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G.R 7.0’이 쏘아 올린 작은 공
사건 개요영문으로만 표기된 메뉴판은 카페 업계만의 논란거리가 아니다. 소비자들은 베이커리, 칵테일 바, 일반음식점 등 업종 무관 한글을 찾아볼 수 없는 메뉴판에 꾸준히 불편함을 호소해 왔다. 카페 업계에선 <카멜커피>의 메뉴판이 본격적인 논란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지난해 4월 한 누리꾼이 카멜커피 더현대점 메뉴판의 ‘M.S.G.R.’을 두고 대체 어떤 메뉴인지 알 수 없다고 하소연한 것이 많은 이의 공감을 얻은 것. 참고로 M.S.G.R.은 미숫가루를 발음 그대로 영문 표기한 ‘Misutgaru’의 약어다. 소비자 의견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감성을 핑계로 영어만 쓰는 건 허세로밖에 안 보인다’, ‘아이와 노약자는 어떻게 주문하라는 거냐’, ‘정작 외국인이 오면 한 마디도 못하더라’ 등 긍정적인 의견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발견하기 힘들다. 일각에선 ‘7.0’이라는 금액 표기법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일반적인 메뉴 가격을 참고해 7천 원임을 추측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품은 가격을 점원에게 물어야 알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위법 검증
결론부터 말하면 영어 메뉴판은 ‘아직은’ 불법이 아니다. 다만 조만간 불법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올 7월 카페와 음식점 등 대중 이용 시설에서 한글 안내판 및 메뉴판을 제공하도록 하는 「국어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상 영역에서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이 국어문화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국민 편의가 저해된다는 주장이었다. 외국어를 메뉴판에 활용한 점주라면 발의 채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겠다.
한편 간판을 외국어로만 표기하는 것은 불법이다. 현행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광고물의 문자는 원칙적으로 한글맞춤법, 국어의 로마자표기법, 외래어표기법 등에 맞춰 한글로 표시하고, 외국어로 표시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과 병기해야 한다. 법령에서 규정하는 ‘광고물’은 ‘공중(公衆)에게 항상 또는 일정 기간 계속 노출되어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하는 장소에서 볼 수 있는 것’에 해당한다. 옥외광고물법에 간판은 적용되고 메뉴판은 배제되는 까닭이다. 다만 3층 이하에 설치되는 면적 5㎡ 이하 간판들은 허가 및 신고 대상이 아니며, 특허청에 등록된 상표를 그대로 표시하는 경우 등 ‘특별한 사유’가 존재하는 간판은 외국어 간판을 허용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간판이 위법이 아닌 이유다.
손님, 3시간이 지났으니 카페에서 나가주세요
사건 개요
8월 21일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게시된 ‘이디야커피 근황’이라는 글이 발단이었다. 해당 글에는 한 ‘이디야커피’ 가맹점이 매장에 게재한 ‘3시간 이상 이용 시 추가 주문 필요’ 안내문 사진이 게재되어 있었다.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사회적 화두로 논의되는 가운데, 해당 게시글이 각종 SNS를 타고 일파만파 퍼져나가는 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시간제한은 본사 방침이 아니다. 가맹점 상황에 따라 점주들이 재량껏 운영하는 정책이다”라고 해명했다. 대부분의 업주는 사안을 두고 공감을 표했다. ‘3시간도 많다. 2시간이면 충분하다’, ‘개인 카페도 그렇게 하고 싶다. 프랜차이즈가 먼저 선도해 달라’, ‘커피 한 잔 시키고 노트북, 이어폰 충전하고 있는 거 보면 답답하다’ 등의 의견이었다. 소비자들은 점주를 두둔하는 쪽과 비판하는 쪽이 팽팽히 맞섰다. 후자의 주장은 ‘전기 사용량 일일이 따져가며 손님 받을 거면 테이크아웃 고객에겐 할인된 가격에 커피를 팔아라’와 같은 내용으로 소비자 응대 방식이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위법 검증
카페 점주들이 마련한 이용 원칙은 그간 수차례 화두에 올랐다. ‘1인 1음료 필수 주문’, ‘노트북, 태블릿 PC 사용 금지’ 등이 그것. 이러한 자영업자들의 재량을 저지할 법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게 운영을 너무 각박하게 하면 결국 손님의 재방문율이 떨어지는 만큼, 자영업자도 이를 고려해 카페를 운영해야 한다”라고 충고했다. 실제로 일부 자영업자들은 공부에 방해되는 시끄러운 음악을 틀거나 전기를 차단하는 등 카공족을 내쫓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너무 과도한 운영 제한은 손님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으로 해석되고 이는 곧 카페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면서 그는 “소비자들도 소비자의 권리가 무한대가 아님을 늘 생각해야 한다”라며 점주와 소비자 양측의 입장을 모두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팁을 달라고요? 여기가 미국인가요?
사건 개요
‘팁Tip’은 고객이 제공받은 서비스에 만족했을 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지불하는 비용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양권 일부에 퍼진 문화다. 8월 19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국내 야구 갤러리’에는 <런던베이글뮤지엄> 잠실점에 팁 박스Tip Box가 놓여 있다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카운터 근처에 지폐가 수북이 담긴 팁 박스가 놓여 있는 사진과 함께였다. 작성자는 “손님과 직원이 만나는 건 계산할 때랑 크림치즈 고를 때뿐인데 팁을 줘야 할 정도의 서비스랄 게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팁 박스를 문제 삼았다. 이에 누리꾼들은 ‘외국서 들여오지 말아야 할 문화를 들여왔다’, ‘탈세 아니냐’라며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측은 “팁 박스는 디스플레이 목적이었다”라며 논란 직후 팁 박스를 모든 매장에서 회수 조치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연남동의 한 카페 직원이 “열심히 일하는 직원에게 팁 어떠신가요?”라는 말과 함께 ‘5%, 7%, 10%’ 창이 띄워진 태블릿을 내밀었다는 후기를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유하기도 했다. 유명 업체가 시작하자 개인업주들도 팁 시스템을 들여보려는 움직임인데, 비판이 거세지자 이들 대부분은 ‘전기세라도 아껴보려 그랬다’, ‘외국인 손님이 많은데 팁 어떻게 주냐고 자주 물어봐서 둔 것이다’라는 식으로 논란을 진화했다.
위법 검증
2013년 개정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57조에 따르면 메뉴판엔 부가세와 봉사료를 모두 포함한 가격을 표시해야 한다. 즉,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값을 메뉴판에 기재해야 한다는 뜻이다. 본 개정 이후 ‘부가가치세(V.A.T) 별도’ 표시는 불법이 됐으며, 팁을 봉사료의 일종으로 해석한다면 위법의 소지가 다분하다.
다만 법률 전문가들은 팁에 강제성이 없다면 불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팁을 강요하지 않고 온전히 소비자의 몫으로 남겨두었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해석인데, 어느 수준의 언행을 ‘강요’로 보아야 할지에 관해선 참고할 만한 판례가 없다. 한편 ‘알바천국’이 올해 성인남녀 1,15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팁 문화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의견이 68.8%로 집계됐다. 팁 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소비자도 적고 들여올 명분도 마뜩잖으니 메뉴판에 기재된 값만 받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