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단맛을 더해주는 감미료로 활용되는 설탕은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인류는 기원전부터 식물에서 추출한 당을 섭취했는데 고대의 기술로는 필요한 만큼의 양의 설탕을 얻기도 어려웠고, 충분히 정제되지 않아 특유의 진한 향이 도드라지기도 했다. 그러나 대항해시대를 맞이하면서는 유럽인들의 플랜테이션 착취로 설탕의 대량생산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지금과 같이 단맛만을 지닌 무색무취의 설탕이 대중화된 건 19세기. 음식의 당도를 올려줄 뿐만 아니라 보존기능도 가지고 있는 덕에 음료를 포함한 세계의 식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 큰 계기가 됐다.

설탕은 이제 모든 이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해, 모든 가정이라면 당연히 하나쯤 갖고 있을 법한 존재로 여겨진다. 그만큼 활용도가 높고 널리 쓰인다는 건데, 여러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적당량만을 섭취할 것이 권고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WHO에서는 성인 기준 하루에 섭취해야 하는 설탕 권장량을 ‘50g’으로 정했으나 2015년, 이를 25g으로 줄이면 더 좋다고 제시했다. 하루 섭취 열량의 5%에 불과해 다소 엄격한 수준이라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설탕을 과다 섭취할 경우 여러 건강 문제가 유발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성인병 당뇨, 고혈압, 비만 등의 원인이 되는 것은 물론 심장이나 간 등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각광받는 대체감미료 그 종류

다양한 측면에서 건강을 위협하는 설탕이지만 그럼에도 섭취가 활발히 이뤄지는 건 당을 일절 첨가하지 않으면 말 그대로 ‘맛이 없어서’다. 따라서 당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들은 설탕을 쓰지 않고 단맛을 낼 수 있는 ‘대체감미료’에 눈길을 돌렸다. 최초의 대체감미료는 1879년 발견된 사카린. 수십 년간 사랑받았지만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로 판매가 중단됐다. 이후 1998년 국제암연구소가 사카린을 암 유발 물질 목록에서 제외했지만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한 탓에 이후 계속해서 새로운 대체감미료가 개발됐다.

그중 최근 잘 알려진 것들이라면 스테비아, 에리스리톨, 알룰로스 등이다. 대체감미료는 설탕과 비슷한 단맛을 가지면서 칼로리는 낮고 식품으로 섭취하기에 안전하다는 조건을 충족하는 화합물이어야 한다. 천연 감미료 스테비아는 브라질, 파라과이 등 남아메리카에서 자라는 식물의 잎을 활용한 것으로 ‘스테비오시드’라는 감미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달콤한 맛을 낸다. 설탕보다 당도가 200~300배 높은 반면 칼로리는 1/100 수준으로 상당히 낮다는 게 특징이다. 당도가 워낙 높아 일반 가정과 같이 소량의 음식 제조에 사용하기는 어렵다. 그 대안으로 제시되는 건 당 알코올의 하나인 에리스리톨. 설탕의 70~80% 정도의 감미를 가지며 칼로리는 1/10 이하이며 스테비아와 마찬가지로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배출된다. 그러나 당 알코올 종류라 특유의 화한 맛으로 인해 스테비아와 혼합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알룰로스는 무화과, 건포도 등에 극소량으로 존재하는 당분이다. 일본에서 먼저 개발됐다지만 국내 기업인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또한 이를 자체 개발해 출시했다.

모르고 섭취하면 위험할 수 있어

설탕보다 훨씬 적은 양으로 충분한 단맛을 낼 수 있는데 칼로리는 더 낮다니, 이보다 매력적일 수는 없어 보인다. 실제로 대체감미료를 적절히 활용하면 더욱 건강한 결과물을 낼 수는 있겠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있다. 이들 역시 적당량만을 섭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고는 하나 각각의 부작용으로 인해 대부분 일일 적정 섭취량이 정해져 있으며, 알룰로스는 아직 관련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속단하기 이른 상황이다.
게다가 2019년,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의 외르크 메르폴 박사 팀이 대체감미료에 대한 56건의 기존 연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대체감미료를 쓴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며 대체감미료가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칼로리컨트롤협회는 열량이 낮은 감미료를 사용하면 체중 감소와 단 음식 섭취 욕구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반박 성명을 내기도 했으나, 대체감미료에 대한 논란이 꾸준한 점을 보면 무턱대고 섭취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만은 않겠다.

카페 & 티 컨설턴트 ‘메르시보니’ 임보은 대표는 “설탕이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사용되어온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물론 과도하게 섭취하면 건강에 해롭겠지만 대체감미료 대비 부작용이 없는 안전한 식품이다”라며 “에리스리톨의 경우 역시 많이 섭취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설사, 복부팽만 등의 부작용을 유발한다. 그러나 ‘설탕보다 건강한 대체감미료’ 타이틀을 내세운 상품 중에는 부작용을 일으킬 만한 많은 양의 대체감미료가 사용된 경우가 종종 있다. 업체들이 ‘건강’, ‘0칼로리’ 등의 키워드로 소비자를 자극하는 것에 앞서 이러한 부작용을 잘 인지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드러냈다.

글  월간커피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