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 왜 변한 걸까?
필자가 차 문화를 즐기기 시작했을 때 처음 접한 차는 우리나라의 녹차였다. 큰맘 먹고 산 고가의 차였기에 여러 가지로 조심스러웠더랬다. 물, 포트, 수온, 우리는 시간 등 마실 때마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차의 맛과 향이 큰폭으로 변해갔다. 알 수 없는 잡내도 났다. 당시에 우리는 기술의 문제인 줄 알았으나 원인은 보관이었다. ‘녹차는 냉동보관하는 것이 좋다’는 잘못된 정보를 그대로 믿고 따랐기 때문이다. 80g 녹차를 30g도 우리지 못했고 훗날 고기 비린내 잡는 용도로 사용하고 말았다.
차 보관의 다섯 가지 요소
앞선 필자의 경험에서 찾을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일까? 냉장고의 온도일까 아니면 냉장고에 차를 넣은 행위 그 자체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포장 용기의 선택, 포장 방법일까? 정답은 ‘전부’이다. 차 제품 뒷면의 보관 방법을 살펴보면 ‘직사광선을 피하고 건조하고 서늘한 곳에 보관’이라고 쓰여 있을 것이다. 거의 모든 제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구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차는 건조물치고 상당히 예민한 편이기에 적절한 보관이 중요하다. 차 보관에 크게 영향을 주는 요소는 다섯 가지다.
빛
‘직사광선을 피하라’는 말은 차를 빛에 노출하지 말라는 뜻이다. 빛은 차의 색소와 지질 등을 산화시킬 뿐만 아니라 엽록소를 탈색시킨다. 녹색을 띠던 녹차가 전구 빛이나 햇볕을 받아 검어지거나 누렇게 변하는 것을 본 적 있을 것이다. 물론 홍차도 마찬가지다. 형광등에도 취약한데 자외선이나 직사광선을 받으면 변화는 더욱 심해진다. 맥주를 햇볕에 쬐었을 때 악취가 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차도 ‘일광취’가 나며 신선한 향이 줄어들고 색이 변한다. 차 문화를 즐기다 보면 차인(茶人)끼리 차를 소분하는 일이 많아지는데, 이때 ‘빛’을 간과해 투명 비닐이나 지퍼백에 담으면 단 하루, 이틀 만에 차의 상태가 급변하고 만다.
습도
‘건조한 곳에 보관’은 습도를 주의하라는 의미다. 이는 모든 식품에 해당하는 말이지만, 차는 그 정도가 무척 심하다. 티 폴리페놀Polyphenol, 단백질, 당분, 유지 등 물을 잘 흡수하는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습도가 높아져 이 성분들이 산화되고 아미노산, 엽록소 등이 변질하면 차의 향미가 달라진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건조된 차의 함수량이 4~6%일 때는 변질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습도가 높은 곳에 차를 장시간 노출할 경우 함수량의 변화가 일어난다. 아래 [ 표 ]는 습도와 시간에 따른 차 함수량의 변화를 보여준다. 장마철 습도가 높아질 때는 이틀 만에 수분 함량이 10% 가까이 올라가기도 한다. 함수량이 12%가 넘어가면 차에 곰팡이가 생기기도 한다. 차가 습기에 얼마나 약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온도
‘서늘한 곳에 보관’은 온도에 관한 문구다. 차 보관의 가장 큰 이유는 ‘산화’를 막기 위함인데, 산화는 온도와 산소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온도가 높을수록 산화는 빨라진다. 말차나 녹차를 냉장/냉동 보관하라는 말은 이에 기인한 것이다. 통제된 저온, 적절한 용기, 냄새가 섞이지 않는 곳에서 관리하면 녹차나 청향형 오룡 계열의 차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후산화·후발효를 거친 보이차, 흑차 등을 제외하면 온도가 높은 곳에 차를 보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여름철 창가, 겨울철 보일러를 틀어 둔 방바닥 등은 피해야 한다.
글 월간커피DB
사진 월간커피DB
빛이 생각보다 중요한 것 같아요. 투명한 통에 밖에서 보관했는데 색이 계속 갈변이 됐는데 역시 빛을 조심해야 하네요..
202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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