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KBC(한국바리스타챔피언쉽)에서 저만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블랜드를 선보인바 있습니다. 대회의 특성상 에스프레소 추출을 목표로 설정하였으며 후블랜딩 방식을 사용하였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Blending Knowhow

1 블랜딩 컨셉 설정
컨셉을 설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대에서 심사위원들에게 독특한 캐릭터의 에스프레소로 인상을 남기는 것과, 제가 준비한 프리젠테이션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커피였습니다. 안전하게 맛의 밸런스를 끌어가고자 했다면 각 원두의 배합 비율을 비슷하게 가져갈 수 있었지만, 과감한 배합 비율로 차별화를 도모했습니다.


2 산지별 커피 평가
커핑을 통해 각 커피의 1차 평가를 진행합니다. 이때 산미와 플레이버는 참고 사항이며 아로마, 스윗니스, 오일리 항목을 강도로 평가하여 5점 만점으로 스코어링합니다. 플레이버를 최소한으로 참고하는 이유는 블랜딩한 후 커피로 추출해보면 예측한 플레이버가 생각보다 발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개인의 선호도로 인해 가설을 세울 때 편견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긍정적이고 명확한 산미와 플레이버는 기억해둬야겠지만, 여러 커피가 만났을 때 생길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고려해야만 합니다.

3 가설 세우기
산지별 커피 평가를 통하여 얻은 결과를 토대로 블렌딩 레시피를 예상해봅니다. 이 때 최대 몇 가지 커피를 사용할 것인지 결정하고 시작해야만 실험의 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블랜딩 컨셉에서 차별화된 캐릭터의 에스프레소를 목표로 최대 3가지 이하의 커피만을 사용하기로 계획했습니다. 커핑 결과의 각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커피의 조합, 혹은 서로 다른 플레이버와 특징을 가진 커피의 조합, 또는 장점과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조합 등을 예상하여 5~6가지의 레시피로 압축했습니다.

4 실험 해보기
이제 가설을 실행해 볼 차례입니다. 그런데 각 커피를 모두 에스프레소 추출 환경으로 세팅하고 실험하는 데에는 시간이나 장비의 제약이 뒤따르므로 첫 번째 실험은 에어로프레스를 이용합니다. 에어로프레소 추출은 에스프레소 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압력과 고운 분쇄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각 산지 별 커피를 미리 분쇄해 둔 후 가설에 따라 분량만큼 조합하여 추출한 뒤 평가하면서 2~3가지의 레시피로 줄여나갑니다. (만약 이 단계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하면 다시 ‘③ : 가설 세우기’의 과정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실험은 에어로프레스를 통해 가려낸 레시피를 에스프레소로 테스트하는 것입니다. 에스프레소 추출에서는 에어로프레스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긍정적 플레이버가 명확히 발현될 수도 있고, 과다한 추출로 인한 예상 밖의 부정적 플레이버가 발현될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커피의 배합비율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회 블랜딩의 특성상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 모두에서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는지에 초점을 맞춰 각 커피의 비율을 결정했습니다.
애초에 세웠던 가설 중 하나는 복합적인 산미가 특징인 케냐 커피를 과감하게 사용해 안정적인 품질을 추구하고 에티오피아 내추럴 커피를 더해 개성있는 맛의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에스프레소로 추출하자 바디와 단맛이 예상보다 낮게 표현되어 오일리점수가 양호했던 콰테말라 커피를 아주 소량 추가했습니다. 그 결과 추출 안정성과 단맛의 상승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5 블랜딩 완성
→ 바이올렛 블랜드
케냐 : 에티오피아 내추럴 : 과테말라 = 6 : 3 : 1
카푸치노 메뉴에서는 바이올렛 블랜드와 저온살균우유가 만나 요거트와 크림치즈의 풍미 유가캔디의 프레이버를 발견해해낼 수 있었습니다.

글  CUP

사진 월간커피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