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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석 교수] 한 잔의 커피에 담긴 디테일, 브루잉 -1

전문가 칼럼

한 잔의 커피에 담긴 디테일브루잉 -1
커피는 생산국에서 시작된 긴 여행을 거쳐 소비국으로 전해진다. 생산국의 농부는 자연이 생성한 향미가 한 줌의 그린빈에 잘 보존될 수 있도록 돕고, 가공을 통해 그 포텐셜을 극대화 시킨다. 소비국의 로스터는 세밀한 분석을 거쳐 로스팅하고, 최종적으로 바리스타는 판단과 기술로 완성한 커피 한 잔을 소비자 앞에 내놓는다.

제3의 커피물결의 핵심인 스페셜티 커피가 보편화된 지금의 커피시장은 이 특별한 커피를 보다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는 ‘브루잉’에 주목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가 지닌 향미를 가장 극대화 시키는 추출법, 브루잉의 현재를 면밀히 살펴보고, 4차 산업혁명의 관점에서 브루잉 기술의 진화와 향후 시장방향에 대해 예측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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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잉의 사전적 의미는 ‘맥주를 양조하다’, ‘차나 커피를 끓이다’로 정의된다. 맥주는 발아된 보리를 로스팅하여 분쇄한 후 물에 넣어 맥아의 당분을 뽑아내는 당화과정에서 브루잉이라 명명되었고, 커피는 분쇄 원두가 높은 온도의 물과 접촉하는 것에서 브루잉이라 불려진다. 즉, 브루잉은 원재료가 지닌 성분을 효과적으로 추출하는 과정을 뜻한다.

커피의 브루잉은 분쇄 원두와 물이 만난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에스프레소와 핸드드립뿐만 아니라, 모든 커피의 추출이 브루잉의 개념에 포함된다. 하지만, 현재 브루잉의 보편적인 개념은 전기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사람의 기술에 의해 추출하는 핸드드립, 에어로프레스 등에 특정되어 있다.

브루잉은 서양에서는 ‘푸어오버Pour over’라 부르고, 아시아 3개국은 ‘핸드드립Hand drip’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본 기사에서는 이를 모두 포함해 ‘브루잉’으로 명명하여 내용을 전개함을 알리며, ‘4차 산업시대의 브루잉’, ‘현재의 기술적 키워드’, ‘브루잉 대회의 트렌드’ 3가지 파트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Part 1. 4차 산업혁명, 브루잉에 다가서다
브루잉이라 하면 물의 온도를 조절하고 드리퍼에 분쇄 원두를 담은 후 드립포트로 커피에 조심스레 물을 붓는 바리스타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러한 브루잉은 바리스타가 커피의 종류와 색, 상태를 고려하여 물의 온도와 붓는 타이밍, 총 추출양 등을 조절하기 때문에 바리스타의 기술과 경험 그리고 판단에 의해 커피의 향미가 결정되는 추출법이다.

여전히 국내와 일본의 많은 바리스타는 자신의 경험과 오감을 활용한 추출을 하고 있고, 이들의 커피를 사랑하는 많은 대중이 존재한다. (오감을 활용한 추출이란, 온도계나 타이머, 저울 등 객관적인 수치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감각과 경험에 의한 추출을 말한다.)

지금의 브루잉 시장은 바리스타들의 이러한 노력과 경험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고, 이는 앞으로도 일정 비중을 차지하며 남을 것이다. 하리오 코리아의 장윤종 지사장은 “일본의 전통적인 핸드드립을 고수하는 카페는 자신만의 독특한 브루잉 스타일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매장의 바리스타는 온도계나 저울 보다 자신의 오감을 더욱 신뢰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브루잉은 커피를 보며 분쇄도와 물의 온도를 조절하고, 물을 부었을 때 거품이 올라오는 높이와 그 반응을 판단하여 물을 붓는 다음 타이밍을 결정하는 등 세밀한 경험적 요인에 기초하는 추출법이다. 그러나 저울과 온도계, 타이머가 필수 항목인 요즘 브루잉은 바리스타들이 보다 재현성을 높이기 위해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하여 레시피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추출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사람의 판단과 경험에 의존해 왔던 브루잉 시장에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가장 첫 번째 변화는 드립포트의 자동화다. 기존의 드립포트는 별다른 기능 없이 원하는 지점에 물을 붓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었다. 이를 더욱 손쉽게 다루기 위해 포트 주둥이를 조여주거나 실리콘 보형물을 부착해 얇은 물줄기를 유도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새롭게 등장하는 드립포트는 디자인이 수려하게 변한 것은 물론, 포트 자체에 전기 가열시스템이 장착되어 끓인 물을 포트로 옮기는 수고가 줄었다.

여기서 더 발전하여 원하는 온도를 입력하면 물이 그 온도를 유지하는 기능이 탑재되서 온도를 편리하게 조절할 수 있다. 가장 최근 출시된 자동 온도제어 드립포트 ‘펠로우 스태그 EKG’도 세련된 디자인과 온도제어 기능을 갖췄다. (주)따벨라의 최성복 과장은 “2017 서울 카페쇼에서 처음 선보였는데, 많은 사람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편리성과 디자인을 모두를 만족시키는 제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변화는 드리퍼에 있다. 투과를 목적으로 고안된 기존의 드리퍼에서 침지와 투과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클레버, 디셈버 등 추출도구의 사용 빈도가 높아졌다. 이는 바리스타가 레시피에 맞춰 침지와 투과를 조절하면서 보다 폭넓은 향미표현이 가능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중 국내에서 개발된 드리퍼 디셈버는 총 12개의 추출구를 갖고 있고, 추출구의 조작이 가능한 3단계 가변식 조절을 통해 완전 침지인 0에서, 4개 개방인 1, 8개 개방인 2, 12개 개방인 3까지 더욱 다양한 추출이 가능하다.

세 번째는 자동 브루잉 머신의 등장이다. 현재 국내에 소개된 자동 브루잉 머신은 푸어 스테디Pour staedy, 마르코Marco SP-9, 커티스 세라핌Cutis Seraphim 등이 있다. 이들은 별도의 보일러가 테이블 아래 설치되어 있어 언더카운터 브루어Under counter Brewer라 불리는데, 안정적인 온수 공급과 온도제어로 효율적인 브루잉이 가능하다. 디테일한 제어가 가능한 머신 가운데 (주)따벨라에서 수입 유통하는 푸어 스테디가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로봇 엔지니어가 개발한 이 머신은 드립포트로 물을 붓는 것처럼 하나의 물줄기로 쏟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필터의 린싱, 인퓨징(블루밍)시간, 추출 횟수와 물의 양까지 조작 및 제어 가능하다. 또한, 물이 떨어지는 패턴을 7가지로 설정하여 여러 가지 스타일의 브루잉이 가능하고, 다른 유저가 설정한 레시피를 웹상에서 다운받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적용하면 버튼 하나만 눌러도 정밀한 브루잉을 할 수 있다.

다만, 가격대가 약 2,300만 원(5그룹 기준)으로 소규모 업장에서 사용하기에 다소 부담스럽다. 이에 대해 최 과장은 “2017년 4월 처음 론칭할 때만 해도 과연 실제 판매가 이뤄질까? 하는 의문이 있었지만, 현재 7대가 판매된 상황으로 프랜차이즈 업체와 계약을 앞두고 있어 올해 더 많은 판매가 될 것으로 기대 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마르코 사의 SP-9과 커티스 사의 세라핌은 보일러에서 가열된 물이 샤워기처럼 분사되어 커피에 떨어진다. 마르코 SP-9은 직관적으로 다이얼을 돌려 물의 온도와 시간을 조절하고, 세라핌은 터치스크린으로 린싱, 푸어링 횟수 및 양, 타이밍을 설정하고, 총 44개의 레시피를 저장할 수 있는 알찬 기능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동 브루잉 머신의 등장은 결국 맛있는 커피 한잔을 재현성 있게, 효율적으로 추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보는 시각이 옳다. 자동화 머신이지만, 추출할 커피를 선택하고 분쇄하여 레시피를 설계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므로, 바리스타들은 최적의 추출이 가능한 설계자의 역할을 위해 지속해서 커피 공부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자동 브루잉 머신의 등장에 관해 따벨라의 최과장은 “브루잉 머신의 논점은 사람이 내린 것보다 맛있느냐가 아니라 ‘편리성’이 포인트다. 고객을 응대하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추출이 가능하다는 점과 인력의 효율적인 측면에서 분명한 이점을 지닌다”고 덧붙였다.


사람의 기술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브루잉이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브루잉 커피의 자동화는 향후 더욱 진보할 전망으로 현재의 자동 브루잉 머신은 편리성이 가장 큰 기치지만, 향후 사람이 느끼는 긍정적인 향미를 선별적으로 추출하고 각종 변수를 자동 제어 하는 기술이 적용된 머신이 등장할 날도 머지않았다.


  송호석

사진 월간커피 DB


추천(3) 비추천(0)

  • Rusiapark

    전 수동이 좋아요 ㅎ

    2019-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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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커핵

    전 아직 자동 브루잉 머신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에요 :(

    2019-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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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하선경

    전 아직 오감을 활용한 추출이 좋습니다♡  좋은내용 많이 배워갑니다

    2019-01-03

    좋아요(0)
  • 바리숀

    지인분과 브루잉의 과거와 현재를 다 아우를 수 있는 내용이 담긴게 없을까란 얘기를 나눈적이 있는 이 칼럼을 보여드리면 될것 같네요ㅎ

    2019-01-02

    좋아요(0)
  • 감성커피

    바리스타의 경험과 오감으로 추출한다는 말씀이 좋네요 동감합니다.

    2018-12-26

    좋아요(0)
  • 동혁몬

    카페돌아다니다가 자동 브루잉 머신을 봤는데 신기하더라고요

    2018-12-20

    좋아요(1)
  • edisun

    4차산업혁명의 물길.. 정말 안미치는곳이 없네요. 하지만 여전히 사람의 손이 필요한부분이 있기에.. 더 질높은 커피를 마실수 있는 기회가 될것 같네요

    2018-12-15

    좋아요(0)
  • 수채화

    커피를 마시면서  느끼는 긍정적인 향미가 있는데 이를 선별적으로 추출하고 각종 변수를 자동 제어하면 맛있는커피가 제공되는건 얼마남지않은것 같네요.

    2018-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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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오1128

    조은글 감사합니다~

    2018-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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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jduxn

    브루잉커피에 관심이 생겨서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많이 안해봐서 그런지 아직도 배우는중인데
    브루잉커피에 매력이 많고 많지만 그중에서 사람의 손길,기술로 커피를 만드는것, 또한 바디감이 강한것부터 연한것까지 다양한 맛을 낼수있는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201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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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파엘곤

    집과 요트에서는 여전히 핸드드립 브루잉을 메인으로 즐기고 있네요.
    문명의 혜택도 보고는 싶네요~^^;

    201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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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은짱

    2018-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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