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젠다 카초에이라 농장은 최근 몇 년 전부터 100% 지속가능한 고품질 스페셜티 커피 생산을 위한 이력추적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으며, 열대우림동맹 인증을 받았다. 빅터가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파젠다 클라우디오Fazenda Claudio는 스페셜티 커피 생산을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2018 브라질 CoE에서 커핑스코어 88.21점으로 21위를 차지했다. 이밖에2019 BSCA 브루어스컵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한 아서 말라스피나Athur Malaspina가 이곳의 커피를 사용했다고 한다.
필자는 브라질 산지 연수 후반부로 갈수록 여행의 피로로 지쳐가고 있었다. 그 즈음에 이곳을 방문했는데 사실 사전정보도 없었기 때문에 큰 기대를 갖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도착해 입구부터 깔끔하게 정돈된 소박한 정원을 보니 ‘커피 농사도 이렇게 정성스레 하겠구나’ 하며 작은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게다가 농장 가족들이 반갑게 맞아주며 웰컴 드링크로 내준 커피는 부드럽고 밸런스가 좋아 기대가 커져갔다. 농장의 필드 두 곳과 시설을 둘러본 후 아홉 종류의 커피를 커핑하고, 늦은 시간까지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됐다.
커피 재배 및 프로세싱
이곳의 주요 재배 품종은 레드 카투아이와 옐로우 카투아이다. 커피 체리는 기계식, 스트리핑, 핸드피킹 세 가지 방법으로 수확하고 있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기계식, 스트리핑 수확이 한창이었는데, 이는 브라질의 여느 농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외 드라이 온 트리Dry on tree 커피 수확도 하며, 이렇게 수확된 커피는 초콜릿처럼 단맛이 강하다고 한다.
이번 일정에서는 방문자들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농장주의 모습이 돋보였다. 커피 수확 현장을 보다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수확 기계 트럭 위에 올라가게 했고, 덕분에 농장 전경을 한눈에, 안전하게 볼 수 있었다. 뭉게구름이 피어난 하늘아래 초록빛 커피나무 사이사이 맺혀있는 알록달록한 커피 체리는 보는 것만으로 풍족한 경험을 안겨줬다.
기계수확을 마친 커피체리는 넓은 파티오에서 건조하는데 햇볕을 잘 받을 수 있도록 해가 뜨고 지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솎아준다. 콘크리트 파티오에서 건조할 땐 체리를 비교적 두껍게 쌓아두고 한다. 이는 프루티Fruity한 향미를 위해서라고. 12~13일 건조 과정을 거친 뒤에는 기계 건조를 한다. 브라질의 전통적인 내추럴 프로세싱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펄프드 내추럴과 허니 프로세싱도 진행한다고 한다.
스페셜티 커피는 모두 핸드피킹을 진행한다. 수확한 체리는 40시간 동안 백bag에 담아 그늘에서 발효시키고, 콘크리트 파티오에 2cm 정도 두께로 펼쳐 습도 11.5%가 될 때까지 솎아준다. 이후 20~25일 정도 햇볕에서 한 번 더 건조시킨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퍼먼티드 내추럴Fermented Natural 프로세싱이 있다. 체리를 백에 담아 나무 그늘에서 몇 시간 휴지하고, 레이지드 베드로 옮겨 태양에서 건조한 뒤 비닐 백에서 발효시키는 방법이다. 건조가 끝난 커피는 드라이 밀로 옮긴다. 프로세싱을 마친 커피는 농장의 실험실에서 커핑하고, 랏별로 분류한 파치먼트는 모든 단계의 이력추적이 가능한 지역 협동조합인 CARMOCER의 웨어하우스로 가져간다.
드바르보사 커피의 농장들은 다른 브라질의 대형 농장과는 다르게 웻밀 시설이 충분치 않다. 커머셜 커피만을 재배하던 과거에는 커피 체리의 분류 작업이 필요 없는 브라질 전통 내추럴 커피를 생산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는 스페셜티 커피 생산을 위해 시설을 하나씩 갖춰 수확부터 가공, 저장, 유통 등 모든 과정에서 이력추적이 가능해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좋은 커피를 생산했음에도 다이렉트 트레이드 구매자와의 연결고리가 없었고, 커피 이력추적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커머셜 가격에 커피를 거래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제는 다이렉트 수출뿐만 아니라 항공편 비용만 부담할 경우 소량도 기꺼이 발송하고 있다.
효율적인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필드 매핑
드바르보사 커피는 스페셜티 커피 생산을 위해 매핑Mapping을 이용한다. 브라질 대형 농장에서는 드론을 이용해 매핑하기도 하는데, 필자는 2015년 한국항공대학교에서 드론 활용 전문가 창업과정을 밟으며 공부했던 터라 귀가 솔깃했다. 드론에 적외선 카메라를 장착해 촬영하는데, 이 데이터를 활용하면 커피 생산에 필요한 정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알아낼 수 있다. 농장을 3D 모델화하는 것부터 촬영 데이터를 기반으로 농작물 및 토양을 분석해 최적의 수확시기와 비료의 양, 비료 주는 시기 등의 파악이 가능한 것이다.
이전에 방문했던 다른 농장에서도 매핑을 이용한다고 들었는데, 이곳은 매핑을 통해 짧은 시간에 스페셜티 커피를 생산한다고 해서 더욱 관심이 갔다. 우선 수확 전에 필드별 토양을 분석하고, 커피 체리 등의 시각적인 데이터도 수집해 분석한 뒤 테스트를 거친다. 테스트 결과에 따라 스페셜티 커피 랏을 선정해 가장 잘 익은 체리를 핸드피킹한다. 모든 과정은 농장에서 직접 컨트롤하며 랏별로 엄격한 관리가 이뤄진다.
스페셜티 커피를 위한 팀웍
다닐로 바르보사는 스페셜티 커피 생산에 집중하기 위해 별도의 팀을 구성했다. 여기엔 가족들 외에 SCA 큐프로세싱 프로페셔널Q-processing Professional과 큐그레이더 자격을 갖추고 커피 품질 관리를 담당하는 샌더Sander, QC 품질관리 책임자 마르코스Marcos가 포함돼 있다.
보다 다채로운 커피 향미와 품질 개선을 위한 고객들의 요청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이곳은 고객들의 니즈에 빠르게 응대할 수 있는 인력풀을 갖추고 있다. 이 팀은 고품질의 스페셜티 커피 생산의 일환으로 품질, 컵노트, 일관성, 스크린 사이즈, 랏 추적, 프로세싱 및 건조 방식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
우리가 농장에 도착해 떠나는 순간까지 팀원들 모두가 일정에 함께했다. 그들 중 누가 농장주이고, 누가 직원인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모두가 커피에 대한 열정이 상당했다.
9종의 커피 커핑
이곳에서는 아홉 종류의 커피를 커핑할 수 있었다. 이중에는 스페셜티 커피 랏의 커피와 그렇지 않은 필드의 커피가 섞여있었다. 대체로 브라질 커피에서 느껴지는 초콜릿, 견과류, 가벼운 산미, 중간 이상의 바디감을 느낄 수 있었고 85점 이상의 커피는 세 가지로, 함께 커핑한 이들의 공통 의견이었다. 농장에서는 이러한 결과가 내부 품질팀에서 커핑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커핑 결과는 문화, 식습관, 개인의 경험 등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지만, 좋은 커피는 누구나 알아본다는 것은 인지상정으로 보인다. 85점 이상을 받은 커피에서는 복숭아, 체리, 베리, 파인애플, 와인, 건자두, 다크 초콜릿, 그리고 부드러운 산미와 좋은 밸런스를 느낄 수 있었다.
파젠다 카초에이라는 농장주의 아내와 며느리까지 커피 농사와 운영에 참여한다. 또한 사무실은 처음에 농장주의 집으로 착각할 정도로 정겨워 ‘가족 같은 분위기의 일터가 이런 거구나’ 싶었다. 다닐로는 프레젠테이션 중에 “직원들과 함께 꿈꾸고, 생각을 공유하고, 성장해나가며 최고 품질의 지속가능한 커피를 생산할 것”이라고 했다. 필자는 이곳에서 커피와 사람들을 통해서 커피와 삶의 질적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 여담 한마디
로스터로서 농장에서부터 한잔의 커피가 완성되기까지 모든 과정을 잘 이해한다면 로스팅에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커핑’이다. 커피 맛을 제대로 볼 줄 알아야 산지를 방문했을 때 보다 정확한 의사 전달이 가능하다. 농장에서는 고객의 의견을 반영해 품질 개선에 힘쓴다. 그러나 정보 전달이 충분치 않으면 품질 개선 과정에 시행착오를 유발하고, 이에 따른 기회비용까지 소요된다. 유의할 점은 산지의 많은 농장들은 이러한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파젠다 카초에이라 정보 정보
● 인증 Rainforest Alliance, BSCA
● 지역 세라도 미네이로Cerrado Mineiro
● 커피재배 면적 112.72ha
● 커피재배 면적 112.72ha
● 생산고도 1,000~1,200m
● 프로세싱 내추럴
재배 품종
● 옐로우•레드 카투아이
現 커퍼스(한국커피품평협회) Cupper
現 티포인트 스튜디오 대표
現 서울시 강서구, 관악구 노동복지센터 커피강사
現 SCA Q-grader
前 이스타항공 창립/서비스마케팅 실장
前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노동조합 위원장
매번 브라질 시리즈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가업을 이어받아 온 가족들이 힘을 모아서 농장을 경영하고, 좋은 커피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정말 존경스럽네요. 저도 산지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꼭 가보고 싶네요
2019-05-08
좋아요(0)벌써 8번째 농장이네요~ 잘 배워갑니다
2019-05-08
좋아요(0)늘 기대되는 브라질 방문기네요~좋은 글 감사해요
2019-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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