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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커피 이야기-7

전문가 칼럼

브라질 커피 이야기-7 파젠다 디오스 이르마오스 Fazenda Dois Irmaos
브라질 산지투어 7번째로 방문한 농장은 ‘파젠다 디오스 이르마오스Fazenda Dois Irmaos’다. ‘디오스 이르마오스’는 ‘두 형제’라는 뜻의 포르투갈어로 헤일로 산체스와 에반드로 산체스 두 형제가 설립했다. 이들은 상파울로, 파라에서 시작해 세라도 미네이로 지역으로까지 농장을 확장했고, 400ha의 총면적 중 234ha에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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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젠다 디오스 이르마오스는 10여 년 전 에반드로의 딸이자 농업공학과 농업경제학을 공부한 마리아에게 인수돼 그녀의 주도 하에 운영되고 있다. 마리아는 수확방식부터 웻밀, 프로세싱, 드라이밀, 저장 등 모든 과정의 이력을 추적할 수 있도록 상세한 기록과 체계적인 관리 등에 힘쓰고 있다. 커피 품질 향상을 위한 새로운 기술에도 끊임없이 투자한 덕에 2017년에는 세라도 미네이로 지역 커피대회의 내추럴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해당 대회는 매년 세라도 커피생산자 연합회Cerrado Coffee Growers Federation에서 개최한다. 큐그레이더로 구성된 심사위원 그룹이 200개의 샘플 중 상위 50개의 커피를 선정하고, 결선에 진출한 농장을 직접 방문해 윤리성 및 이력 추적성 등을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새롭게 구성된 또 다른 큐그레이더 심사팀이 한 번 더 평가를 진행한다.

From Seed to Cup

다른 대회와의 차별점이라면 커피 맛만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장에서의 생산에서부터 커피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최종 단계까지 모든 과정에 대한 이력이 추적 가능해야 한다. 파젠다 디오스 이르마오스는 내추럴 부문에서 커핑 스코어 90.29점을 받았으며 윤리성과 추적성 기준에서 100% 사용 평가 점수를 받았다. 수상한 커피는 옐로우 카투아이로 캐러멜, 오렌지캔디, 허니브레드, 붉은 계열의 과일, 라파두라, 바닐라의 향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서울카페쇼에서 열린 월드커피리더스포럼의 브라질 산지 세미나에서 한 농장주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제 아무리 농장에서 노력을 하더라도 자연의 은혜 없이는 90점 이상의 커핑 점수를 받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었다. 즉 최고의 커피 품질을 위해서는 농장주의 노력과 더불어 고도, 토양, 기후, 강수량 등 자연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브라질에서 필자가 방문한 세라도 미네이로 지역은 이러한 테루아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 커피의 품질에 대한 기대를 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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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심은 커피나무에 열매가 맺히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커피씨앗인 파치먼트가 발아해 묘목으로 성장하기까지 5개월, 이를 농장 필드로 옮겨 심어 3년 정도 재배하면 결실을 맺는데, 운 좋게 첫 수확을 앞둔 농장 필드를 방문할 수 있었다. 1m 정도로 키가 자란 커피나무는 겉으로 보면 열매가 보이지 않지만 나뭇잎을 걷어 속을 들여다보면 커피체리가 빼곡하게 맺혀있었다. 품종은 옐로우 카투아이로 매끈한 노란색을 띠면 덜 익은 것이고, 잘 익은 바나나처럼 갈색을 띤 체리가 가장 잘 익은 상태라고 한다.
다른 농장필드에서는 스트리핑 수확이 한창이었다. 커피체리들이 바닥에 바로 닿아 발효되는 일이 없도록 바닥에 천을 깔아둔다. 스페셜티 커피 랏의 체리는 피커들이 일일이 핸드피킹 한다. 수확된 커피는 추적이 가능하도록 상세히 기록하고 신중하게 관리한다. 이외에 체리를 담는 컨테이너까지 단계별로 꼼꼼하게 청소하는 등 커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을 부지런히 방지하는 모습이다.
수확 후의 커피체리는 곧장 발효가 시작돼 커피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바로 웻밀로 옮겨져 4시간 이내로 세척 및 선별 과정을 거친다. 웻밀에서는 이물질 제거, 세척, 분류를 진행한 뒤 랏별로 가공에 들어간다. 작업 전후로는 기계를 소독하고 주변까지 세척하는데다가, 펄핑을 하지 않기 때문에 청결하게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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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핸드피킹 체험도 할 수 있었는데 80% 이상 익은 커피체리만을 골라 따는 게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자칫 덜 익은 체리를 수확하면 전체 커피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되면서 괜히 전문 피커가 따로 있는 게 아님을 금세 깨달았다.

품질 향상을 위한 세심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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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는 그늘 재배하는 농장을 찾아보기 어려운데, 이곳은 토착 나무가 본래 그늘진 곳에 위치해있기도 하고, 자연환경 보존과 커피 품질 향상을 위해 그늘 재배를 병행한다. 덕분에 해충과 질병 억제, 수분 조절, 바람막이 등의 효과가 있으며 체리의 당도도 높다. 또한 수질, 토양,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해 준수해야 하는 인증 프로토콜에서 금지된 살충제 등은 사용하지 않는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묘목을 심어놓은 곳을 제외하고는 농장필드에 관개시설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브라질은 워낙 건기와 우기가 뚜렷하고 강수량도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커피는 주로 내추럴 프로세싱을 거친다. 세척을 마친 커피체리는 콘크리트 파티오에서, 스페셜티 커피는 별도로 마련된 레이지드 베드에서 습도가 14~18%가 될 때까지 2~8일 정도 햇볕에 건조시킨다. 이후 기계식 건조기로 옮겨 추가 건조하는데, 스페셜티 커피는 35℃, 커머셜 커피는 40℃의 온도로 1차에서는 습도 12~12.5%, 최종적으로는 11.5%가 될 때까지 건조한다. 모든 과정을 끝낸 커피는 바로 농장의 실험실에서 커핑한 뒤 웨어하우스에서 휴지기를 거치는데, SCA 기준으로 스페셜티에 속하는 커피는 별도로 보관해 관리한다.
이 농장에서는 지역 커피대회 내추럴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커피와 카투아이 2종, 아카이아 3종을 커핑했다. 대체적으로 밝은 과일의 산미, 부드러운 벨벳 같은 마우스필, 좋은 밸런스를 지니고 있었다. 이미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은 커피인 만큼 평가라기보다는 그 훌륭함을 즐기는 시간이었다.

세 곳의 농장필드와 여러 시설을 둘러보고 커핑을 끝낸 뒤 밖으로 나오니 어느덧 저녁 무렵이었고, 푸짐한 바비큐 식사가 준비되어있었다. 농장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는 시간은 언제나 여행의 피로를 해소시켜준다. 높은 커핑 스코어를 획득한 수상 커피를 선물로 받고 돌아가는 길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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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적가능성

세라도 미네이로 지역의 커피농장들은 기후, 토양, 수준 높은 농업 등으로 커피 품질 향상과 다양성을 통해 고객 맞춤 커피 생산의 비중을 늘리고 있었다. 방문한 농장마다 고객들이 원하는 사항을 반영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으며, 이미 적잖은 고객들이 수확시기에 방문해 수확과 프로세싱의 경험을 함께 하며 정보를 교환한다. 고객이 원하는 커피 프로파일을 얻고자 농장주는 프로세싱 방법을 바꾸기도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경험 공유는 농장에서 고객으로, 고객에서 다시 농장으로 돌아가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든다. 농장에서 커피 한잔에 이르는 여정은 생산자, 제재업자, 수출업자, 수입업자, 로스터, 바리스타, 그리고 고객 간의 관계를 연결시키고 최고 품질의 커피를 지속가능하게 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고품질 유지를 위해 파젠다 디오스 이르마오스는 윤리적인 운영을 이어가고 있고, 수확과 가공, 유통 과정의 이력 추적이 가능한 데이터 프로세스를 구축해 전 과정을 기록하고 관리한다. 축적된 정보가 많을수록 커피의 일관성 유지가 수월해진다고 한다. 이곳의 커피를 구매한 고객은 QR코드를 통해 구매한 커피의 이력을 추적할 수 있다. 우리가 마시고 있는 커피가 어느 나라의 어느 농장에서 어떻게 재배·가공되고 유통되는지에 대한 이력 추적은 결과적으로 지속가능한 커피의 가치를 창출하게 할 것이다.

파젠다 디오스 이르마오스 농장 정보

● 인증 Rainforest Alliance, UTZ, BSCA, Cerrado Do Mineiro Region
● 지역 세라도 미네이로Cerrado Mineiro
● 규모 474.99ha(커피 재배 면적 280.79ha)
● 생산고도 1,100~1,200m
● 프로세싱 내추럴, 펄프드 내추럴 선 드라이

재배 품종

● 옐로우 버번
● 옐로우•레드 카투아이
● 문도 노보
● 아카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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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커퍼스(한국커피품평협회) Cupper
現 티포인트 스튜디오 대표
現 서울시 강서구, 관악구 노동복지센터 커피강사
現 SCA Q-grader
前 이스타항공 창립/서비스마케팅 실장
前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노동조합 위원장

 고경임
사진  고경임

추천(1) 비추천(0)

  • 바리스타미니

    옐로우카투아이를 실제로 보고싶은 욕심이 있어요!!! 늘 다음글이 기다려지는 좋은 칼럼 감사해요!!!

    2019-05-02

    좋아요(0)
  • 아이스커피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브라질에 대해서 계속 기대하게 되는 좋은 글 이네요.

    2019-05-02

    좋아요(0)
  • 맨땅에커딩

    항상 브라질 시리즈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볼 때마다 산지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갔다오면 커피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

    2019-04-30

    좋아요(0)
  • waitforitttt

    보면 볼 수록 브라질 커피의 매력이 참 다양한 것 같아요. 방문해보고 싶은 곳이네요ㅎㅎ

    2019-04-29

    좋아요(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