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포스트’를 보면 한 신문사에서 다음날 아침 신문을 내기 위해 기사 원고에 맞춰 활자를 일일이 찾아 맞추는(식자하는) 장면이 있다. 식자공들은 누구보다 빨리 활자를 찾아 문장배열을 완성하는 귀신같은 속도와 정확성을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이들이 없었다면 그 방대한 양의 기사들이 하룻밤 사이 지면에 인쇄될 수 없었을 테니, 당시로선 신문사를 존립케 하는 한 축을 담당한 셈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컴퓨터가 충분히 그 일을 대신해 주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갈수록 놀랍고, 속도를 더해가면서 반도체 칩의 집적도는 매해 2배씩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발전을 두고 전문가들은 ‘지수함수적 속도’라 말하기도 했다. 또 누군가는 ‘매해가 혁명’이라고 한다. 그러니 기술발전까지는 예측을 계산한다 해도, 거기서 파생되는 사회변화까지는 예측조차 버거운 실정이다.
기술발전은 청년세대의 일상에 신세계를 열어주고 있지만 직업군 축소, 저인력 소비라는 사회현상을 안겨주었다. 이제는 예전만큼 쉽게 안정된 직업을 갖거나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기성세대도 오늘이 어렵고 미래가 불확실한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젊은 날 그럭저럭 성공한 경험들을 갖고 있어 마음만은 젊은 세대보다 다소 긍정적일 수 있다는 정도일까?
사람들은 치열해진 무한경쟁 속에 나설 수밖에 없지만, 막상 가정에 돌아와도 온전한 휴식을 갖기는 어렵다. 가사분담이나 아이 돌보기 등 의무방어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정 또한 배려와 인내가 요구되는 공간 중 하나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일도 가정도 아닌 제3세계를 필요로 하기 시작했다. 가정이나 일터와 무관한 별도의 취미를 갖기도 하고, 스포츠에 몰두하기도 한다. 그러고 나면, 무한경쟁에 다시 들어갈 마음과 에너지가 채워지면서 일상의 활력을 되찾게 된다는 것이다. 트렌드 보고서는 이러한 공간을 ‘케렌시아Querencia’라 칭하며 그 분야의 소비 지출에 대한 증가를 예측하고 있다.
기술발전은 긍정적인 면도 많은데, 그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역시 소통의 다변화일 것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딱히 소통할 방법이 없었던 소집단 뉴스나 정보까지도 SNS와 일인 미디어를 타고 빠르게 전해진다.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신제품이 광고되고 매출로 이어지는 제법 쏠쏠한 플랫폼은 B급 정서를 내세워 개인의 스토리를 전하는 일반 소비자들의 1인 제작 동영상 또는 이미지라고 한다. 반면 공중파에 띄운 광고나, A급 유명인이 등장하는 고가의 광고영상은 그 효과가 예전 같지 않단다. 오히려 사람들은 이를 ‘나와는 다른 세계에서나 일어나는 일, 특정 계층이 사용할 제품’으로 여겨 구매 의욕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
그럼 차Tea 시장은 어떨까? 국내 차시장의 새 물결은 몇 년째 대형 프랜차이즈로부터 시작되는 경향이 있다. 몇 년째 여러 재료를 혼합한 복합음료 트렌드를 보이더니 2017년에는 질소와 탄산가스를 이용한 복합음료가 유행했다. 이렇게 시작되는 새 물결은 그대로 중소 체인카페에도 이어져, 대다수 카페들은 유사한 메뉴들을 서둘러 출시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음식도 음료도 복합재료로 새로운 맛을 낼 수도 있지만, 단순한 재료와 전통방식을 가지고도 품위와 특징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은 언제나 있다고 믿는다. 마침 B급 정서로 만든 광고가 통하는 시대라 하니 골목골목 개인카페들이 누군가에게 케렌시아로 활용될 수 있는 특징 있는 공간을 연출하고, 전에 없던 새 메뉴 개발과 SNS 광고도 활용해 개미들의 반란을 일으켜볼 수 있지 않을까.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세상을 꿈꾸며 개인카페의 B급 개성시대를 기대해 본다.
글 곽옥경
2002년 설립된 차 전문기업 '다질리언'의 대표
B급 문화의 키치함을 잘 살린 것이 보고 향유하기에는 좋은데- 아직까지 구매욕구까지는 안생기는 것 같아요- 얼른 저도, 대중들도, 소비자들의 마음이 열려야 할텐데..-
2019-01-09
좋아요(0)다질리언의 김옥경대표는 선구자입니다 재미난 철학을 가지고 있는 분이지요
2019-01-08
좋아요(0)다질리언 곽옥경 대표 의 B급 개성시대으 글 경단련인 저에게 큰 자극을주네요 개성있는글 잘 읽었습니다
2019-01-06
좋아요(0)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세상을 꿈꾸며 개인카페의 B급 개성시대를 기대합니다 2019년에는 개미들의 반란이 꼭 성공하기를 ♡
2019-01-02
좋아요(0)B급 개성시대가 활성화된다면 소상공인들의 한숨도 덜어지지않을까 하네요. 개개인들의 개성이 반짝반짝 빛나는 곳이 많을때 찾아다니는 행복이 있을것 같네요.
2018-12-15
좋아요(0)저는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B급 감성이라는게 사실 잘 이해가 가지 않지만 점점 더 개성있는 시대라면 좋은게 아닐까요?
2018-12-14
좋아요(0)확실히 커피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마케팅 측에서 흔히말하는 B급 감성이 대세가 되버렸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저 개성있고 좋은 움직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201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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