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모방에 고통 받는 카페 점주들
"매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디저트를 자부심을 가지고 만들고 있다. 디저트 종류 자체는 전국의 많은 카페에서 판매하는 것들이니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몇 날 며칠 고심한 결과인 디저트의 디테일 하나하나를 너무 쉽게 가져가 사용하는 것 같아 무척 유감스럽다. 맛이나 디자인은 너무나 주관적인 영역이라 내것을 배꼈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아마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디저트 전문점 A를 운영하는 점주가 최근 많은 손님으로부터 '근처 카페가 A와 겹치는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밝힌 입장입니다. 그는 또한 "혹시 시간이 난다면 나도 커피를 팔아볼까 하는 우스운 생각도 들었다"라며 속상함을 드러냈습니다.
인기있는 매장의 메뉴나 인테리어를 그대로 베끼는 행위에 막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운영자가 많습니다. 카페 창업을 준비하며 다른 매장들을 참고하는 일은 물론 필요하지만, 작은 디테일 하나까지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 이를 벤치마킹이라 주장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점주가 많은 고객의 제보로 피해사실을 알게 될 정도로 모방의 수준이 심각하지만, 이를 제지하거나 처벌할 방도가 마땅치 않다는 것입니다.
법적 대처의 근간이 될 트레이드 드레스
모양과 색, 크기 등 상품이나 서비스의 고유한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사용된 복합적인 무형요소를 '트레이드 드레스'라고 합니다. 좀 더 쉽게 표현하자면 '특정 제품의 고유한 분위기'로, 허리 부분이 잘록한 '코카콜라 병'울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특징은 기능적이지 않아야 하며, 고유의 식별력이나 2차적 의미(널리 사용되어 사람들이 모양만 봐도 출처를 알 수 있어야 함)를 가져야 한다는 것. 또한 두 제품을 보고 소비자가 혼동할 수 있는 '혼동가능성'이 있을 때 트레이드 드레스 침해에 관한 판단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트레이드 드레스는 2011년, '애플'이 '삼성'에서 자사 스마트폰 디자인을 모방했다며 소송을 제기하며 우리나라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습니다. 당시 애플은 삼성이 아이폰이 지닌 직사작 형태의 둥근 모서리, 이를 둘러싼 테두리, 앞면의 직사각 모양 화면 등을 모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2012년 8월, 배심원단이 애플의 손을 들어주며 1심 평결은 뒤집히긴 했으나, 이 사건을 계기로 트레이드 드레스에 관한 대중의 인식과 관심이 늘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차이라면 미국에서는 전부터 이를 '연방상표법 제43조(a)'에 따라 보호하고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 특히 미국은 특허 청의 주 등록부에 등록해 트레이드 드레스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등록되지 않은 트레이드 드레스도 연방상표법에 의해 권리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제대로 된 보호 어려워
우리나라는 이후 2018년 4월 17일, '부정경쟁방지법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트레이드 드레스를 폭넓게 인정하고 보호하겠다는 명목이었습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상품 판매, 서비스 제공방법 또는 간판, 외관, 실내장식 등 여업제공 장소의 전체적인 외관을 포함한다)와 동이라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타인의 영업상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가 부정경쟁행위로 규정됐다(제2조 제1호 나목).당시 국회는 "영세, 소상공인 등이 일정기간 노력한 결과로 소비자게에 알려진 매장의 실내외 장식 등 종합적 외관을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이딜의 영업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불공정한 행위가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를 보호하는 규정이 없다"라면서 개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2020년, 트레이드 드레읏 침해 등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의 민사소송에서 법원인 내린 판결은 개정 목적과는 다소 어긋난 내용이었습니다. 소송은 베트남 음식점을 운영 중인 B업체가 제기한 것으로, 가맹점 개설을 문의하며 접근한 C와의 분쟁이었습니다. C가 B업체에 매장 인테리어와 콘셉트, 주방 배치 등에 관한 지도를 받고서는 가맹점 개설 의사를 철회한 뒤, 유사한 메뉴와 콘셉트의 매장을 차렸기 때문입니다. 2년여간의 소송 끝에 법원은 '트레이드 드레스로서의 성립요건 및 침해행위 해당성에 관한 원고의 증명이 부족하다'라면서 원구 B의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는 곧 가맹점 창업자로 위장하여 여러 정보를 빼낸 뒤 유사한 메뉴와 인테리어의 업체를 창업해도 문제가 없다는 판결로 해석되어 논란이 됐습니다.
트레이드 드레스의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법적 공방은 비용과 시간, 심적으로도 부담이 막중한 일입니다. 결국 창업자의 올바른 마음가짐과 윤리적인 책임의식이 필요합니다. 누군가 오랜 시간과 노력으로 얻은 결실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 평탄한 지름길처럼 느껴지겠지만, 그러한 요행의 효과는 오래가지 않음을 기억해야합니다. 모방은 다른 이의 아이디어에 나만의 것을 더해 '창조'를 해내기 위한 첫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