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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석 교수] 커피산업의 핵심, 에스프레소 머신 & 그라인더 -3

전문가 칼럼

커피산업의 핵심에스프레소 머신 & 그라인더
에스프레소는 1948년 이탈리아의 아킬레 가찌아에 의해 개발된 이래로 전 세계에서 가장 일반적인 커피 추출방법이 되었다. 에스프레소를 ‘커피의 심장’이라 부르며 이를 활용한 베리에이션 메뉴들이 탄생했고 지금도 다양한 메뉴가 개발 중이다. 대체 에스프레소의 어떤 매력이 전 세계인을 빠져들게 만든 것일까? 또한, 무엇 때문에 이토록 많은 진화와 변혁을 겪었을까? 이번 호에서는 보다 폭넓은 시각에서 에스프레소 시장의 흐름과 주요 쟁점 사항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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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인더
그라인더는 에스프레소의 맛을 구현함에 있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기구다. 많은 바리스타는 어떤 그라인더를 사용하여, 어느 정도로 분쇄할 것인지에 대해 연구를 계속한다. 2018년 오늘날의 그라인더는 ‘자동화’와 ‘칼날’ 그리고 ‘온도’라는 키워드로 정리된다.

먼저 자동화는 이미 많은 유저의 선택을 받은 사항이다. 도저에 담긴 분쇄 커피를 레버를 당겨서 포타필터로 쏟아지게 하는 방식에서 버튼을 누르면 도저에 담는 과정 없이 포타필터에 바로 담기는 방식의 그라인더를 의미한다. 메저, 안핌, 디팅, 말코닉 등 그라인더 제조사에서는 저마다 균일한 분쇄와 일정한 양을 제어하는 그라인더를 이미 출시했고, 점차 그 진화의 바람도 거세지고 있다.

두 번째 키워드 ‘칼날’은 그라인더의 핵심이다. 원두는 칼날 사이의 간격에 의해서 분쇄되므로 칼날의 재질과 회전 속도는 분쇄 도의 균일함과 향미의 특질을 결정짓는다. 칼날은 플랫 버Flat burr에서 코니컬 버Conical burr로 최근에 다시 플랫 버가 선호되는 경향을 보인다. 플랫 버는 평평한 두 개의 날이 맞물려 회전하는 형식으로 원두를 분쇄한다. 이때 원두가 깎이는 비율이 부서지는 비율보다 높아 균일한 분쇄가 가능하고 따라서 밸런스 좋은 커피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칼날의 마찰에 의해서 발생하는 열과 모터의 빠른 회전이 원두의 향미손실을 증가시키는 것이 단점이다. 코니컬 버는 원두가 깎이는 비율보다 부서지는 비율이 높아 균일한 분쇄를 기대하기 어렵다. 미분이 많이 발생하여 균일한 맛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천천히 회전하는 모터와 칼날의 마찰을 줄이도록 고안된 형태로 열 발생과 향미 손실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안정적이고 빠른 분쇄로 음료를 제공하던 시대에서 커피가 지닌 향미를 극대화 시키는 시대로 흐름이 변하면서 코니컬 버가 주목받았다.

하지만, 최근 다시 플랫 버를 선호하게 된 배경은 ‘날의 회전 속도’라는 또 하나의 변수를 떠올릴 수 있다. 초창기의 플랫 버 그라인더는 빠른 회전이 핵심이었다면, 코니컬 버는 느린 회전이 매력이었다. 이에 플랫 버 그라인더에 느리게 회전하는 모터를 선택하여 향미의 보존성과 균일한 분쇄를 모두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 플랫 버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칼날의 크기도 기존 보다 더 큰 칼날을 사용하면서 분쇄의 안정성을 높였다. 광명상사 지명근 실장은 “그동안 그라인더에서 발생하는 고온으로 인한 향미손실은 경계했지만, 그라인더 칼날의 온도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누구도 고민하지 않았다. 하지만 추운 겨울 아침 출근 후 처음 원두를 갈았을 때, 분쇄된 커피 입자가 다소 뭉치고, 이를 추출하면 좋은 에스프레소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경험이 분명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빅토리아의 미토스 원 그라인더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라인더의 칼날 온도로 인한 분쇄와 추출의 편차를 줄이도록 그라인더에 쿨러와 히터를 함께 장착했다. 지 실장은 “출시 초기만 하더라도 ‘왜 원두를 2차 로스팅해서 일부러 향미 손실을 만드냐’고 의견을 개진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열로 인한 향미 손실은 약 50℃ 부근에서만 일어날 뿐 35~40℃의 칼날은 분쇄 커피의 뭉침 현상을 막아주는 최적 온도다. 해당 온도를 유지하며 최적의 분쇄가 가능하도록 한 제품이 미토스 원”이라고 말했다. 2018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미토스 투 그라인더는 이를 계량화할 수 있는 세밀한 장치를 장착하여 하이엔드 그라인더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라인더의 트렌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은 단연 ‘EK43’이다. 독일 말코닉 사의 EK43은 개발 당시 향신료의 분쇄를 위한 장비로 개발되었고, 리테일 그라인더에서 브루잉 전용으로 알려졌다. 2014년 맷퍼거와 찰스 바빈스키가 WBC 본 결선 무대에서 EK43을 사용해 좋은 성적을 거둔 후 에스프레소에도 적용 가능한 챔피언의 그라인더로 더욱 유명해졌다. EK43은 98mm의 대형 플랫 버를 적용한 리테일 그라인더로 제작됐으며, 섬세하고 화려한 향미표현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애초에 에스프레소용 그라인더로 제작된 제품이 아니었기에 분쇄된 커피가 쏟아지는 부분에 일종의 가이드 장치를 사용하여 포타필터에 담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수반된다. 에스유 상사의 김상욱 대표는 “EK43 같은 리테일 그라인더는 애초에 에스프레소를 많이 뽑을 용도로 설계된 그라인더가 아니기 때문에, 추출과정에서 미분이 날리거나 포타필터의 거치 장치가 없어 불안정한 레벨링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럼에도 많은 바리스타는 향미의 우월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고로움을 감안하고 EK43을 사용한다. 세련된 향미표현과 매력적인 산미의 커피를 구현해주는 것이 EK43의 특성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호석

사진 월간커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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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usiapark

    브루잉 그라인더의 대명사 EK43  독일 말코닉 사의 EK43이 개발 당시 향신료의 분쇄를 위한 장비로 개발되었다니 ㅎ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네요

    2019-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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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하선경

    플랫 버를 선호하게 된 배경은 ‘날의 회전 속도’라는 또 하나의 변수를 떠올릴 수 있다. 초창기의 플랫 버 그라인더는 빠른 회전이 핵심이었다면, 코니컬 버는 느린 회전이 매력이었다. 이에 플랫 버 그라인더에 느리게 회전하는 모터를 선택하여 향미의 보존성과 균일한 분쇄를 모두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 플랫 버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깊이 새겨야겠네요♡

    2019-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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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만하지말자

    역시 에스프레소에서는 머신 자체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원두 맛 자체를 전달해주는데에는 그라인더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201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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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피가즈아아아아

    ek43이 커피 그라인더가 아니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됬네요! 감사합니다!!

    201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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