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모르와 사치모르
게이샤와 함께 전 세계 그린빈 품종 트렌드를 선도하는 품종을 꼽으라면 ‘카티모르와 사치모르’가 있다. 이는 소비국에서 선호하는 품종의 트렌드가 아닌 생산국에서 주목하는 품종이다. 그 이유는 로부스타에 뿌리를 둔 하이브리드 드 티모르
Hybrid de Timor에 있다. 전 세계 커피 시장은 10여 년 전부터 로야
Roja로 인해 생산량이 급감했다. 이를 단순히 병충해로 치부하기보다는 변화하는 기후로 인한 영향으로 보아야 한다. <커피명가> 안명규 대표는 “그간 재배해 온 커피 품종이 변화한 기후에 살아남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본다. 수백 년 이어져 온 환경과 기후가 변하는 건 식물에 치명적인 사건”이라며 “카티모르와 사치모르를 재배하는 건 농부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들에게 생산량은 생활로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생산량을 안정화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로 보는 것이 맞다. 소비국에서 산지를 방문해 새로운 것, 트렌디 한 것을 강요하기보다는 그들의 삶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필자가 지난해 방문한 페루에서 만난 농부들은 입을 모아 ‘건기와 우기가 모호해진 기후 변화’, ‘티피카와 버번의 병충해’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이러한 현상은 중남미 모든 커피 생산국가가 당면한 문제다. 이에 따라 각 커피협회 및 연구소는 병충해에 강인한 품종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여기서 탄생한 품종이 카투라와 카티모르를 교배한 ‘카티모르’와 빌라사치와 카티모르를 교배한 ‘사치모르’다. 이 두 가지 범주에 속한 품종은 나라별로 각국의 기후에 맞춰 조금씩 변형되었다. 이 품종을 보유하는 것이 자국 커피산업의 미래라고 인식하는 농부도 많다.
온두라스에서 커피 농업을 이어온 호세
Jose는 “온두라스 커피는 여전히 전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좋은 품질의 커피를 생산하는 곳이다. 병충해는 수년 전부터 커피 생산지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국가 차원에서 개발·장려한 IHCafe 90, Lempira 같은 품종이 있기에 우리 커피 산업의 미래는 밝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 강민서 바리스타는 “농부들이 카티모르, 사치모르를 선택하는 건 소비자의 관점에서 보면 ‘더 나은 품질의 그린빈 확보’라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농부 입장에서는 농작물의 피해가 당장 생계를 위협하는 중대한 변수로 이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걸 안다. 이들이 선택한 품종의 품질이 점차 개선되길 희망하며, 이 품종을 다르게 활용할 수 있는 현명한 상생의 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급 품종으로 인지되던 품종과 기피 품종 사이의 벽이 허물어져 가는 이 같은 상황은 향후 커피 산업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긍정적인 신호다.
필자가 페루 중부 비야리카
Villa Rica 지역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연구소에 도착하자마자 농부인 라파엘
Rafael이 커피 한 잔을 따라 주었다. 무슨 커피인지 묻자, 일단 먼저 마셔보고 이야기해달라고 말했다. “어때?”라고 묻는 그의 질문에 “좋은데?”라고 답했다. 그제야 라파엘은“이건 네가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던, 내가 재배한 카티모르 100% 커피야. 품종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버리는 것이 중요해”라고 말했다.
필지가 만난 이태리의 그린빈 바이어 플라비오 지오아렐은 “기후가 이렇게 변해가면 결국 카티모르만 남을 것이다. 산미를 극도로 거부하는 이탈리안 커피 스타일에는 카티모르 계통의 품종이 주는 묵직하고 강렬한 맛이 잘 어우러지지만, 미국식 스타일의 추출법에는 맞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 커피 품종
미국의 카운터컬처 커피는 2018년 『에티오피안 커피 버라이어티Ethiopian Coffee Variety』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그동안 토착종
Heirloom으로 표기되어 온 에티오피아 커피를 지역과 특성별로 세분화한 책이다. 책은 에티오피아의 품종을 크게 2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첫 번째는 자생적으로 지역에서 재배되어온 커피, 두 번째는 짐마 농업 연구소
Jimma Agricultural Research Center (이하 JARC)에서 개발된 40여 종의 현대 품종이다. 대부분의 에티오피아 농부는 이 두 가지를 함께 재배한다. 자생적으로 재배된 품종은 정확히 그 종류나 특징에 대해 정의 내리기 어렵지만, 새롭게 보급되어 재배되기 시작한 품종은 분류할 수 있다. 때문에 지역별로 자생하여 온 품종은 해당 지역의 이름으로, JARC에서 개발된 품종은 보급된 품종의 이름을 사용하여 세분화가 가능하다. JARC에서 개발된 품종은 CLRCoffee Leaf Rust, CBBCoffee Berry Borer 등의 질병에 강화할 목적으로 육성된 품종, 향미 강화를 위해 탄생한 품종 등 세밀하게 구분되어 있다. 이 책을 읽은 백석예술대학교 서지연 교수는 “에티오피아의 커피 품종이 보다 세분화 되는 시점이 올해라고 본다”고 말했다.
런던의 유명 커피 기업인 ‘몬마우스커피
Monmouth’는 이미 이 구분을 사용하고 있다. 2019년 2월 1일 판매된 ‘에티오피아 레코 오나초 테세마 에디마
Ethiopia Reko Tessema Edima’는 그 품종의 분류를 ‘데가
Dega’, ‘구르메
Kurume’로 표기했다. 다국적 그린빈 무역회사인 네덜란드 ‘트라보카
Trabocca’는 다양한 에티오피아 커피를 취급하고 있는데, 자사 홈페이지에 “그 간 토착종으로 분류했던 것을 각 커피의 특성을 보다 효과적으로 인지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데가, 구르메, 후리소
Wholiso 등으로 분류해서 표기한다. 이러한 분류는 에티오피아 커피 농부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것이지만 소비국에서는 이런 분류를 시도하지 않았다”고 알렸다.
이에 대해 이순림 원장은 “에티오피아 품종은 늘 토착종 혹은 혼합 종으로 분류돼왔기 때문에 그 특징을 분류하거나 구분 짓기 어려웠다. 카운터컬쳐가 펴낸 책에 기인해 더욱 세밀한 분류가 에티오피아 스페셜티 커피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이다. 향후 우리나라의 많은 에티오피아 커피 품종란에 토착종 대신 ‘구루메’ 등의 품종이 쓰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품종 분류는 커피 인들이 정복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티모르의 경우는 현재 중국에서도 주를 이루고 있는 품종으로 알려져있죠ㅎㅎ 개인적으로 저도 전문가 분처럼 카티모르의 맛 때문에라도 선호하는 커피가 아닌데 미국방식이 아닌 방식으로 마시면 좋다고 하니 궁금하네요 :)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9-08-15
좋아요(0)둘다 처음 둘어보는 품종이네요. 사실 게이샤 말고 딱히 아는것도 없지만 좋은 자료 잘 읽었습니다^^
2019-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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