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가격이 상승하며 카페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줄지은 우윳값 상승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건 시장점유율 1위 유업체인 '서울우유협동조합'입니다. 서울우유는 지난 9월 23일, 10월 1일부터 우유 판매 가격을 평균 5.4% 올려 판매 할 것을 발표했습니다. 뒤따라 '매일유업'이 10월 7일부토 평균 4~5% 인상한 가격을 적용하고, '남양유업'또한 10월 14일부로 평균 4.9% 상승한 금액으로 조정했습니다. 이어 1월 1일자로 '롯데푸드'의 '파르퇴르'의 흰우유와 'hy(구 한국야쿠르트)'의 우유 평균 가격이 각각 4.9%, 6.1% 올랐습니다. 유업체들은 부자재 가격, 인건비 등 생산 비용의 증가 및 8월부터 인상된 원윳값에 기인해 가격을 인상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실제 원유 가격은지난 8월 1일부터 1L당 926원에서 21원으로 올랐습니다.
제조업체의 가격 상승은 유업체 대리점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지역 대리점과의 계약을 통해 유제품을 수급하는 개인 카페는 지난 9월 말부터 점차적으로 납품 가격 인상에 관해 고지받았습니다. 이는 비단 우유에만 그치지 않고 생크림, 연유 등 원유를 활용한 유제품에 함께 적용되며 카페 자영업자의 고민을 가중했습니다. 합정동 및 망원동 소재 카페 <커넥츠커피>의 이일용 대표는 "원유값 상승에 많은 카페 운영자가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라며 "우유 수급자가 7% 상승했다, 몇 번은 수급마저 원활치 않았다. 공급량을 줄여 가격 상승의 명분을 더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마찬가지로 생크림 또한 몇 달간 구매가 어려워 힘든 시간을 보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문동에 위치한 카페 <이문동커피집> 박미진 대표는 화이트 커피 메뉴의 소비자가를 인상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매장에서 사용하는 매일우유화 매일우유 생크림의 가격이 5% 올랐다. 보다 저렴한 유업체의 제품을 사용할지 고민하기도 했지만,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거래처라 업체 변경은 불발됐다. 그러나 우유뿐만 아니라 부재료 가격이 함께 오른 관계로 크림과 우유를 사용하는 라떼 가격 인상을 선택하게 됐다. 내년도 인건비 상승이 예정된 가운데 유제품 가격까지 올라 테이크아웃 중심의 카페 매장으로서 고민이 많아지는 시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국산 우유 자리를 위협하는 멸균우유와 대체우유
7국내 유제품가의 연이은 상승에 따라 일각에서는 해외 멸균우유의 사용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고 합니다. 상수동 소재 카페 <루크서울>의 유성민 대표는 "아직까지는 거래처로부터 가격 인상을 고지받지 못했지만, 주위에서는 해외에서 멸균우유를 직구하는게 보다 저렴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라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멸균우유는 일반적으로 마시는 살균우유와 달리 제품 내 미생물을 완전히 사멸시킨 우유를 말합니다. 국내 우유 대비 유통기한이 길며 상온에서 1개월 이상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2016년 1,214톤이었던 국내 멸균우유 수입 중량은 지난해 1만 1,413톤으로 대폭 증가했습니다. 4년 만에 9배 가량 증가한 수치인데, 올해 멸균우유 수입 중량이 이미 지난해를 넘어서서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다만 멸균우유는 커피와 결합했을때 맛에 관한 호오가 나뉘어서 카페 점주들에게는 신중한 테이스팅과 선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커넥츠커피 이 대표는 "해외 멸균우유는 저렴하지만, 아무래도 국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맛이 느껴져 사용이 꺼려진다"라고 전했습니다. 온라인 바리스타 커뮤니티의 한 이용자는 댓글을 통해 "호주에서 근무할 때 멸균우유를 썼다. 멸균우유도 종류가 많고 다양하게 수입되다보니 여러 차례 실험해볼 것을 추천한다. 뭐라도 선택하게 되면 제조 단가가 낮아진다"라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식물성 대체우유도 우윳값 상승에 대한 또 다른 해법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특히 '스타벅스'는 지난 9월 24일 자체 개발한 식물 기반 대체우유인 '오트 밀크'를 가본 선택 옵션으로 도입하여 주목을 받았습니다. 귀리로 만든 오트 밀크는 출시 한 달만에 이를 옵션으로 주문한 음료가 20만 잔을 돌파했습니다. '매일유업'의 '어메이징 오트', '코카콜라'의 '조지아 크래프트 디카페인 오트 라떼' 출시 등 식품 기업 역시 대체 우유 개발에 적극적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대체우유 시장은 2016년 82억 원에서 지난해 431억 원으로 약 5배 성장했습니다.
한편, 카페 자영업자의 가격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프랜차이즈 카페의 가격 변동 계획은 현재까지 발표된 바가 없다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올해 하반기보다는 내년 상반기에 가격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의 우유 수급은 원두와 마찬가지로 장기 계약을 통해 대량 공급으로 이뤄지기 때문인데요, 프랜차이즈 카페의 가격 정책에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원윳값에 관한 낙농진흥회와 정부의 행보에도 관심이 필요해 보일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