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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에스테이트, 차의 품종과 품종향

커피스터디

싱글 에스테이트, 차의 품종과 품종향
지난 호에서는 CoE와 비슷한 대만의 비새에 대해 소개했다. 이번에는 차의 품종과 품종향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품종에 따라 재배하는 산지, 향과 맛, 가격이 다르다. 차 품종을 이해하면 선호하는 차, 필요한 차를 찾기 무척 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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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품종

커피나 와인처럼 차 역시 품종이 있다. 품종에 따라 향과 맛이 다른 것은 물론이고 싹을 틔우는 시기, 적정 해발고도, 생산량, 차나무의 수형, 잎 크기와 모양, 내한성(耐寒性) 등 매우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 물론 폴리페놀, 카페인, 아미노산 등의 함량 또한 다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해 차를 생산하는 많은 국가가 질적으로 더욱 우수한 차를 생산하기 위한 품종개량에 많은 공을 들이곤 한다. 우리나라의 ‘참녹’, 일본의 ‘야부기다(やぶきた)’, 중국의 용정(龍井)43호, 대만의 대차 12호 금훤 등이 그 예다. 차나무는 크게 카멜리아 시넨시스Camellia sinensis 소엽종var. sinensis과 카멜리아 시넨시스 대엽종var. assamica으로 나뉘며, 전 세계적으로 유종1)·관리하는 차나무는 700여 가지에 달한다. 차나무가 재배되기 시작한 지 3,000년이 넘은 것을 고려하면, 품종 하나를 개발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이 결코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개입하여 순화시킨 것 그리고 생산량이나 면적, 역사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 품종으로 인정받는다. 즉, 종자에서 싹을 틔워 유성 번식2)한 개체는 품종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 개체가 매우 우량하거나 무성 번식해 수를 늘려간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물론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현대 개량품종은 통제된 환경에서 이미 검증된 우량품종을 모수(母樹), 부수(父樹)로 개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품종과 적제성

홍차, 녹차, 오룡차 등은 차의 제품명이자 분류명이다. 찻잎의 가공방식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그러나 가공 가능 여부와 결과물의 품질은 다른 문제다. 품종이 왜 중요한지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적제성(適製性)이다. 적제성은 ‘각 품종과 제다의 적합성’이라 풀어쓸 수 있다. 이를테면 아미노산 함량이 높고, 솜털이 많으며 싹이 오래 유지되는 특징을 가진 품종은 녹차에 어울릴 가능성이 높다. 반면 아미노산 함량이 비교적 적고, 잎이 황록색에 가까운 품종은 홍차로 만드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물론 한 품종이 꼭 하나의 적세성을 가지라는 법은 없다. 홍차와 흑차, 오룡차에 모두 적제성을 가지거나 녹차와 오룡차에 모두 어울리는 품종이 적지 않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차는 상품 작물3)이기에 생산자는 적제성을 고려해 차를 만드는 것이 이득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녹차를 많이 생산하는 것도 이에 적합한 차를 많이 육종하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이유로 인도와 스리랑카에서는 홍차가 많이 생산된다. 이처럼 생산자는 품종의 장점과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차를 만들어낸다.

 

품종향과 품종미

품종향(品種香)과 품종미(品種味)는 품종에서 오는 고유한 특징을 이른다. 향과 맛뿐만 아니라 바디감, 밀도감, 애프터 테이스트 혹은 운(韻), 맑음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잘 관리된 다원에서 생산한 차일수록 품종향이 선명하다. 이 때문에 차에 대한 세부 정보가 주어지지 않아도 블라인드 테이스팅만으로 품종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각 품종은 어떻게 동일한 향미를 가지는 걸까? 답은 식물의 무성 번식에 있다. 대부분의 차농이 ‘삽목(揷木)’ 즉, 꺾꽂이4) 방법을 사용한다. 모수의 가지를 잘라 토양에 뿌리면 ‘삽목묘(꺾꽂이로 생긴 묘목)’는 모수와 동일한 유전 형질을 지니게 된다. 이렇게 어떤 개체의 무성증식으로 인해 생겨 유전적으로 같은 것을 ‘클론Clone’이라 한다. 한 품종의 클론이 탄생하면 무수한 증식이 가능해진다. 우량 품종의 번식과 확산은 이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따라서 영양 상태, 환경 조건, 제다 방식에 따라 조금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같은 향과 맛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개인으로 혹은 업체에서 차를 구매할 때 선호하는 향과 맛을 고려해 품종을 선택하면 보다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하다. 가장 좋은 예시인 대만의 오룡차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대만에서는 정말 여러 가지 품종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오룡차를 만든다. 그중에서도 ‘청심오룡(靑心烏龍)’, ‘금훤(金萱)’, ‘사계춘(四季春)’이 많이 재배되는데, 이 세 품종은 각각 고유의 품종향을 가지는 것은 물론 생산 및 이용 방법도 제법 다르다.

청심오룡은 대표적인 대만의 고급 차 품종이다. 품종향은 화과향(花果香)으로 ‘문산포종’, ‘동정오룡’, ‘고산차’ 등 다양한 차로 만든다. 맑고 깨끗하며 밀도감 있는 차탕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내한성도 뛰어나 백두산 천지와 비슷한 2,200m 이상의 해발고도에서도 잘 자란다. 다만, 나머지 두 품종에 비해 생산량이 적고 값이 비싸며, 병충해에도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금훤은 지난 호에서 언급했던 대만의 ‘행정원 농업위원회 차업개량장’에서 개발한 신품종이다. 거의 모든 차에 적제성을 가지며 1981년 발표된 이래 대만에서 생산하는 대부분의 오룡차에 두루 쓰이고 있다. 개량품종답게 생산성이 좋고 병충해에 강하다. 향이 빼어나고 우유향(奶香)이 나 대만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사랑받는 품종이다.

마지막으로 사계춘은 자연교잡종 중 우량한 개체를 선발해 육종한 발견종으로 향이 강렬하며 생산성이 매우 뛰어나다. 채엽(採葉) 횟수를 예로 들면, 청심오룡은 1년에 4회 정도인 데 비해 사계춘은 9회까지 가능하다. 게다가 차나무 당 생산되는 찻잎의 양도 무척 많다. 향과 맛이 강해 스트레이트, 베리에이션에 모두 적합하다. 실제 대만에서는 많은 차 음료의 베이스로 쓰인다. 생산성 덕분에 품질 대비 가격이 매우 저렴해 평상시에도 즐길 수 있는 품종이다.

같은 지역에서 한 명의 생산자가 키웠어도 품종에 따라 차의 향미가 다르다. 청심오룡과 사계춘의 경우 같은 산지의 차라도 가격 차이가 2~4배에 달한다. 그러니 만약 향과 맛이 선명하고 화려한 것을 선호하거나 베이스로 사용할 생각이라면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청심오룡을 구매할 필요가 없다. 이렇듯 품종에 대한 이해 없이 생산 지역이나 이름만으로 차를 고르면 자칫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주의하자. 따라서 차를 고를 때는 품종 정보를 자세히 살펴보고 자신의 상황에 적합한 차인지 가늠해보는 것이 좋다. 여기에 선호하는 스타일의 품종향인지 확인하면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용어 사전

1) 생물이 가진 유전적 성질을 이용하여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내거나 기존 품종을 개량하는 일.

2) 암수의 두 배우자가 합일한 접합체에서 새로운 생명체가 발생하는 생식법(↔ 무성번식).

3)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 재배하는 농작물.

4) 식물의 가지, 줄기, 잎 따위를 자르거나 꺾어 흙 속에 꽂아 뿌리 내리게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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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월간커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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