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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서비스 가이드, 차를 우리는 다양한 도구

커피스터디

차 서비스 가이드, 차를 우리는 다양한 도구
지난 호에서는 차의 품종에 대해 소개했다. 품종이 무엇인지, 동일 품종은 어떻게 같은 품종향과 품종미를 공유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이야기했다. 이번 호에서는 차를 우리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앞선 글을 통해 차를 골랐다면 이제는 우려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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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구’, 어려워 말자

차를 알아가다 보면 초반엔 약간의 어려움이 따른다. 차도 차지만, ‘다구’가 주는 부담이 크기 때문. 당장에 ‘티포트Teapot’ 혹은 ‘차호(茶壺)’만 검색해도 수만 가지가 나오는데 상품 설명에 한자와 전문용어가 빼곡하다. 그뿐만 아니라 ‘저렴한 자사호는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비싸게 샀는데 그릇에서 흙냄새가 난다’ 등 여러 말이 들려온다. 물건 하나 사려는데 공부부터 해야 할 정도다.

그러나 슬기로운 차 생활을 시작하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차를 반드시 티포트에 우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실 어디에 우려야 한다는 법은 없다. 여러 나라의 다도, 다례에서는 기물마다 쓰임을 정하긴 하지만, 편한 찻자리에서까지 이를 지킬 필요는 없다. 어디든 찻잎과 끓는 물을 넣을 수만 있으면 그게 찻그릇이다. 필자는 처음 차를 마실 때 ‘다이소’에서 산 머그잔을 사용했다. 머그잔에 찻잎을 넣고 끓는 물을 부어 우려 마시면 끝이다. 물론 두면 둘수록 점점 쓰고 떫어지는 데다 향과 맛이 떨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기물’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머그잔을 무엇으로 대체하는 것이 좋을까? 보통 차와 관련된 도구는 ‘기물’이라 부른다. 좁게는 찻잔부터 넓게는 찻자리에 걸어놓는 그림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생각보다 넓다. 물론 기물을 잘 갖추면 좋다. 아름답게 찻자리를 꾸미고, 좋은 그릇과 잔, 그림과 꽃, 글을 곁들이면 차 맛도 더욱더 좋아질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모든 것을 갖추는 것은 당연히 어렵고 그러한 자리가 흔치도 않다. 즉, 모든 기물이 ‘필수품’은 아니라는 말이다.
차를 마실 때 필수적인 기물은 두 종류다. 차를 우릴 그릇과 우린 차를 담아 마실 그릇이다. 전자는 흔히 ‘다관(茶罐)’ 내지는 ‘호(壺)’라고 하는데 만든 흙의 종류, 만든 이, 그릇의 모양 등에 따라 가격대가 몇만 원대에서 수억대에 이르기도 한다. 특히 중국의흥(宜興)의 자사호(紫沙壺)1)가 유명하다. 차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욕심이 생기는 그릇이지만 ‘나쁘지 않은’ 자사호를 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공부가 필요하다.

차를 우릴 수 있는 또 다른 그릇에는 ‘개완(盖碗)’이 있다. 이는 ‘뚜껑을 덮는 그릇’이라는 뜻으로 뚜껑과 몸체 두 가지로 구성된다. 주로 경질 백자2)로 만든다. 다양한 차를 담아 마실 수 있고 설거지나 보관 등에 있어 손이 많이 가지 않는다. 잡는 방법만 잘익히면 이만큼 편한 그릇이 없다. 가격대도 만 원대부터 시작해 차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기물이다.
 

초기 비용 없이 차 마시기
윗글에서 언급한 것들이 차를 우리는 기물이다. 그러나 차를 막 마시기 시작한 사람에게 이런 그릇이 있을 리 없다. 그렇다면 초기 비용 없이 차를 우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것은 유리 서버 혹은 비커다. 유리 서버는 커피를 내리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물건일 테고, 비커는 학창 시절 과학실에서 쓰던 그 기물이다. 250㎖ 정도 되는 비커 혹은 유리 서버 두 개를 구비해 하나는 차를 우리고 남은 하나는 우려낸 차를 따라내면 된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겠지만 몇 번 해보면 금세 쉬워질 것이다. 세척도 편하고 보관이나 사용도 편리하다. 자사호의 만만치 않은 가격대, 사용상 어려움, 주의사항 등을 생각하면 매우 실용성이 높은 기물들이다. 차구에 비해 값도 저렴하고 차 맛도 괜찮다. 투박한 외형이 아쉬움으로 남을 순 있겠으나 저렴한 다구로 우려낸 차 맛과 비교하면 그런 마음도 금방 사그라질 것이다.

우리는 기물이 준비됐다면 다음으로 준비해야 할 것은 마실 그릇이다. 찻잔만큼은 인원수별로 구비해 놓는 것이 좋다. 동양의 차는 여러 사람이 나눠 마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머그잔처럼 큰 컵도 괜찮지만, 작은 잔에 여러 번 따라 마실 때 차 맛이 더 좋다. 와인 잔처럼 림의 두께, 형태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다른 특성을 가지지만, 이러한 부분은 차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적절히 넘어가도록 하자. 가격대가 적당하고 흙냄새 같은 이취가 나지 않으며 퍼석퍼석하지 않게 잘 익은 찻잔을 고르면 된다. 차를 우리는 다구의 질을 높이는 것보다 입을 대고 마시는 찻잔의 질을 높이는 편이 훨씬 가성비가 좋다는 것은 작은 팁으로 남겨둔다. 차를 ‘우리고’, ‘마신다’는 측면에서 보면 차를 우리는 기물과 담는 그릇, 두 가지만 있어도 충분하다. 물론 찻잔만 해도 흙의 종류, 불을 땐 가마, 만든 사람, 빚은 형태 등에 따라 셀 수 없이 많은 종류로 나뉜다. 어떤 잔이냐에 따라 심미적인 요인을 넘어 맛과 향이 바뀌기도 한다. 차와 기물의 궁합·시너지는 많은 시도와 경험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처음부터 부담스럽게 생각 말고 차를 우려내는 것부터 해보자.

차도 커피처럼 쉽게 시작할 수 있다. 마음에 쏙 드는 인연을 만난 것이 아니라면 무리해서 비싼 기물을 사지 않아도 된다. 꼭 풀세트를 갖춰 차를 마셔야 하는 것도 아니다. 찻자리를 꾸리기 시작하는 단계라면 딱 한 가지만 기억하자. ‘본질에 집중하라.’ 차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힘을 빼보자. 편하고 즐거운 찻자리야말로 ‘정석’이다. 혼자이든 다른 이와 함께하든 본질에 집중한다면 차는 어렵지 않다. 진입장벽 없는, 편안하고 따뜻한 찻자리가 많은 이의 일상에도 스미길 바란다.

 월간커피DB
사진  월간커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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