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출 목적에 따른 에스프레소 머신

∙ 퓨리인퓨전

퓨리인퓨전은 채널링(편추출)을 억제해 안정적인 추출을 가능하게 합니다. 따라서 머신 사용 빈도가 높은 매장의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바리스타 혹은 도징 등의 변수로 인한 추출 편차를 줄일 수 있습니다.

① ON/OFF 프리인퓨전
본 추출 전 추출수가 나와 원두를 적시고, 휴지기를 가진 뒤 본 추출을 시작하는 구조입니다. 사전 추출수의 양이 너무 많으면 휴지기에 역류할 수 있으니 설정에 유의해야 합니다. 대다수의 보급형 모델에 적용되어 있습니다.

② 소프트 프리인퓨전
본 추출 전 추출수의 압력이 천천히 올라가거나 낮은 압력을 유지하다 본 추출을 시작합니다. 특수 모델 혹은 아날로그 모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중 아날로그 모델은 이퓨전 체임버가 스프링 형태이므로 사용량에 따른 적절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 가변압(가변유량)

가변압 기술이 적용됐다 함은 추출수 압력의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추출라인의 압력센서가 유체의 압력을 유도해 유체압력을 조정하는 방식입니다. 압력이란 단위면적당 가해지는 힘을 뜻하며, 압력을 바꾸려면 유체가 흐르는 관의 면적이나 유체에 가해지는 힘을 조절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유체에 가해지는 힘을 바꾸어 압력을 조정하는 모델은 대표적으로 ‘크렘 원’이 있습니다. 이는 로터리 펌프 DC 모터 구조를 사용합니다. DC 모터는 전동 킥보드나 드론에 사용되는 것으로 전동 킥보드의 스로틀을 당기면 회전 속도갸 빨라지듯, 크렘원의 가변압 모드는 조그셔틀을 회전시킴으로써 모터 회전 속도에 변화를 주어 압력을 바꿉니다. 이 경우 램프업 추출부터 레버머신의 고압 추출 혹은 최근 화제인 저압 추출 등 폭넓은 압력 조정이 가능해집니다. 특히 크렘원의 경우 다른 가변압 모델과 같은 시간-압력 그래프 대신 유량-압력 그래프를 사용해, 레시피 재현성이 높습니다.

여기서 이러한 궁금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① 이러한 많은 기능이 탑재된 머신을 사용하면 커피가 맛있어지는가? ② 추출에서 압력과 유량은 어떤 관련이 있는가?

①에 대한 답은 ‘아니다’입니다. 고정적인 장비와 환경에서도 충분히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단, 머신에 대한 충분한 이해도를 기반으로 추가하거나 보완해 원하는 커피 맛을 만들어낸다면 ‘플러스알파’가 되는 건 확실합니다. ② 질문에 대해서는 앞서 설명했던 가변압은 사실 유량, 즉 단위 시간당 일정 면적을 흐르는 유체의 체적과도 관련이 깊지만,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항상 압력은 신경 쓰면서 유량 확인은 하지 않을까요? 유량을 표기하는 머신이 드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유량보다는 압력을 기준으로 표현하고 표기하는 것이 구조 및 프로그래밍에 용이하기 때문이죠.

그럼 유량에 대한 이론이 커피 추출에서 중요할까요? 추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커피를 통과하는 ‘물의 속도’입니다. 에스프레소 예를 들면, 바스켓 내부 커피의 저항이 낮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커피양이 적고 입자가 크다는 뜻입니다. 이 경우 일반적인 머신은 추출 시 펌프압력이 고정되어 있으므로 유속은 빠르고 유량은 큽니다(참고로 추출 유속이 빠르다는 것은 펌프압력과 추출압력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때 우리는 보통 분쇄도를 조정하거나 커피양을 늘려 추출형태를 맞춥니다. 그런데 만약 펌프압력을 낮추면 어떻게 될까요? 원두의 저항이 같은 상태에서 펌프압력이 낮아지면 펌프압력과 추출압력의 차이가 줄어들며, 이는 곧 바스켓 내부 커피의 추출유속이 느려지고 유량은 작아지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러한 예들은 굉장히 단순하고 편향적입니다. 다만, 이러한 추출의 흐름과 물리적인 원리를 이해하고 적용해보는 것은 더 좋은 추출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모든 머시은 각기 다른 구조와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비싸고 다양한 기능을 가진 모델을 좋은 머신이라 생각하지만, 사용 목적과 장소 그리고 예산에 맞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제품이겠죠. 이용자의 환경이나 필요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값비싼 하이엔드 머신도 의미가 없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 기술자로서 전하고 싶은 말은 ‘바리스타에게 잘 맞는 제품이 최고의 머신’이라는 것입니다.

글  에이덴 기술지원부 김지웅 차장

사진  월간커피, 에이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