법을 활용했습니다. 분자 요리란 음식의 질감 및 요리 과정을 분자 단위까지 분석해 새로운 형태의 음식을 만드는 것이며, 리버스 엔지니어링은 이미 만들어진 제품이나 시스템을 역으로 추적하여 처음 만들어졌던 원료나 소재를 찾아내는 방법입니다. 아토모는 먼저 아라비카 커피 원두의 분자 단위까지 분석한 데이터를 취합했습니다. 이후 2년 동안 1,000여 가지가 넘는 화합물을 조사해 커피의 맛과 풍미를 대체할 수 있는 40여 가지의 화합물을 찾아냈습니다. 그것을 조합해 만든 것이 바로 원두커피와 유사한 맛을 지닌 분자커피입니다. 여기에는 재활용한 수박씨, 해바라기씨 등에서 추출한 물질이 포함된다고 전해지며, 카페인도 함유되어 있습니다. 아토모는 연구개발 이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Kickstarter)를 통해 투자금을 마련했다. 2019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총 1,150만 달러의 기금을 모금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분자커피의 가장 큰 특징은 맛에 있는데, 바로 쓰지 않고 부드럽다는 점입니다. 쓴맛 성분을 줄이고 부드러운 풍미를 내는 성분들로 구성한 결과인데요, 이는 두 공동대표가 '마른 쓴맛을 없앤 커피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이는 사람들이 커피를 마실 때 쓴맛을 줄이고자 크림, 설탕 등을 넣는 모습을 보고서 품게 된 생각이었습니다.
커피보다 커피 같은
아토모 커피가 가장 먼저 출시한 초기 상품은 가루 형태 복제 커피입니다. 대체커피라고 하여 추출 방법이 다른 건 아닙니다. 기존 커피가루와 거의 유사한 상성을 이루기 있기 때문에 일반 원두커피처럼 드립 추출 기구를 통해 커피를 즐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맛을 어떨까요? 아모토는 대체로 커피의 맛을 확인하기 위해 워싱턴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비교 대상은 스타벅스 커피였습니다. 그 결과, 학생의 70%가 아토모 커피가 더 맛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스타벅스 커피보다 부드럽고 탄 맛이 덜하다는 게 이유의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스탑포스 박사는 "우리가 제조하는 커피는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자연 유래 성분이며, 커피와 비슷하게 카페인, 맛, 색을 모두 함유하고 있다"라며 "특히 맛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일반 커피에 비해 쓴맛이 덜하고 입맛에 오래 남을 정도로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아토모는 올해 마침내 캔에 담긴 콜드브루 제품을 출시해 판매 중이기도 합니다.
커피 멸종의 해법되나
2019년 과학논문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야생 커피종(75종)의 60%가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고 합니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계속 상승할 경우 2028년엔 커피 생산량이 현재보다 40~50% 줄어들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또, 2040년이면 세계 커피 생산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아라비카 품종과 로부스타 품종이 멸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에 클레이치 대표는 "지금 마시는 커피를 미리 대체하지 않으면 나중에 큰 낭패를 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과연 아토모 분자커피가 커피 멸종과 환경 파괴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글 월간커피
사진 월간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